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기후변화 적응력…그 힘이 인류를 만들었다

현존 인류로 분류되는 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기후환경에 적응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도구의 개발과 인지능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20만년 전 다양한 기후환경에 적응한 끝에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막, 초원, 열대우림 등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다양성 추구는 결과적으로 도구의 개발을 이끌어 인류를 생존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악셀 팀머만 IBS(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300만년에 걸친 기후 시뮬레이션 수행결과'를 이같이 게재했다.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한 역대 최장 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다.


현생 인류의 조상은 300만년 동안 빙하기·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해왔다. 그러나 초기 인류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IBS 연구팀은 과거 300만년에 걸친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인류 조상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함께 분석했다. 여기에 300만년간 기온, 강수량 등 기후 기반 식생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다. 컴퓨터 모델은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예측하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또 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 3232개 고고학 자료를 대입했다. 이를 통해 인류 조상의 서식지 '생물 군계'를 11가지로 분류했다. 생물 군계는 초원, 사바나, 열대우림 등처럼 기후조건에 따라 각 지역을 구분하는 군집을 뜻한다.

인류의 종별로 선호하는 자연환경. /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 결과, 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 출현한 호모 에르가스터·하빌리스는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적응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어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사막과 툰드라(한대기후) 등과 같은 가혹한 환경을 개척하고 적응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성·유연성·경쟁성 등은 인류를 강하게 만들었다. 특히 극한의 변화에 대한 회복력·적응력이 인류 생존의 비밀이었다.

이와 함께 시기를 불문하고 과거 생물 군계가 다양한 지역에 거주지가 밀집했다. 현존 인류의 조상들은 다양한 동식물이 있는 자연환경을 선호했으며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다양성 추구는 도구 개발과 인지능력 향상에 영향을 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엘크 젤러(Elke Zeller) 박사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해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인류의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했다.

인류의 진화와 식생. / 사진=IBS(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