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VIP
통합검색

0.4평 감방에 갇혀 "인권침해, 좁다" 아우성…교도소 과밀 이대로면

머니투데이
  • 조준영 기자
  • 김지성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9,961
  • 2023.05.15 08:00
  • 글자크기조절

[MT리포트]'범죄와의 전쟁' 다음이 비었다(上)

[편집자주] 정부가 마약·주가조작·흉악·조직범죄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면서 교도소 과밀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교도소 과밀은 인권 차원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범죄자 가석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단독]정원 2배 '다닥다닥'…교정시설 10곳 중 6곳 '콩나물 시루'


①11년째 과밀화 해소 못하는 교정시설

1980년 2만5000명을 살짝 밑돌던 미국 연방교도소 수감인원이 2010년 21만 명으로 700% 상승하며 교도소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도 600% 증가했다. 2014년 미 법무부 예산의 4분의1이 넘는 69억 달러(9조2100억 원)가 연방교도소 관련 비용으로 투입될 정도로 교도소는 어느새 '돈 먹는 하마'가 됐다.

1971년 닉슨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마약범죄 법정형이 높아져 장기 수형자가 늘어났고, 연방법 위반자들의 재범률이 50%(2019년 기준)를 넘어서며 생긴 일이었다. 심각한 시설과밀화로 범죄자들은 제대로 된 교정·교화를 받지 못한 채 출소해 재수감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사회안전망의 위기로 되돌아왔다. 미국이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춰 교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닉슨이 전쟁을 선포한 지 반세기 가량 지난 2018년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와의 전쟁'이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처럼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격리만 강조돼 시설 과밀화를 방치할 경우, 재사회교육을 가로막고 재범률을 증가시켜 결국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해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0.4평 감방에 갇혀 "인권침해, 좁다" 아우성…교도소 과밀 이대로면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33곳(61.1%)이 수용정원을 초과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 대비 수용자 비율이 130.8%로 가장 높다. 정원 610명인 시설에 798명이 수감됐다. 일부 6평 남짓한 수용거실(생활공간)에 정원의 약 2배 인원이 수감됐다. 창원교도소(125.2%), 대전교도소(124.9%), 제주교도소(120.4%) 서울동부구치소(118%) 등도 대표적인 과밀시설이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2021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1200여명이 확진됐던 것도 과밀 문제와 무관치 않다.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률이 99.5%를 기록한 2012년 이후 11년 째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은 감방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년 지적받는 문제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과밀수용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인당 2㎡ 미만 공간에 수용된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16년 121.2%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4%까지 다소 줄어든 상태다. 2020~2021년 교정시설 내 코로나 확산으로 법무부가 가석방을 적극 시행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로 구속수사와 법정구속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0.4평 감방에 갇혀 "인권침해, 좁다" 아우성…교도소 과밀 이대로면

시설 신축·이전이 문제 해결의 정공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교정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지역주민의 반대가 거센 편이다. 부산에서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지어진 지 50년 안팎에 달한 데다 과밀수용 문제까지 겹쳐 10여년 전부터 이전 논의가 진행됐지만 주민들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교정시설 신축을) 반대하기 때문에 시설 하나 짓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교정시설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라 과밀수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과밀화 문제해결과 교정·교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실무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인권존중 및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용자 처우 법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도소 과밀수용에 "0.4평 인권침해" vs "범죄자 인권이 중요?"


②주민 반대에 막힌 교정시설 확충, 국민 법 감정 안 맞는 가석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가 수년째 답보 상태다. 1인당 수용 면적이 최소 수용면적에 미치지 못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 교정시설 확충은 지역 주민 반대에, 가석방 확대는 국민 법 감정에 번번이 부딪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법무부장관에게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도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면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비인도적인 처우라는 것이다.

앞서 수도권 구치소와 교도소 등에 수용된 수용자 4명은 과밀 수용으로 기저질환이 악화되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실제 이들은 정원을 초과한 수용 공간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약 1.40㎡(약 0.4평)인 거실에서 15일쯤 생활한 경우도 있었다. 법무부가 정한 혼거실 최소수용면적은 1인당 2.58㎡다.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교정시설을 신설, 이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충하는 방법이 꼽힌다. 하지만 교정시설 입지를 찾기 어렵거나 해당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매번 갈등이 빚어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법무부는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축구장 3배 크기의 여자교도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전용 교정시설이 전국에 청주여자교도소 한 곳밖에 없어 수용 과밀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외국인보호소와 직업훈련교도소가 있는 마도면에 교도소를 추가로 짓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정시설 주변에 '마도면은 혐오시설 집합소가 아니다', '마도면 내 교정시설 타운화 결사반대' 등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원혜욱 인하대 법전원 교수는 "법원·검찰청에서 지하로 통하는 인천구치소·서울동부구치소를 지은 것처럼 법조타운을 새로 만들 때 구치소도 함께 지으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교정시설 확충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또 다른 대안으로 가석방 확대가 거론된다. 가석방은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고 수형 중인 사람이 복역 태도가 양호한 경우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가석방은 국민 법 감정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총 출소인원 대비 가석방 인원 비율을 나타낸 가석방 출소율은 2018년 28.5%, 2019년 28%, 2020년 28.7%였다. 일본과 캐나다가 각각 58.3%, 37.4%인 것과 대비된다.

◇"교정시설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 수 모두 조절해야"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서는 범죄의 죄질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교정시설에 들어오는 사람 수와 나가는 수를 모두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밀화 해소 입구 전략으로 교정시설에 들어올 사람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범죄의 죄질과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선고유예, 벌금 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재범 위험성이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석방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선 교정 프로그램의 선진화, 교정관 처우 개선, 교정시설 현대화 등이 선행돼야 하고 가석방 후 보호관찰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안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가석방 확대시 과밀수용은 완화할 수 있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기관이 스스로 사법 판단을 무력화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범죄자 인권을 더 중요시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승 연구위원은 "형벌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특별예방주의, 즉 개선교화"라며 "응보도 포기할 수 없으니 형기는 살게 하지만 결국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올 테니 이때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제대로 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11월 발간한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 및 처우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가석방 제도를 시혜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수형자에 대한 처우로 시행해야 한다"며 "가석방이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제도로서 자리잡도록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세달만에 3억오른 강남·잠실 아파트…송파구 6주째 '상승'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뉴스 속 오늘
  • 더영상
  • 날씨는?
  • 헬스투데이

많이 본 뉴스

2023 대한민국 사회안전지수
풀민지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