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VIP
통합검색

"뇌졸중 골든타임 때 PA 대리처방? 너무 흔해" 어느 '병원 유령'의 고백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텔레그램
  • 문자
  • VIEW 6,553
  • 2023.05.31 14:11
  • 글자크기조절

[익명 인터뷰] 현직 PA 간호사 A씨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간호법안이 30일 국회에서 폐기되면서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1만여 간호사들이 범법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절망감에 빠졌다. 이들은 병원 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의사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데, 국내에선 이미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 빅5 병원에서 PA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A씨와의 인터뷰는 '007 작전'과도 같았다. 익명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렸음에도 A씨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다며 발신번호표시제한 기능을 통한 전화 인터뷰에 어렵게 응했다. 철저한 보안을 통해서라도 그가 알리고 싶어한 메시지는 뭘까.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가면을 쓴 의료기관 소속 PA 간호사 및 방사선사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근본 과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직종 업무 범위 명확화, 무면허 불법 의료 근절,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가면을 쓴 의료기관 소속 PA 간호사 및 방사선사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근본 과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직종 업무 범위 명확화, 무면허 불법 의료 근절,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Q. 현재 어느 과에서 근무하고 있나?


"알다시피 PA가 불법적 존재이지 않나. 개인 정보가 알려지길 절대로 원치 않는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는 병원 신경과에서 근무하는 동료 PA의 이야기만 전하고 싶다. 병동에서 일반 간호사로서 근무하다가 신경과의 PA가 된 동료의 속내를 대신 전한다."


Q. 신경과에서 PA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


"대리처방을 제일 많이 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PA의 대리수술 이야기도 나오지만 신경과는 외과가 아닌, 내과 계열이다 보니 PA가 수술실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신경과마다 여러 질병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촌각을 다투는 질병이 '뇌졸중'이다. 그런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골든타임이 무척 중요하다. 급성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보통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라고 한다. 병변의 크기·위치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골든타임 내에 내원한 환자에겐 혈전용해술 시술을 시도할 수 있다.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응급의학과 의사는 기본 검사(뇌 MRI 등)를 처방한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해당 진료과(뇌졸중의 해당 진료과는 신경과)에 호출해 추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신경과에서 가장 먼저 달려오는 의료진은 대부분 교수(전문의)가 아닌, PA다. 의사가 빨리 못 오면 PA가 대신 환자 상태를 먼저 보고 의사에게 보고한 후 추가로 무슨 검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검사 처방을 의사 ID로 직접 내린다. 물론 검사 처방은 의사가 해야할 일이다."


Q. 왜 교수(전문의)보다 PA가 먼저 도착하나?


"나도 그 해답을 알고 싶지만, 의사에게 '왜 매번 늦나'고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PA가 웬만한 처치를 다 할 것이라고 믿고 늦게 오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PA가 도착하고 나서 5~10분 후에야 의사가 도착하는 일이 잦다. 이 시간은 골든타임을 좌우할 정도로 뇌졸중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이 3시간이고, 증상이 발생한 지 2시간 55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다면 그 환자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5분에 불과하다. 뇌졸중 의심 환자 10명이 응급실에 도착했다면 8~9번은 PA가 의사보다 먼저 도착한다. 의사들이 왜 늦게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과 전공의 수가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본다. 응급환자가 실려 왔을 때 전공의가 어느 정도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처방을 내리는 것(전자), 그리고 PA가 환자 상태를 보고 교수에게 문자메시지(카카오톡 포함), 전화 등으로 보고해서 답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처방을 내리는 것(후자)을 비교해본다면 전자보다 후자는 몇 초에서 몇 분 더 걸릴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런 시스템이 아쉽고 마음이 좋지 않다."


Q. PA가 먼저 도착하면 무슨 처치를 하나.


"뇌졸중 환자에게 처방하는 흔한 프로토콜이 있다. 교수(전문의)가 오기 전, PA가 환자 상태를 본 후 교수에게 "이런 (뇌졸중 의심) 환자가 왔다"고 보고한 뒤, "이렇게 처방 내릴까요?" 보다 "이렇게 처방 내리겠습니다"라고 보고하면 대부분의 교수가 "오케이"라고 답한다. 검사 처방, 약 처방 모두 PA가 의사 ID로 로그인해서 내린다. 환자에게 달려온 PA는 이후 추가 검사를 실시하는 내내 환자 옆에 항상 같이 붙어 있다. 혈관 조영실을 가야 할 때 환자 옆에 PA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응급실에서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경우 의사는 그것(주사)만 딱 놓고 간다. 그럼 그 후에 환자가 입원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모든 걸 다 케어하는 사람은 사실 교수가 아닌 PA다. 그 기간에 입원 후 처방, 입원장 내는 것 다 PA가 한다. 물론 이들 업무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다.
"뇌졸중 골든타임 때 PA 대리처방? 너무 흔해" 어느 '병원 유령'의 고백


Q. 대리처방은 불법 아닌가?


"물론이다. 같은 '뇌 MRI', '뇌 CT'라 하더라도 뇌 어느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찍느냐에 따라 검사 코드가 다 다르다. 이들 코드를 알고 있는 교수도 있지만, 코드 자체를 잘 모르는 교수가 현장엔 더 많다. 교수 상당수는 입원·외래 환자의 처방 입력을 PA에 미룬다. "검사 코드 뭘 내줘"도 아니고, "이걸 찍을 수 있는 검사를 내줘"라고들 한다. '의료전산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은 알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Q. PA로 일하면서 문제 된 적은 없나?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응급의학과에서 기본 처방으로 MRI 검사를 무조건 실시한다. 그 이후 MRI를 추가로 찍어야 하거나 혈관 CT를 찍어야 한다거나 할 때 PA가 투입된다. PA가 환자를 보고 교수에게 "MRI를 찍었다"고 보고하면 의사가 MRI 검사 화면을 띄워서 본다. 그리고서 PA가 교수에게 "이렇게 처방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럼 교수는 "뭘 더 찍어라, 시술할 수 있게 혈관 조영실을 어레인지해라, 혈전용해제 준비해라" 등 요구한다. 이럴 때 교수가 원하는 처방을 100%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검사를 처방하는 PA도 간혹 있다. 나중에서야 의사가 "왜 이 검사를 받게 했어?"라고 따지는데, PA는 황당해할 뿐이다."


Q. 인터뷰에 어렵게 응했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PA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떳떳하게 입사해도 지금껏 내 아이디, 내 사번으로 단 한 차례도 일한 적이 없었다. 마치 소설을 대필하는 대리작가 느낌이랄까. 난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보건복지부가 PA를 합법화하려는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정부가 PA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전공의법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공의법이 통과되면서 전공의가 할 일의 양, 환자 수는 그대로인데 그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결국 전공의가 처리 못해 남아있는 일을 대신 처리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 때문에 PA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전공의들의 법적 업무 시간은 줄었어도 환자가 줄어든 게 아니다. 그들의 일을 대체하느라 PA가 늘었다. 그 말은 의사의 일이 간호사에게 넘어왔다는 거다. PA를 맡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PA 문제의 본질은 업무 범위의 모호함에서 출발한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지도하의 진료 보조'라는데, 이 말이 의사의 상당수 업무를 싹 쓸어 담는다.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근간이 간호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복지부가 간호법은 안 되면서 PA 문제만 논의하자는 건 숲이 아닌 나무만 보려는 거다. 간호사들이 원하는 건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해외 사례 보면서 선진국의 간호법을 참고하자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을 원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고열·기침 아이들 쏟아져 들어와…"폐렴 난리" 中 병원은 지금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뉴스 속 오늘
  • 더영상
  • 날씨는?
  • 헬스투데이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풀민지
[연중기획]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법, AI 리터러시 키우자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