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소아 환자, 부모는 '진땀'…요양보호사 등장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부가 인력 부족 등으로 위협 받는 소아, 분만, 중증·응급 분야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충한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 2023.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플까 봐,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눈을 뗄 수가 없네요."

경기도 김포에 사는 박정은(35·여)씨는 최근 5살 된 딸과 3살 아들이 한꺼번에 병원에 입원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인한 폐렴이었다. 다행히 진단 후 하루 만에 병상이 나왔지만, 치료받게 됐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간병 전쟁'이 시작됐다. 두 아이를 동시에 챙기느라 박씨는 밥을 먹을 시간도, 맘 놓고 화장실을 가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였다. 지난해 1월에도 두 아이가 한꺼번에 입원했는데, 그때 5일간 장기 휴가를 썼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아프면 아픈 대로 걱정되고, 컨디션이 좋으면 링커 폴대가 넘어질까 수액 줄이 눌리거나 꼬일까 또 걱정"이라며 "잠도 잘 못 자고,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지만 쉴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방역 정책 완화에 소아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간병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코로나 세대'에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는 '멀티데믹' 현상이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 감시 결과 12주차(3월 19~25일)에 기침·고열 등으로 입원이 요구되는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신규 환자의 63.4%가 0~6세였다. 독감(인플루엔자)을 비롯해 RSV, 리노, 파라 인플루엔자 등이 동시에 창궐하며 최근 1년 새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전체 환자 가운데 소아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폭증하고 있다.

신규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연령별 현황. /사진=질병관리청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 환자는 안 그래도 감염병에 대응하는 힘이 부족한데, 코로나19로 개인 방역에 신경 쓰다 보니 제대로 면역력을 형성할 기회조차 적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방역 빗장'이 풀리면서 중증 소아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소아 환자의 간병 부담은 오롯이 부모 등 보호자의 몫이다.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호자 없는 병동(간호간병통합서비스)은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아 환자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동네 병·의원은 운영난에 허덕여 손이 많이 가는 소아 환자의 돌봄까지 책임지는 게 사실상 어렵다. 각 가정에 돌봄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을 여성가족부가 진행하고는 있지만 일단 병원에 입원하면 손을 놓는다. 소아 병동이 '돌봄 회색지대'인 셈이다. 이홍준 이사는 "자녀로부터 감염병이 옮거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닥친 보호자가 고육지책으로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광주광역시, 창원시 등의 지자체는 몇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입원 아동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호자의 부담 해소에 나서고 있다. 전문교육을 이수한 아동 보호사가 최소 4시간 이상 병원에 머물며 식사, 투약 등 간병과 놀이 등을 통한 정서 안정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김포시, 안성시를 비롯한 타 지자체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는 광주여성단체협의회 박명희 사무총장은 "지난달 보호사의 총파견 시간이 2500시간이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라며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입원 아동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윈-윈' 정책"이라며 "정부가 아이를 낳는 것만큼 잘 키우고 돌보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