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경기 '상저하고' 전망엔 변함없다"…이유는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5.25.

"올해 우리나라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은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5월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상저하고) 흐름은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여러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5월 2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장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기가 하반기에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 상저하중(上低下中) 흐름을 보이고 연간 1%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요지부동이다.

한은은 25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려 잡으면서도 상저하고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중국·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모습이지만 '연내 회복'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성장률이 각각 0.8%, 1.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연간 전망치를 1.6%로 제시했을 때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1%, 2.0% 성장을 내다봤다. 이번에 상대적으로 하반기(-0.2%p)보다 상반기(-0.3%p) 성장률 전망치를 더 많이 내려 잡은 것이다.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 영향,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부문 경기 부진 완화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 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5.25.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IT와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회복이 늦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에 근거해서는 상저하고 패턴이 유지될 것"이라며 "당초 생각보다 한 분기 정도 늦어지는 면은 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선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3분기 정도가 저점일 것이란 전제가 많았는데 지금은 4분기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몇 가지 좋은 사인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다든지 해외의 돈이 들어오는 것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저점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1.4%가 세계 성장률 전망에 비춰볼 때 그렇게 비관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평균적으로 세계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3% 정도"라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이 중심이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이 정도 성장을 하고 있으면 너무 비관적으로 파국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추 부총리가 향후 경제지표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한은과 비슷한 분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현재의 전망치 1.6%를 대폭 하향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경제는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데 그런 것들이 조금씩 지나고 IT 수요도 회복되면 전반적인 세계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