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있어요" 다급한 112 신고…주소도 없이 찾아낸 비결은

보이는 112 신고 체계도. /사진=경찰청 제공

#. 지난해 9월 전북에서 "여러 명이 모여 한 명을 때리고 있고 나도 맞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이 말만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가해자와 함께 있어 더 이상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피해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위치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보이는 112'를 활용했다. 경찰은 신속하게 현장 상황과 상세 위치를 확인해 출동했다. 한 상가 옥상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이 '보이는 112' 신고 시스템 도입 이후 약 500일간 5만여 건을 접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신고자의 음성에만 의존하던 기존 접수방식에서 벗어나 신고자가 위치를 모르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위치 확인과 현장 상황 대처가 가능해진 만큼 활용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보이는 112 시스템 전국 시행 이후 월평균 활용 건수는 캠페인 이전 2635건에서 캠페인 이후 3760건으로 42.7% 증가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제일기획이 협업해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는 신고 방법과 주요기능·채팅방법 등을 알리는 '똑똑 캠페인'을 진행했다.

똑똑 캠페인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는 상황을 비롯해 신고내용을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경우 신고자가 전화기의 숫자 버튼을 '똑똑' 반복적으로 눌러 위급상황임을 알리면, 경찰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보이는 112로 연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이는 112 경기남부청 우수사례 이미지 구성. /사진=경찰청 제공

지난해 9월 충남에서는 보이는 112 시스템을 활용해 마약 사범이 검거되기도 했다. "살인사건 나려고 한다, 빨리 와 달라"며 속삭이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신고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전송되는 영상을 통해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마약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인명 구조에도 활용됐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생태공원에서 차량을 운행하다 늪에 고립됐으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보이는 112 영상을 통해 주변 모습을 공유받고 위치를 파악해 소방당국과 함께 구조팀을 파견, 3명을 구조했다.


어떠한 음성 대화도 없이 '똑똑' 숫자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위급 신고를 처리한 사례들도 있다. 지난 2월 대전에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무응답 신고에 경찰이 신고 방법을 안내하자 신고자가 울음소리와 함께 '똑똑'으로 응답했다.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신고자의 안전을 확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12 신고 후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면 보이는 112 접속을 통해 실시간 영상 전달, 위치확인, 비밀채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말하기 어려운 위급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