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균 vs 이정효 "노란색 안경 어디서 샀니?→관심 꺼요"... 비하인드 감독 '썰전'

서울이랜드 박충균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절친 사이' 이정효(47) 감독과 박충균(49) 감독이 치열한 '썰전'을 벌였다.

광주는 지난 24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와의 '2023 하나원큐 FA컵' 16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허율의 극장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광주는 대회 8강에 진출했다. 파주시민축구단을 꺾고 올라온 전북 현대와 4강 진출을 다툰다.


두 살 차이인 박충균 감독과 이정효 감독은 축구계 절친으로 유명하다. 선수 시절 부산 아이파크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었고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 중이다.

양 감독은 경기 전부터 유쾌한 설전을 이어갔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박충균 감독이었다. 박충균 감독이 "이정효 감독을 많이 약 올려야 하는데 요즘 광주가 성적이 안 좋아 약 올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농담 뒤에는 후배를 위한 마음도 느껴졌다. 박충균 감독이 "광주가 우리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정효 감독은 저와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하지만 저보다 훨씬 능력 있는 감독이다.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할 텐데 우리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이정효 감독은 시력 문제 때문에 노란색 렌즈 안경을 쓰고 경기장에 나타난다. 멋스러운 정장 차림이 더해져 그라운드의 멋쟁이로 불린다. 박충균 감독은 "대체 그 안경을 언제까지 쓸 거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당분간 계속 쓸 것 같다. 멋진 양복은 어디서 샀는지도 물어봐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취재진에게 "이정효 감독 인터뷰를 했느냐"고 물은 뒤 "노란색 안경을 언제까지 쓸 건지 양복은 어디서 샀는지 꼭 좀 물어봐 달라"고 도발했다.

이어 바로 이정효 감독을 만났다. 박충균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자 "안경은 병원에서 쓰라고 해서 쓴 거다"라며 "저한테 관심 좀 끄라고 전해달라. 나보다 축구에 좀 더 신경 쓰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충균 감독이 승부차기까지 갈 것을 대비해 슈팅 연습을 했다고 하자 이정효 감독은 "우리는 90분 안에 승부를 보겠다. 승부차기 연습도 굳이 안 했다"고 자신감을 보인 뒤 "골을 못 넣으면 내가 들어가서 넣을 거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이랜드 공격수 호난(가장 오른쪽)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서울이랜드

서울이랜드 미드필더 유정완(오른쪽)이 슛을 때리고 있다. /사진=서울이랜드

이정효 감독은 박충균 감독과 친분에 대해 "선수 생활을 같이 오래 했고 코치 시절에도 연락을 자주했다. 요즘에는 제게 '왜 이렇게 내 스타일을 따라 하느냐'고 뭐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선배님이고 조언과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요즘 광주가 상황이 안 좋아도 '너 스타일을 버리면 안 된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럴 때면 난 '나는 버릴 생각이 없으니 형이나 잘 따라와라'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독 친하고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자 "그렇다. (둘 다) 정상은 아니다"라고 말해 연신 웃음을 선사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감독의 눈빛이 달라졌다. 경기 전 '광주가 한 수 위'라고 말한 박충균 감독의 엄살과 달리 서울이랜드가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이랜드가 전반에 유효슛을 두 차례나 때리는 사이 광주는 서울의 촘촘한 수비라인에 막혀 단 한 차례의 유효슛도 때리지 못했다. 후반 중반에야 토마스가 첫 유효슛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광주는 후반 막판부터 몰아붙였고 교체 투입된 허율이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온 박충균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움으로 가득했지만 후배를 향해 축하부터 건넸다. 박충균 감독은 "개인적으로 친한 이정효 감독이 K리그1에서 (성적 때문에) 힘들어했다. 제가 보약을 먹인 것 같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홀가분하게 리그에만 집중하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많았는데 다들 잘 싸워줬다. 빨리 잊고 돌아오는 안산전에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효 감독은 "힘든 원정이었다. 최근에 승리가 없었는데 선수들이 노력해줘서 이겼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격이 잘 안 풀린 것에 대해 "공격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 때문에 상대에게 공을 내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하려는 부분은 좋게 보고 있다. 선수들은 성장 중이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FC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이랜드 박충균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