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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처분 과해" 소송 건 가해자…시간끌기 '최장 26개월'

머니투데이
  • 김도균 기자
  • 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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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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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법정 가는 학폭(上)

[편집자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분을 받은 가해자 상당수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포털에는 학폭위 처벌 수위를 낮춘 사례를 광고하는 학폭 전문 로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 법원이나 교육청에서 결과가 바뀐 사례는 흔하지 않다.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피해학생의 상처는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졸업만 기다리나…법정 간 학폭, 최장 26개월 '하세월'


① 학폭위 결정 불복 소송·심판 인용 비율은 각각 6.4%, 10.7%에 불과

"학폭위 처분 과해" 소송 건 가해자…시간끌기 '최장 26개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행정심판을 제기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소송과 심판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적 절차를 밟아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열에 한번 꼴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끌기용으로 소송과 심판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19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 동안 서울 지역 초·중·고에서 학폭위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각각 260, 109건으로 나타났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 등으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국민이 청구하는 권리구제 절차를 말한다. 행정소송은 법원이, 행정심판은 행정청이 판단한다는 차이가 있다. 학폭위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은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해당 기간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함께 제기한 경우도 27건에 달했다. 행정소송은 1 건을 제외하고 모두 1심 재판으로 결과가 확정됐다.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8건을 제외하면 학폭위 처분이 확정된 날짜부터 소송이나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약 1년1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학폭위 처분부터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2개월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2020년 10월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강남서초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출석정지 등 처분을 받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모두 제기했는데 지난해 12월에서야 결론이 나왔다.

이처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학폭위 처분이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행정심판 총 260건 중 "학폭위 처분이 부당하다"는 당사자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인용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10.7%인 28건(일부인용 16건, 인용 12건)이다. 행정소송은 109건 중 7건(6.4%)이다.
"학폭위 처분 과해" 소송 건 가해자…시간끌기 '최장 26개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학폭위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이나 심판을 제기할 계획이 있는 경우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학폭위 처분을 유예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인용 결정이 내려지는 비율이 높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행정소송 전 집행정지를 제기한 경우는 75건인데 이중 45건(60%)이 받아들여졌다. 행정심판의 경우 134건 중 33건(24.6%)이 인용됐다.

"학폭위 처분 과해" 소송 건 가해자…시간끌기 '최장 26개월'
이 밖에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학폭위 처분 이후 법적 절차를 밟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지역 학생이 제기한 법적 쟁송은 전체 행정심판 중에서 35.7%(93건)가, 행정소송 중에서 28.4%(31건)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전병주 시의원은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폭 사건처럼 학폭위 처분 결과에 대해 가해자 측이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걸고 동시에 집행정지를 시도하는 등의 행위가 학교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시간끌기로 인해 피해 학생의 상처는 커져가고 있는 실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임료 최소 1000만원"…부모 재력에 휘둘리는 학폭위 처분


② 법 기술로 학폭징계 무력화…학폭 전문 로펌도 등장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최근 한 경찰서가 주관한 학교폭력 대책 회의. 한 참석자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기지개 켜는 짝꿍의 배꼽을 간지럽혔다"며 "이건 성추행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사례를 꺼낸 참석자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실제 학폭위 처분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사례도 성 사안으로 징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처분을 두고 일각에서는 1학년 학생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중학생 자녀를 둔 50대 여성 이모씨는 "피해 학부모 입장에서는 소중한 딸이 그런 일을 겪었으면 굉장히 속상하고 걱정될 것"이라면서도 "1학년이면 성폭력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너무 과한 처분같다"고 말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은 '법 기술' 이용해 강제 전학 불복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2023.2.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2023.2.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처럼 다소 사소해 보이는 일로 학폭위 처분을 받게되는 경우가 있지만 더 심각한 폭력을 저지르고도 처분을 최대한 미루거나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변호사 아들 정모군은 고등학교 시절 학폭으로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다. 같은해 6월부터 민사고 학교법인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후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학폭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 받아들여졌다. 정군은 2019년 1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뒤 20여일 뒤인 같은 해 2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강원도 학폭위가 전학 처분을 내린 지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행정소송 3심까지 포함해 징계 절차의 이행을 멈춰 달라며 총 4차례의 집행정지와 1차례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단 1차례만 인용됐지만 강제 전학을 8개월 늦출 수 있었다. 가해 학생이 고통받는 동안 정군은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학폭 전문 로펌도 등장 '변호사만 88명'…이대로 괜찮은가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학교폭력 사건·사고가 잇달아 불거지며 '학교 폭력' 전문 법무법인도 등장했다. 학폭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관련 사건 처리 현황·승소 사례와 협회에서 진행하는 연수 또는 교육 이수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변호사 찾기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에서 '학교폭력'을 키워드로 변호사를 검색한 결과 24일 기준 전국에 194명의 학폭 전문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에서만 학폭 전문 변호사가 88명에 달했다.

학폭 사건의 수임료는 최소 1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본인 사건도 아니고 자식의 사건이기 때문이라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법적 대응이 가능한 정보력과 경제력 있는 학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학폭위 제도가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사건이 위원회에 올라가면 가해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최종 판정이 남게 된다"며 "이에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지연 작전을 펼치며 송사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기면 학생들이 위화감을 갖고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소송 과정에서 오는 격차도 고민해야 된다.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며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못 해주는 부모보다 적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생활기록부에 강력히 기재하는 방식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강화하면 할수록 송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인생이 걸린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화보다는 소송에 기대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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