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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방만한 '방만경영 프레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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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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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기업의 일반적 모습은 이렇다. 만든 상품을 못 판다. 재고가 쌓인다. 영업이 안 된다. 재무 상황은 악화된다.

처방은 간단하다. 돈 되는 자산이 있으면 판다.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구조를 개선한다. 장사가 안 되니 직원이 많을 필요가 없다.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실패하면 회사는 망한다.

반면 전라남도 나주에 본사를 둔 적자기업은 다르다. 적자 규모가 천문학적인데 상품이 너무 잘 팔린다. 여름을 맞아 수급 걱정을 할 정도다.

인력도 오히려 부족하다. 기존 업무에 추가로 할 일도 산더미다. 장부상 재무 구조는 안 좋은데 시장의 우려는 깊지 않다. 수십조원의 적자를 내는데도 채권을 찍으면 불티나게 팔린다. 한해에 수십조원의 적자를 내도 망할 회사로 보지 않는다.

적자 이유를 모두가 안다. 이 회사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밝힌 전력 판매 단가는 ㎾h당 146.6원이다. 이번 2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을 더하면 ㎾h당 155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가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적용하는 도매가 SMP(계통한계가격)는 1분기 기준 ㎾h당 237원, 지난달 평균 164.86원이다.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는 여전하다.

# 모습은 다른데 요구받는 답안지는 같다. 자산을 팔고 돈을 줄이란다. 짧게만 따져도 10년째다. '데자뷔(기시감)'가 아니다. 흘러간 레코드판 돌리듯 되풀이된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정부의 선언이 나온 게 2013년이다. 불필요한 자산 매각, 임원진 성과급 반납, 과도한 복지제도 축소 등 주문서가 쏟아졌다. 미션을 완성했다고 정부가, 공기업이 스스로 평가했다.

2022년 6월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외쳤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한달뒤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기능 축소·인력 감축·예산 절감·자산 매각·복지 제도 축소 등 5개 메뉴를 내놨다. 이후 예산 효율화·복리후생 개선 계획, 자산 효율화 계획, 기능조정·인력 효율화 계획 등 분야별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이 기준을 토대로 이행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한다.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결과는 '차질없이 진행중'. 한마디로 만족스럽다는 평가인데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뼈를 깎는 고통'을 요구받는다. '방만 경영' 프레임에 걸린 채 말이다.

# 한두번 듣는 소리는 아니지만 이번엔 속이 더 부글부글 끓는다. 공기업 한 임원은 토로한다. "한번 방만하게 지내보고 방만했다는 욕을 먹으면 억울하진 않겠다"고.

그도 한때 '신'이었던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신의 직장'을 다니는, 작은 신이었다. 안정적 직장 속 다양한 복지 혜택 등 과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눈 먼 돈이라 생각했기에 씀씀이도 제법 컸다.

하지만 매년, 매분기 내놓은 자구책, 혁신안 등을 거치며 신의 권리는 다 사라졌다. 성과급 반납이 연례행사가 되다보니 월급 외 받는 게 없다. (참고로 성과급 부과 기준이 되는 경영실적평가를 왜 하는지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공기업 직원도 적잖다)

명절 선물도 언감생심이다. 정년 보장만 남았을 뿐 어떤 혜택도 없다.

깎을 뼈가 없어서 고통스럽다는 공기업 직원들은 그래서 '방만 프레임'에서 더 모욕을 느낀다. 정권이,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요리하듯 활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방만하고 화려한 파티가 공기업의 부실을 만들었다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레토릭(수사), 프레임의 덫 등으로 본질을 외면하면 신뢰가 사라진다. 공기업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정책 집행 등의 효율과 기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44조원 적자 기업을 만든 것은 2만2000명의 파티가 아닌 5000만 국민의 파티였음을 모두가 알지 않나. 정부가 이제 외쳐야 할 것은 이거다. '대한민국 국민, 파티는 끝났다'. 그러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광화문]방만한 '방만경영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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