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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구경하세요. 입장료 10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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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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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대한민국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의 한국관 모습/사진출처=프랑스 한인 100년사 coreens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의 한국관 모습/사진출처=프랑스 한인 100년사 coreens
2030부산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글로벌서포터즈와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았다. 기대에 못미치는 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상인들에게 사인까지 해주면서 "엑스포 유치에 관심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엑스포 유치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적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엑스포 유치에 나서는 이유는 엑스포가 국격 함양과 경제도약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안타깝게도 한 때 우리 선조인 '조선인'들은 박람회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제국주의의 전유물이었던 만국박람회(엑스포)는 1851년 영국의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 내에 건설된 수정궁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파리 에펠탑이 건설된 때인 1889년 프랑스 파리 박람회에 조선의 이름으로 처음 참가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는 '대한국'의 이름으로 참가한 역사가 있다.

지난달 실사단이 방한했던 국제박람회기구(BIE)가 1928년 생기면서 세계박람회의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기 전까지는 각 열강들이 자국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여러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어 식민지가 된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열린 박람회의 '인간 구경거리'로 전락돼 전시되는 처지가 됐다. (출처: 일본 박람회의 '조선인 전시'에 관한 연구, 권혁희 서울대 대학원 인류학과 인류학 전공 석사 논문, 2006년 12월)

1907년 3월 도쿄권업박람회 보옥전(수정궁) 앞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갓을 쓴 박씨라는 조선남자와 그 옆에 흰 옷을 입은 정씨 성의 조선여성이 박람회에 전시된 조선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출처=서울 시립대 박물관.
1907년 3월 도쿄권업박람회 보옥전(수정궁) 앞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갓을 쓴 박씨라는 조선남자와 그 옆에 흰 옷을 입은 정씨 성의 조선여성이 박람회에 전시된 조선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출처=서울 시립대 박물관.

'조선인 전시'는 1903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5회 '내국권업박람회'에서 '학술인류관'에서 시작돼 1907년 3월 '도쿄권업박람회'까지 이어졌다. 두 박람회에서의 '조선인 전시'는 조선유학생 등의 격한 항의로 행사 중간에 중단됐다.

1903년 조선인 전시가 각국의 다양한 원주민을 전시한 것이라면, 1907년 일본상인회의 '도쿄권업박람회'에선 단순히 행사 흥행을 위해 부산과 대구 출신의 조선인 남녀 2명(위 사진 참조)을 구경거리로 전시한 차이가 있다.

조선관 옆 70평 규모의 수정궁(보옥전)의 끝자락에 거울로 된 방에 전시된 이들을 보기 위해 성인은 10전( 1919년 단성사 극장 입장료 특등석이 1원 50전), 아이와 군인은 5전(1921년 전차 1구간 요금)을 냈다.

야만의 시대, 약소국민의 설움이다. 그들의 비이성적 야만 행위를 마냥 비난만 하고 멈춰서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 설움을 딛고 해방 후 경제성장과 함께 88서울올림픽을 통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1만달러 시대를, 2002년 월드컵을 통해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은 세계 3대 이벤트인 세계박람회(등록엑스포) 유치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와 5만달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국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여전히 해외에 나가면 "Are you Korean?"보다는 'Are you Japanese? 혹은 Are you chinese?'라고 먼저 묻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각인되지 않은 채 '노스 코리아(North Korea)'의 위험만이 인식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해 시드니에서 10개월 생활하면서 호주 전역을 달리는 도요타 자동차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많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 또 옆집 외국인 노부부가 새로운 LG OLED TV를 구매한 후 포장박스를 집 밖에 내놨을 때 그 박스만 보고도 뿌듯했다. 길이나 지하철에서 삼성전자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친근감을 느꼈다.

호주 시드니의 최고 번화가인 피츠스트리트(Pitt Street) 185번지에 위치한 제네시스 시드니 스튜디어 고급스러운 매장의 분위가 눈에 띈다. 평소에는 인파로 만원을 이루는 거리다.//사진제공= 제네시스 시드니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쳐.
호주 시드니의 최고 번화가인 피츠스트리트(Pitt Street) 185번지에 위치한 제네시스 시드니 스튜디어 고급스러운 매장의 분위가 눈에 띈다. 평소에는 인파로 만원을 이루는 거리다.//사진제공= 제네시스 시드니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호주 시민들은 현대기아차나 삼성·LG가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시드니 중심지인 CBD에 멋지게 있는 제네시스 자동차 매장을 보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 길을 다니는 누구도 한국 기업 매장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기업의 명성보다 국격이 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과 더불어 싸이와 BTS, 블랭핑크가 알린 '코리아'가 더 각인돼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다. 엑스포를 개최하면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난다.

개최기간인 6개월간 200개국에서 5050만 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00만명이 방문했던 월드컵보다 약 17배 많은 규모다. 경제적 효과는 약 61조원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11조 5000억 원)의 5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신청 도시는 부산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 우크라이나 등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미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를 치르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그 두 엑스포는 중간규모의 인정엑스포였다. 그보다 더 크고 장기간 운영되는 등록엑스포를 유치한 적은 없다. 등록엑스포는 5년마다 최대 180일(6개월)간 열리며 전시장 규모는 무제한이다. 부스도 설치비를 개최국에서 대는 인정엑스포와 달리 참가국의 비용으로 마련한다.

2030부산엑스포는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이며, 100년 전 전시품으로 전시됐던 수모를 딛고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어떻게 우뚝 선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전환점을 만드는 행사이기도 하다. 정부는 물론 최태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등 수많은 기업인들이 밤낮 없이 각국을 다니며 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힘없는 나라'의 슬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을 만날 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선배들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2030부산엑스포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한발 더 뛰어야 하는 이유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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