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존버' 승리?…외국인 '삼성전자·하이닉스' 쓸어담는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도체 겨울은 끝났다."


최근 반도체 업황의 반등 신호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도 회복될 조짐이다. 업계 구조조정과 주요 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업황 회복이 빨리질 것이란 전망이다. AI(인공지능)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에 나서며 점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15분 기준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전일 대비 900원(1.4%) 오른 6만54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는 전일 대비 3500원(4.05%) 급등한 8만9900원이다. 외국인은 이날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723억원을 순매수하며 수급을 이끌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를 153만주, SK하이닉스를 95만3000주 순매수 중이다.

이날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 반등은 글로벌 주요 낸드(NAND) 업체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소식 영향이 크다. 전날 로이터는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키옥시아 19.1%, 웨스턴디지털 16.1%로 둘을 합치면 1위 삼성전자(33.8%)의 점유율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합병 소식이 나오자 전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주가는 각각 11.26%, 6.11% 급등했다.


통상 반도체 업계에서는 M&A와 감산을 업황 저점에서 반등 신호로 해석한다. 그만큼 업황 침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한 자연적 감산도 긍정적 요인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으로 삼성전자가 낸드 점유율 1위를 내준다고 해도 시장 전체 업황이 반등한다면 이후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산업 역사상 업체 간 통합은 주가와 장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이번 양사의 합병 논의는 향후 낸드 구매 심리와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램 업계에서도 2009년 독일 키몬다와 2012년 일본 엘피다의 파산 이후 업황이 반등한 사례가 있다.

이번 합병은 낸드 업체 간 이슈지만 디램 업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낸드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치킨게임으로 M&A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낸드뿐 아니라 디램의 감산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경쟁력 저하와 퇴출 및 합병을 목적으로 공급전개계획(치킨게임)을 실행해 왔는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실제 이뤄진다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적극적 감산이 올해 3분기부터 실행되며 낸드뿐 아니라 디램의 반전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는 인식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AI 서비스인 챗GPT 열풍으로 엔비디아 등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반등했지만 그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서버의 핵심 부품은 GPU(그래픽처리장치)다. 그에 못지 않게 연산 결과를 저장하는 디램과 낸드의 중요성도 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서버에 사용되는 64GB(기가바이트) DDR4 가격은 100~120달러 정도인데 AI 서버용 신제품인 128GB DDR5는 1000~1200달러로 10배 이상 비싸다. 이익률이 50%가 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대비) 메모리 공급 업체의 주가는 심각히 저평가 돼 있다"며 "AI 성장에 투자하려면 메모리 반도체를 사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계의 적극적인 감산을 감안하면) 향후 반도체 가격이 과거 평균 이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챗GPT라는 변화가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메모리의 수급과 가격 변화도 갑자기 크게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자율주행 등의 수요가 커지며 그래픽 디램(GDDR) 같은 고사양 디램 수요 증가가 본격화 할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이 돋보이는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입지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