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우려에 '3연속 금리동결' 한은, 추가 인상 '깜빡이'는 안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근 들어 '물가'보다 '경기' 걱정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큰틀에서 물가 경로가 한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가운데 굳이 무리하게 금리를 더 올려 가뜩이나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상저하고' 반등 시점이 올해 3분기에서 4분기를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기존 전망 1.6%에서 1.4%로 낮췄다.

시장 시선은 '금리 인하 시기'로 향한다. 연내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거듭된 경고에도 시장은 이르면 4분기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점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시장에 다시 한번 경고장을 날렸다.

25일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3회 연속 동결한 주요 원인은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한은은 "우리 경제는 소비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경기 전망에 대해선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파급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하회하는 1.4%로 예상되며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경기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치며 가까스로 두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다.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물가'에 대한 경계감은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7월 6.4%까지 뛰었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로 내리는 등 둔화세가 뚜렷하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국제유가의 기저효과 확대로 6~7월 중 상당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장은 한은의 3회 연속 금리 동결로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금리 동결을 이어가다 이르면 4분기나 내년 1분기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대 성장률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잠재 수준을 큰폭 하회하고 있는 낮은 성장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 금리는 결국 잠재 성장률 수준인 2%대 중반을 향해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한은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경기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긴축 경계감 완화 등으로 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물가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 3.75%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5명)보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늘어난 것이다.

금통위원들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진 한미금리차에 대한 경계감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예상을 깨고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앞으로 절대로 올리지 않을 텐데 지금 겁만 주고 있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호주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을) 포즈(pause·정지)하고 지켜보겠다고 해서 (금리를 추가로) 안 올릴 것으로 알았는데 지난달 올렸다. 한국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말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