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괜찮은데...'주키니 호박' 넣은 가공식품 다 버리는 이유

주키니호박 LMO 성분이 검출돼 회수 조치된 가공식품 중 일부 품목. /사진=식품안전나라

정부가 지난달 말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zucchini) 호박 중 일부 품종에서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이하 LMO)가 발견됨에 따라 해당 품종과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전량 회수·폐기 조치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해당 제품을 먹으면 인체에 유해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유해 성분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호박 품종에 대해선 별도로 LMO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주키니 호박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현행법(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이하 LMO법)상 승인된 품종이 아니면 유통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물질이 소량 첨가된 가공식품까지 전량 폐기하는 게 원칙이어서다.
식품가공용 LMO는 콩, 옥수수, 밀 등 6개 품종만 허용...주키니호박 LMO 성분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현재 식품가공용으로 승인된 LMO는 콩, 옥수수, 밀, 유채 등 6개 품목이다. 호박 품종은 별도 LMO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호박 품종에서 LMO가 검출된 경우 해당 품종은 물론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도 생산과 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주키니호박 종자는 121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종에서 LMO가 검출됐다. 이외 다른 주키니호박과 애호박, 단호박 등 다른 호박류에선 LMO가 검출되지 않았다. LMO가 검출된 주키니호박은 국내 총 호박 생산량(약 24만3000톤)의 약 4%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미승인 LMO가 발견된 주키니호박 2종은 2015년부터 국내에서 유통됐다. 국내 한 기업이 미국에서 승인된 종자를 수입해 국내 검역 절차를 밟지 않고 육종해서 8년 이상 판매해 왔다. 뒤늦게 LMO가 발견된 이유는 지난해 외국산 주키니호박 종자 수입 검역 과정에서 LMO 성분이 확인돼 국립종자원이 국내 유통 중인 모든 주키니호박 성분을 전수 조사했기 때문이다.


주키니호박의 LMO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동식물검역국(APHIS) 및 캐나다 보건부 등은 주니키호박의 LMO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1995년부터 섭취하고 있고 성분도 일반 호박과 차이가 없어서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시중에 유통을 허용하면 LMO법을 위반하게 된다. 해당 품목이 시중에 유통되려면 식약처가 호박 LMO가 농업용 및 식품가공용으로 공식 승인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해당 제품을 재배한 농가나 이를 활용해 식품을 만드는 기업 등의 승인 신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공식 접수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LMO가 없는 주키니호박 대체 품종이 많기 때문에 굳이 정부에 사용 승인을 신청할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LMO 성분이 검출된 주키니호박 판매 중지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반품, 보상 관련 안내문.

가공식품에서 LMO 소량 검출돼도 전량 폐기…중소기업 타격 클 듯식약처는 지난 12일까지 주니키호박 성분이 함유된 가공식품 200개를 검사했고, 미승인 LMO 성분이 검출된 27개 제품에 대한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오뚜기 (409,000원 ▼2,000 -0.49%), 신세계푸드 (34,900원 ▲600 +1.75%), 현대그린푸드 (12,000원 ▼30 -0.25%), 프레시지 등 대기업들이 판매한 제품도 일부 포함돼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인체에 무해하지만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전량 폐기했다. 정부는 이로 인해 기업들이 감내한 손실에 대해선 예산 한도 내에서 보상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취합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보상 예산을 신청한 뒤 승인를 받아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 보상은 어려운 구조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판매 중단에 따른 영업손실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식약처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최대한 신속하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