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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의사로 보낸 10년"…간호사 면허증 반납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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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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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인터뷰] PA 출신 간호사 A씨

반(半)은 간호사, 반은 의사의 역할로 살아가는 이들. 바로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간호사들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PA 1만여 명은 또다시 '침묵의 불법자'로 살아갈 처지에 놓였다. 최근까지 10년 가까이 빅5 병원 가운데 한 곳에서 'PA'로 일해온 40대 A씨에게서 'PA'로서의 근무 환경에 대해 들었다. 그는 인터뷰의 전제 조건으로 철저한 익명을 요구하며, 몸담았던 진료과와 근무 기간을 철저히 익명에 부쳐달라고 강조했다.
"투명인간 의사로 보낸 10년"…간호사 면허증 반납하는 이유



Q. PA로 근무하게 된 계기는?


"간호부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마침 진료과 소속 PA 자리가 하나 생겼는데, 그 업무를 맡을 의향이 있는지 병원에서 내게 물어왔다. 그때는 PA가 불법 존재인 줄도 몰랐다. 일반 간호사는 병동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데, PA는 3교대가 아닌 상근직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3교대로 근무하는 것보다는 상근이 낫겠다 싶어서 PA를 지원하게 됐다. PA로 일해보니 일반 간호사 때와 달리 밤 근무는 없었지만, 오버타임은 많았다. 예컨대 오전 8시, 오후 5시 칼퇴근 형식이 아니라, 그날 진료과에서 진료 또는 회진이 늦게 끝나면 그것에 맞춰 근무 시간이 길어지는 형태다."


Q. PA가 전공의를 대체한다는데, 전공의와 PA의 인력 구성은?


"PA는 보통 상급종합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 있는데, 병원마다 PA가 '간호부' 소속인 곳도 있고, '진료과' 소속인 경우도 있다. 만약 PA가 진료과에 소속되면 진료과 변동 없이 계속 그곳에서 일하지만, 간호부 소속이면 간호부 내에서 로테이션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흉부외과 소속 PA는 흉부외과에서만 계속 근무하지만, 간호부 소속 PA는 흉부외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 등을 옮겨 다니는 식이다. 내가 속했던 병원은 진료과에서 PA를 뽑았다. 내가 속한 진료과에서 전공의가 줄어들자 나를 PA로 증원한 것이다. 그 이후 내가 퇴사할 때까지 전공의는 20%가량 줄어들었지만, PA는 2~3배 더 많아졌다."


Q. PA가 불법인 줄 알았나?


"뽑힐 때만 해도 PA라는 존재가 불법인 줄 몰랐다. 주어진 업무가 간호사로서 했던 일은 아니어서 법적으로 옳지 않겠다는 생각이 초창기 때부터 들면서 불법임을 직감했다. 참고로 병원에 따라 내부에서 PA를 '전담 간호사'로 부르는 곳도 있다. PA 가운데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도 있지만 아닌 간호사도 있다. 어떤 병원에서는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PA를 PA라고 부르지 않고 'SA'(수술 보조 인력·Surgical Assistant)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병원마다 '수술방 PA'와 '진료과 소속 PA'를 부르는 호칭이 다를 수 있다. 채용공고 때 '전담 간호사'라고 내건 병원도 있었다고 들었다."


Q. 불법임을 직감한 '의사의 일'은 무엇이었나?


"가장 흔한 건 '대리처방'이었다. 교수 등 주치의들이 회진하다가 레지던트 수가 부족한 나머지 바로, 빨리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더러 있었다. 그럼 그날 앞서 진행한 회진 때 체크한 환자 상태를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데, 주치의는 수술방에 가고 없지 않나. 그럴 때 어떤 검사를 받게 할 지 그 처방을 내가 했다. '약' 처방보다는 '검사' 처방을 더 많이 했다. 환자는 검사를 빨리 받아야 하는데, 검사는 예약부터 해야 하고, 이게 늦어지면 환자는 검사를 너무 늦게 받고 덩달아 처치도 늦어진다. 검사 처방은 의사 고유의 권한이지만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대리기록'도 내가 했다. 의사는 진료기록을, 간호사는 간호기록을 담당하는데 그중 의사들이 해야 했던 진료기록(환자의 치료 경과 기록) 일부를 나눠서 내가 했다."


Q. PA로 일하면서 실수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레지던트(전공의)보다는 숙련된 PA(간호사)가 처방도 그렇고 훨씬 더 잘한다. PA가 치료 과정을 레지던트보다 오래 봐왔고,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식이 더 많아서다. 오히려 레지던트는 배우는 과정, 즉 '수련' 중이므로 실수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교수(전문의)들도 레지던트들이 뭘 하려 하면 에러가 자꾸 나고, 불편하고, 문제가 되니 PA와 합을 맞추고 싶어 한다. 신규 PA가 아닌 이상, PA가 실수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처방하는 게 아니고, 그 의사의 ID로 들어가서 대리 처방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종일 뛰어다니면서 일은 많이 했는데, 정작 내 이름으로 남는 흔적은 없었다. 왜냐면 내 이름으로 처방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내겐 처방 권한도 없다. 그런 것에 대한 자괴감이 컸다. 마치 투명 인간과 같은 세월을 10여 년간 보낸 것이다."


Q. 동료 PA의 업무 중 놀랄 만한 것도 있었나?


"요즘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PA에 수술실에서 봉합하게 한다든지, 콧줄을 직접 끼게 한다든지 이런 건 다행히 우리 병원에선 없었다. 이런 업무처럼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 미칠 수 있는 일까지는 안 했다. 하지만 동료 PA 가운 '수술 부위 드레싱'을 하는 경우는 적잖았다. 수술 부위 드레싱은 일반적인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것과 다르다. 개복해 수술한 후 봉합한 부위를 드레싱 하는 것으로, 수술 후 상처 관리에 직결되는데,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보다 로컬(동네 의원, 전문병원 등)에서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들었다.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 등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이 의사의 일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Q. PA의 존재를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PA 존재의 합법화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간호사의 역할만 간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PA로 있으면서 합법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역할을 준다면 좋겠다. '이건 불법이니까 다 없애라'는 것보다는 PA가 하는 일이 환자에게 훨씬 더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엇보다 환자에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같은 일을 의사로서 할 때보다 간호사로서 할 때 환자에게 더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가는 조건이 복잡하다. 법적으로 PA를 합법화하고, 매우 숙련된 간호사만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PA의 존재는 환자에게 좋을 것이다."


Q. 불법임에도 병원에서 왜 PA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전공의 수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PA로서의 일은 전공의만 있었어도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큰 병원에서 PA를 두려는 이유가 전공의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PA를 뽑을 때 자격요건으로 신규 간호사를 뽑지 않는 것도 전공의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큰 병원에서 PA를 뽑을 때 경력 간호사 중에서도 해당 진료과 또는 관련 진료과에서 수년 이상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간호사'에 한해 뽑는다. 병원마다 원하는 경력은 다르지만 어떤 곳은 3년 이상, 어떤 곳은 5년 이상 해당 또는 관련 진료과의 경력을 필수로 본다."


Q. 간호법을 통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나?


"물론이다. 간호법을 제정해 업무 범위를 명확화해야 간호사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책임감도 더 들게 될 것이다.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이 생길 때 책임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다. 물론 일할 때도 책임감 있게 임할 수 있다. 하지만 PA처럼 투명 인간으로 일하게 되면 어느 순간 일에 대한 자괴감 들고, 책임감도 덜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을 위해 대한간호협회에서 진행하는 면허증 반납 운동에 동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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