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중국 효과 부진에…한은, 경제성장률 눈높이 또 낮췄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지난해 5월(2.5%→2.4%)·8월(2.1%)·11월(1.7%), 지난 2월(1.6%)에 이어 5번째 하향 조정이다.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1.1%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에는 1.6%로 예상했지만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기대에 못미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탓에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내려 잡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은 IT 경기 회복과 중국 경제활동 재개의 영향 파급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데 대부분 기인한다"며 "하반기부터는 대외여건 제약이 다소 완화하면서 국내 경제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IT경기 반등 시기, 중국경제 회복의 파급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1.6%), IMF(국제통화기금·1.5%) 등 주요 국제기구 전망치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0.8%)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2.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소비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양호한 고용 사정, 가계소득 증가 및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는 IT경기 위축과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연간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부동산 경기 둔화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감소 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해 0.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품수출은 당분간 둔화흐름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치도 낮춰 잡았다. 지난 2월 제시한 260억달러보다 20억달러 적은 240억달러를 새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도 48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취업자수는 증가규모는 지난 2월 전망(13만명)의 2배 가까이 급증한 25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대면활동 정상화로 서비스업 노동수요가 지속되고 여성·고령층 노동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률도 기존 전망(3.4%)보다 낮은 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중국 경제와 관련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우선 중국 경기 회복이 서비스에서 재화·해외여행으로 확대되고 IT경기가 빠르게 개선되는 등 최선의 경우에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물가상승률은 3.8%로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 등 선진국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최악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1%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은 3.3%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인 3.5%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기저효과 확대로 6~7월 중 상당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여 연간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3%를 상회하는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