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D램 벽 넘은 메모리 3사...기술 주도권 가를 승부처는 '6세대'

삼성전자가 개발한 5세대 10나노급 D램/사진제공=삼성전자

6세대(1c) 10나노급 D램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간의 기술 리더십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톱3 기업들 모두 5세대(1b) 10나노급 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업들 간 기술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태다. 결국 D램이 잘 팔리는 호황기 시점의 기술력이 중요한 만큼, 업계에선 6세대 D램이 반도체 업턴(상승 반전)때의 시장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1b 공정을 디딤돌로 두고, 1c 공정 개발과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은 내년 상반기쯤 의미 있는 반도체 시장 반등이 있을 것이라 보는데, 이때 업계 최선단 공정이 1c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통상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품믹스(비중)를 결정한다. 자연히 호황엔 제품을 사줄 고객사 수요가 높으니 마진율이 높은 최선단 신제품을 많이 양산하지만, 반면 불황기에는 신제품 양산을 줄이는 경향이 크다. 고객사가 재고를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로선 현재 업계 최선단 공정인 1b D램을 개발했다고 해도, 대량 양산을 할 수요와 필요성이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각각 올해 14년,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내는 등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들어 전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감산에 돌입하는 등 투자 규모를 줄인 것도 1b 공정 제품의 양산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공정이 미세화될 수록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6나노(㎚·10억분의 1ｍ)로 여겨지는 1b 공정의 경우 14나노인 기존 공정보다 D램 선폭이 줄면서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는데, 이 미세공정을 위한 장비 투자 비용이 그 이상이면 돈을 못 버는 제품이 된다. 때문에 지금과 같이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선 기업들이 신규 장비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만큼, 최선단 제품을 제품믹스에서 적게 잡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는 양산 투자를 줄이는 대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만큼, 기업들이 개발에 치중하면 양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량이 줄고, 반대로 양산이 우선이면 개발이 늦어진다. 재고가 쌓여 있는 만큼 1b D램 양산이 아닌 1c D램 공정 개발에 집중해 다음 업사이클에 집중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1c 공정은 12나노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1c D램 개발·양산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예측되는 업턴과 맞물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 "잘 만드는 것과 별개로 잘 팔리는 상황도 필요하지 않느냐"며 "지금 1b는 빠르게 1c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다"라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톱3는 1b 공정 개발을 앞다퉈 완료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사가 1b 공정 D램 개발 시기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b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고 AMD와 호환성 인증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엔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인텔과 1b DDR5 서버용 D램 호환성 인증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엔 시험용 양산을 시작했고, 공식 양산 시기는 올해 3분기로 예정돼있다. 서버용 D램은 CPU와 결합해 사용되기 때문에 CPU제조사와의 인증 절차는 신제품 출시 전 필수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b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회로 선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더 넓어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감산 중인 상황에 양산은 큰 의미가 없다"며 "1b D램은 스쳐가는 제품이고, 내년에 시장이 좋아질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c D램에서 제대로 겨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