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판매 고집 '실리콘밸리 운동화' 올버즈, 무신사 손잡은 이유

무신사 스토어에 팝업 입점을 앞둔 올버즈

입점 수수료를 줄이고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백화점, 패션 플랫폼 등 유통 채널을 떠났던 패션 브랜드가 돌아오고 있다. 자체적으로 손님 모시기에 나섰으나 재고 소진이나 늘어나는 마케팅 비용에 부담을 느껴 유통 회사와 다시 손을 잡은 것. 직접 판매(D2C, Direct-to-Consumer)의 선봉장이었던 나이키 마저 전략을 수정한 가운데 최근 해외 브랜드들의 유통 판매 채널 확대가 눈에 띈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스니커즈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오는 22일 무신사 스토어에서 8주간 온라인 팝업 스토어 형태로 입점한다. 올버즈가 국내 온라인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롯데백화점(2월), 더현대 서울(7월) 등에서 팝업 형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긴 했지만 온라인은 그간 자사몰에서만 판매를 진행해왔다.


올버즈는 양털, 사탕수수, 유칼립투스 나무 등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 플라스틱 등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브랜드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불리기도 했다. 2021년 11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하며 3억3300만 달러를 조달해 화제가 됐다.

올버즈는 2015년 브랜드를 론칭한 후 줄곧 'D2C'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 온라인에서는 자사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했고 오프라인도 백화점 등 다른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단독 매장을 고수해왔다. 중간 유통 채널에 내야하는 수수료를 줄여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버즈가 마케팅 전략을 바꿔서 유통 채널을 확대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미국, 유럽 등에서 주요 백화점과 계약을 맺어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 시작한 것. 업계에서는 올버즈가 D2C만 고집하기보다 무신사를 통해 더 많은 MZ세대와 소통하고자 유통 채널에 입점한 것으로 본다.


올버즈 외에도 D2C를 고집하던 브랜드가 유통 채널과 협업을 확대하려는 사례는 또 있다. 글로벌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2017년 아마존에서 퇴점한 뒤 D2C를 본격 선언했다.

하지만 나이키도 지난해 하반기 영국의 스포츠 용품 전문 유통사인 JD스포츠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D2C 전략을 변경했다. 이밖에 아디다스도 2025년까지 D2C 매출을 절반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을 2021년 발표했으나 최근 이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D2C 운영 과정에서 재고 부담이 늘어난 데다 유통사와 손잡지 않고 직접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증가해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공급망 여파가 리테일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의류 회사들이 유통망을 줄이고자 D2C를 선택했었다"며 "일상으로의 복귀가 돌아오면서 재고 증가와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브랜드들이 유통사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