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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이제 42층으로 올라가시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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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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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업에게 적자는 사활의 문제다.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 딱지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15년만이다.

이 회사의 적자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 도요타와 더불어 전세계 제조업 영업이익 1~2위를 다투던 기업이다. 일본 전자업체 10개사의 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경쟁 전자 업체들이 적자를 내도 삼성전자는 안정된 포트폴리오로 흑자를 유지했었다.

'삼성은 클래스가 다르다'고 평가받았던 이유다. 그런 삼성전자가 왜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시황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일시적으로 '폼(실적)은 무너졌지만 클래스(1등 DNA)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만난 삼성 전직 최고경영진들은 '폼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클래스가 떨어진 것'이라며 시스템 변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재를 대비해 만들어진 비상체제의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 삼성의 관리 체제는 위기 상황에 꾸려진 임시체제다. 임시 특수부대라는 의미의 '태스크 포스'(Task Force)라는 이름이 잘 말해준다.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회장 비서실 조직인 미래전략실이 2017년 2월 해체됐다. 그해 11월 임시로 삼성전자사업지원TF,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 금융경쟁력강화TF가 만들어졌다. 그 임시 TF가 7년째 상시 운영 중이다.

TF 내에는 재무와 인사만 두고 법무나 대관, 전략, 기획 등 나머지 비서실 기능들은 각계열사나 경제연구소에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곳곳에 산재해있지만 법률적 근거는 미비하다. 매출 300조원의 삼성전자를 비롯한 63개 삼성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엔 부족한 미봉책이다.

비상상황에서 TF의 임무는 리스크(위기) 관리일 수밖에 없다. 하라는 것보다 하지 말라는 게 많았다. 일을 벌이지 않으니 리스크는 없는데, 미래성장 먹거리 발굴도 멈췄다. 복지부동의 일상화다.

"안된다"는 말이 많아지니 제대로 된 보고와 소통은 요원하다. 하물며 '부사장급' 임원조차 그 윗선이 두려워 제대로 된 보고도 못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불통이다.

소통이 사라지니 불만만 는다. 회사 내에선 삼성의 경영철학인 '인재제일주의'가 '인사팀과 재무팀만 제일'이라는 뜻이라며 비아냥거린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냉소주의가 만연했다. 이런 기업내 암적 양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삼성의 1등 DNA를 살리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국가든 사회든 최고효율을 내는 정체(政體)가 최선의 정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효율이 떨어진 체제는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가 적자라는 것은 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의 성공은 총수, 비서실, CEO(계열사 이사회)의 3각 편대의 조화로운 합작품이었다. 기업 총수는 전지전능의 존재가 아니다. 63개의 거대 계열사를 거느린 총수가 그룹 차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스텝 조직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법률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수행비서 없이 혼자 해외출장을 다니는 이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지 6개월이다. 아직도 무보수로 일하는 그는 부회장 때 쓰던 삼성전자 서초사옥 41층 사무실을 사용한다. 선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쓰던 42층 회장실은 비워둔 상태다. '적자' 삼성전자에 지금 필요한 건 겸양이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이다.

이제 42층으로 옮겨 거함의 컨트롤타워에서 멀리 보고 깊이 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 이건희 회장이 "5년 10년후 삼성의 모든 1등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던 경고가 아직도 귓가에 들린다. 이제 이재용 회장의 결단의 시간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기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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