"'길복순' 나오자마자 올렸다"…韓 강력대응 비웃는 누누티비

누누티비 메인화면. /사진=누누티비 캡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경찰 수사에 직면하자 최근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삭제 리스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콘텐츠는 여전히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사실상 수사당국과 기업의 대응을 조롱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누누티비에서는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업체 오리지널, 한국 영화 등 12편이 서비스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6일 누누티비가 영구 삭제 조치하겠다고 밝힌 국내 OTT 업체 169개 콘텐츠 리스트에 포함된 것들이다.


이 중 몸값, 유미의 세포,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돼지의 왕, 각자의 본능대로, 여고추리반 등 티빙(tvN 편성 포함) 콘텐츠가 가장 많았다. 웨이브 오리지널은 복무하라,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1·2·3 등이었고, 한산: 용의 출현, 펌킨타임, 네가 빠진 세계, 부기나이트 등 영화·기타드라마 콘텐츠 4편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삭제 조치 콘텐츠에 포함되지 않은 해외 OTT의 한국 오리지널인 더 글로리(넷플릭스), 카지노(디즈니플러스) 등도 여전히 누누티비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은 출시 하루 만에 업로드됐다.

이에 국내외 OTT 업체들은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현재 세계 불법복제 대응조직이자 넷플릭스 회원사인 ACE를 통해 누누티비 불법 스트리밍에 대응하고 있다"며 "적정 대가를 지불하는 서비스 이용자들과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업체도 방송·영화·OTT 분야 업체·기관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협의체는 누누티비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조회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4조9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협의체는 누누티비에 대한 형사 고소에 나섰고 현재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누누티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집계한 누누티비의 총 동영상 조회수는 지난 2월 기준 약 15억회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국내 OTT보다 높은 방문자 수다.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누누티비의 불법 스트리밍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 제재가 통하지 않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1년 10월 12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0회에 걸쳐 접속 차단 조치했다. 그럴 때마다 여러 차례 접속차단 조치에도 주소를 우회하며 운영을 지속해왔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만큼 단속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령, 협약 등 전세계 정부에서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한 근절 움직임이 없는 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이같은 대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벤치마킹한 신생 사이트들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