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선 바이오미 대표 "국내 첫 복합균주 마이크로바이옴藥 내년 임상"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 겸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과교실 교수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치료영역에 접목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본격적인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다. 2010년 태동한 관련 연구가 지난해 스위스 페링의 최초 허가 치료제 탄생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세레스가 또 다른 허가 품목을 배출하며 시장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정교수인 윤상선 교수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사 바이오미를 창업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난 2009년 교수로 임용된 그는 적극적 치료효능이 있는 미생물 균주를 발굴하고, 동물연구를 통해 인체에 이로운 기능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대학연구로서 흥미로운 주제와 환자에 적용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은 다른 영역이었다. 대규모 임상을 위한 연구비용 등 자원 투입이 필요한 탓이다. 이를 위해 창업을 결단한 윤 대표는 지난 2020년 바이오미를 설립, 대학에서 찾아낸 치료용 미세 균주를 회사로 이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학 역시 교원창업을 적극장려하고 있어 대표직과 교수직의 겸직이 가능한 상황이다. 윤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열렸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고 평가한다.

윤상선 대표는 "앞서 허가받은 치료제 적응증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CDI)은 이미 분변이식(환자 대장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을 이식해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통한 치료효능이 오래전부터 확인된 분야"라며 "회사는 내년 국내 최초의 복합균주 치료제 임상 진입을 비롯해 장이 아닌 다른 영역의 질환까지 적응증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복합균주는 단일균주에 비해 내성에 강하고 다양한 기능성이 기대되지만, 제조공정과 품질관리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한 단계 나아간 영역으로 꼽힌다. 페링과 세레스 허가 치료제의 적응증은 장 질환이다. 페링은 단독균주를 활용하는데 그쳤고, 세레스는 혼합균주를 사용했지만 불특정 미생물이 다수 포함된 형태라는 점에서 명확한 복합균주로 보기 어렵다.

바이오미는 총 4종의 미생물 균주를 조합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 치료제 'BM111'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CDI의 경우 치료제는 등장했지만 북미와 유럽 지역에 환자가 다소 쏠린 질환이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 세균으로 사망하는 인원은 2019년에만 전세계에서 500만명이 넘는 시장이다.


윤 대표는 "BM111은 내성 세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장내환경에서 밖으로 세균을 밀어내는 '탈집락화' 방식이 핵심"이라며 "동물실험을 통해 해당 반응을 유도하는 4종의 미생물 균주 조합을 도출했고, 이를 복합균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과의 협력관계 역시 BM111 개발에 동력으로 작용했다. 세브란스병원이 항생제 내성 세균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분변이식에서 확인된 반응자·비반응자의 차이를 분석해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4종의 분변 미생물을 골라낸 것이 BM111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미는 현재 가장 우선순위 파이프라인인 BM111을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내년 2분기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초생산공정 등의 확립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쎌바이오텍 (11,600원 ▼90 -0.77%)과 협업 중이다. 이밖에 국내외 크고작은 바이오기업들이 회사 기술력에 관심을 보여 협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 'BM109'는 혁신신약 지위를 노리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다.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TMAO)를 분해하는 효능을 지닌 장내 미생물을 치료제화 한 것이 특징이다. 심혈관 질환은 미국 내 가장 많은 사망환자를 발생시키는 분야로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윤 대표는 현 단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약점으로 부족한 '작용기전'(MOA) 규명을 꼽았다. 때문에 회사 파이프라인들은 투여 균주가 생산 또는 분해 효능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물질이라는 점을 선명히 제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랜기간 대학 연구를 통해 확보한 미생물 원천소스와 이를 선별(스크리닝)하는 기법이 회사의 강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 비임상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연말 예정 중인 시리즈A 투자와 더불어 2026년 상장 전까지 든든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 기반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투자유치 중개사업에 회사로 선정되며 외부 투자유치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윤 대표는 "시장이 개화함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 유효성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연구기관들도 많아지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의 회사의 역할 역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발 주자들을 참고해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기술력으로 BM111·BM109 뿐만 아니라 소화기 감염, 세균성 질염, 호흡기 등 다양한 영역의 치료제 역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