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찬물 끼얹을라…한은, 기준금리 '3.5%' 3연속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 가운데)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동결이다.


물가 경로가 한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가운데 굳이 무리하게 금리를 더 올려 가뜩이나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 3.5%까지 총 7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월 10개월 만에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 데 이어 이번에 3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과 부합한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모두 5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들은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가 확인된 것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했다.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또 한은이 이날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로 1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0.1% 하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도 금리 동결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수 있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향후 추가 정책 강화 정도는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조건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금리인상) '일시정지' 정도의 신호가 나온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나서 '미국보다 금리를 더 빨리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시선은 금리 인하 시기에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핵심 이유로는 물가 상승률 둔화와 경기 둔화 심화가 꼽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정도되면 미국 경기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고 우리나라도 인하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물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연말 물가수준은 분명히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을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간 뒤 추세적으로 2%까지 간다는 확신이 들어야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 같아 빨라야 내년 1분기쯤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 대비 0.2%p 낮춘 1.4%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3.5%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