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감면 광고믿고 땅 샀는데 과세대상…대법 "손해배상해야"

=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입주기업에게 세금감면을 약속한 광고를 믿고 계약을 했지만 광고와 달리 세금을 내야 했다면 광고를 낸 시행사가 손해를 배상해야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주시로 공장을 이전한 A씨가 납부한 취득세 등을 지급하라며 시행사 원주기업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주기업도시는 원주시와 함께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회사로, 2016년 7월경 지식산업용지 분양안내서를 작성·배포했다. 이 안내서에는 입주기업의 법인세 감면에 관해선 신설·창업 기업과 과밀억제권역으로부터의 이전기업으로 나눠 감면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취득세는 '15년간 100%', 재산세는 '5년간 100% + 3년간 50%'를 감면한다고 기재돼 있었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A씨는 이 분양안내서를 믿고 원주시의 공장용지를 24억 원에 매수했고,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후 취득세, 재산세 등 명목으로 총 2억2984만원을 납부했다. 분양안내서와 달리 취득세·재산세 감면은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A씨와 같이 기존 사업장을 이전하는 기업은 감면대상에 포함돼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피고의 부당한 광고행위가 있었지만, 원고가 납부한 취득세 등이 피고의 광고로 인한 손해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취득세 등이 감면대상이 아님을 제대로 설명했더라도 원고로선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밖에 없고, 원고가 단순히 세제혜택만을 믿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의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심의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총 6면으로 구성된 분양안내서에 취득세, 재산세 감면에 관한 내용이 표지를 제외한 사실상 첫 면에 기재돼있어, 감면혜택은 원주시에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에게 대상 토지의 선정, 매매계약의 체결여부에 관한 결정 과정에서 주요한 고려요소 가 됐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률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로선 일반국민의 신뢰대상인 지방자치단체인 원주시가 공동사업 시행자로 표시돼있는 광고를 그대로 신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당시의 정황, 분양안내서의 허위·과장 정도, 납세의무는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 언제든 확인이 가능함에도 원고가 사전에 관할관청 등에 이를 확인해보지 않았던 사정 등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피고의 허위·과장광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원고의 손해액을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