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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고발(된)' 아이유 VS '표절 해결(한)' 이승철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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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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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가수 아이유. /사진=김창현 기자
가수 아이유. /사진=김창현 기자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최근 소위 '표절 의혹'으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의 고발을 당한 것은 대중음악계에선 이례적이다. 성폭력은 고소에 이어 제3 자 고발도 허용되지만, 표절(저작권법 위반)은 원작자인 본인의 고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친고죄라도 범위가 다른 셈이다.

툭하면 터지는 음악 표절 시비에서 고발은 생경하다 못해 엉뚱하기까지 하다. 그것도 업계가 아닌 일반인이, 이제 막 나온 따끈한 신곡이 아닌 과거 곡을 들춰 적극적으로 고발장을 쓴 것은 효과와 실용적인 측면에서 얻을 게 없다. 심지어 결과도 뻔하다. 타격을 줄 수 있는 면이 하나도 없는데도, 이 일반인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이유는 딱 하나로 유추해볼 수 있다. 환기(喚起)다. 아이유가 지금까지 내놓은 곡들에 대한 수많은 표절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적극적 해명 없이 대충 넘어가거나 작사나 작곡자 등 저작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침묵해온 방식을 제대로 따져 저작권 침해가 맞는지 아닌지 짚고 가자는 것이다.

'국민 가수'로 자리잡은 아이유가 거대한 인기를 무기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소홀히 다루는 일을 더 늦기 전에 공론화해 진실을 가리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소문이나 의혹 제기, 유튜브 검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고발'이라는 정식 절차를 통해 여론에 엄정하게 묻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지난 10년 이상 계속돼 온 표절 의혹에 대한 마침표는 이번에 찍을 수 있을까.

'표절 고발(된)' 아이유 VS '표절 해결(한)' 이승철

◇아이유의 표절 의혹 왜 계속되나=신인 가수 아이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땐 뮤지션의 입지보다 신인 가수의 가능성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어떤 '표절 의혹' 노래를 불렀느냐가 아닌,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던 시절이었다. 그 유명한 '3단 고음'의 '좋은 날'을 상기하면, 모두 어린 가수가 소화해내는 고음의 능력에 감탄만 내뱉었지, 그 곡의 저작권 침해를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곡이 쌓이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묘한 의문들도 겹겹이 늘었다.

일반인 A씨가 고발장에 쓴 표절 의혹 곡은 6개지만, 인터넷엔 50개가 넘는 곡들을 표절 의혹의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조금만 비슷하면 놀이처럼 제기하는 무분별한 의혹도 비판 대상이지만,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몇몇 곡들은 실제 원곡과 비교했을 때 유사점이 적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할 정도다. 적지 않은 대중이 의혹을 제기하는 핵심은 똑같은 멜로디나 박자, 코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Layla)의 유명한 첫 리프(riff·반복 선율) '라도레파레도레'가 산타나의 '코라손 에스피나도'(Corazon Espinado)의 그것과 똑같지만, 표절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전체적 흐름과 느낌의 유사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표절 시비 곡 중 '좋은 날'(2010)을 보면 1979년 발표한 패트릭 주베(Patrick Juvet)의 곡 '레이디 나잇'(Lady night)과 유사하다.

이 '유사'의 의미는 ①곡 도입의 신선함과 독창성 ②곡 전개의 일관성 ③곡의 전체적인 구조(구성)와 색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히 멜로디가 같거나, 리듬이 비슷하다는 정도로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쉽게 요약하면, '좋은 날'을 들었을 때, 바로 '레이디 나잇'이 떠오를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얘기다.

대중이 이처럼 여러 곡을 의혹으로 제기하는 데에는 이 같은 유사성이 작용한다. 세상에 똑같은 코드를 쓰는 곡들은 널렸지만, 전개나 흐름에서 이 곡이 저 곡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동기에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표절 고발(된)' 아이유 VS '표절 해결(한)' 이승철


◇고소 아닌 고발에 이른 사유=저작권 침해는 친고죄여서 원저작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법적 다툼은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 국내 대 외국곡의 분쟁이라면 소송 자체가 더 힘들다. 특히 작곡자가 여러 명인 경우 일일이 연락해 소송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점, (소송) 기간이 길다는 점 등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원작자의 '고소'가 쉽게 이뤄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아이유의 경우도 기존 패턴처럼 직접 당사자(원곡자)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소극성(또는 무관심)이나 의심은 많지만 직접 지적할 공적 장치가 없는 저작권 제도의 허점으로 여론 환기용인 '고발'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식 정도의 최소한의 도덕적 공격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날'의 의혹 원곡인 '레디이 나잇'의 작곡자(저작권자) 중 자크 모랄리(Jacques Morali)는 1991년 사망해 저작권자의 소송 승인을 받기도 여의치 않다. 고발을 하는 것은 문제 제기의 공식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법적으로도 구제받을 길이 막막하니, 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표절 고발(된)' 아이유 VS '표절 해결(한)' 이승철

◇표절 의혹 작곡가들의 '부인'=대중음악에서 표절 시비가 일어난 뒤 이를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작곡가 유희열이 류이치 사카모토 곡의 인용을 양심을 걸고 부분 인정한 것도 유사를 넘어 반박 불가의 일치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외의 의혹 사건에서 작곡가들이 의혹을 쉽게 인정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아이유의 작곡가들 역시 모두 표절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좋은 날'·'분홍신'의 이민수 작곡가, '삐삐'의 이종훈 작곡가, '가여워'의 공동 작곡자 최갑원 프로듀서, '부'의 한상원 작곡가 모두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고 했다.

작곡가들은 보통 의혹이 터지면 장르, 코드, 멜로디, 리듬 등 음악적 부분을 거론하며 ①'다르다'는 점을 밝힌다. 이후 ②'원곡은 들어본 적도 참고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인다. 이 두 가지는 표절 의혹 부인의 한결같은 모범 답안이다.

하지만 몇 마디가 똑같아야 표절이라는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공연윤리심의위원회가 1999년까지 존재했을 때 쓰던 규칙일 뿐이다. 지금은 너무나 교묘하게 베끼기도 하고, 미세하게 피해 가는 법도 알기에 '똑같은' 멜로디와 리듬만으로 표절 시비를 제기하지 않는다. 어떤 곡을 들었을 때, 원곡을 떠올리는 흐름이 있을 때 표절 시비는 제기된다. 미국 저작권법 판례에서 드러나듯, 중요한 건 '리스너의 의견'(listener's opinion)이다. 물론 청자의 의혹이나 의견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비슷한 의견은 이론의 질서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나는 그 곡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양심 고백도 사실 소용 없다. 결과적으로 같은 곡으로 판명되면 '표절 딱지'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지 해리슨이 쓴 곡 '마이 스위트 로드'(My Sweet Lord)는 시폰스(Chiffons)의 1963년 작품 '히 이즈 파인'(He is Fine)을 베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해리슨은 의도적으로 베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잠재적 표절'도 표절이라며 시폰스의 손을 들어줬다. 해리슨은 '암묵적 해결'의 대가로 40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내놓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아이유 작곡가를 포함해 많은 작곡가들이 의도적 베끼기에 열중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적으로 같으면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그 억울함때문에 작곡가들이 부인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도 우선 '부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본 모든 이익을 대부분 뱉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경력에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그간의 사례를 통해 작곡가가 이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의혹이 시끄러울 때 극구 '부인'하고 원저작자가 고소할 때까지(안 할 수도 있고) 기다리면 그만이다.

◇비저작권자 아이유와 이승철의 다른 대처=표절 의혹에서 중요한 해결 당사자는 사실 작곡가가 아닌 아티스트다. 저작권자가 아닌 아티스트(가수)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 영향력과 인지도,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나은 해결책도 없다. 당연히 아티스트가 저작권자가 아니니,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에 따라 그 위상과 진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수 아이유. /사진제공=EDAM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 /사진제공=EDAM엔터테인먼트
가수 이효리는 2집과 4집에서 작곡자의 잇따른 표절 시비에 휩싸이자 활동을 정리하고 아주 빠른 수습에 나섰다. 음악 활동에는 상당한 상처를 입었지만, 자신이 객관적 평가자가 돼 인정할 건 인정하는 면모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되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승철의 경우는 '청자의 비판'을 더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2006년에 발매된 '소리쳐'는 이승철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중요한 곡이었는데, 발매한 지 이틀 만에 대중이 가렛 게이츠(Gareth Gates)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와 후렴구가 비슷하다며 제기한 표절 의혹에 어떤 변명도 해명도 하지 않고 저작권을 호르헨 엘로프슨(Jorgen Elofssen)과 존 리드(John Reid)에게 양도했다.

'소리쳐'는 홍진영이라는 신예 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결과적으로 비슷한 일부 후렴구 때문에 혼신의 힘으로 쓴 곡을 몽땅 날려야 했다. 곡은 이승철이 만들지 않았지만, 음악의 전반적인 책임을 진 주인공으로 그 의무를 다한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 대중은 곡을 만든 작곡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부른 가수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곡이 쌓일수록 부르는 가수 입장에선 만들어준 작곡가의 곡을 더 예민하게 비교하고 조사하고 걸러야했을지 모른다. 가수 한영애의 말처럼 "어딘가 조금이라도 들어본 곡이라면 바로 악보를 찢었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표절 시비가 잇따르는 것만으로도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몰랐어도 지금 여기저기 퍼진 원곡을 듣고 그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곡은 오로지 작곡가의 몫'이라는 역할 분담만을 강조하며 침묵으로 계속 일관할 것인지를 대중은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다.

아이유의 표절 의혹이 작곡가의 해명이나 변명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곡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그'의 책임과 양심을 묻고 있다. 특히 '좋은 날'은 무명에 불과한 아이유를 대스타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다. 몰라서 너도나도 넘어간 그 곡의 힘으로 얻었던 스타의 지위와 인기, 부에서 이제는 너도나도 알게 된 그 곡의 의혹으로 잃을지도 모를 양심과 명성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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