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서 6조원 카드 긁을 때 외국인은 한국서 2.5조원 썼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1분기 한국인이 해외에서 긁은 카드비가 6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COVID-19)로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미뤘던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국내 카드 이용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 경제 취약점인 여행수지 적자 심화 우려가 깊어진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1분기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직불) 해외 사용금액은 46억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 분기(40억700만달러)보다 14.8% 증가한 수치다. 1분기 원/달러 일평균 환율(1275.6원)로 계산하면 약 5조87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각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내국인 출국자수는 497만9000명으로 2022년 4분기(320만8000명)보다 55.2%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여파로 주춤했던 해외직구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카드 해외 사용액 증가에 영향을 줬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해외직구 규모는 12억5000만달러로 전분기(9억9000만달러)보다 26.7% 늘었다.

반면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카드로 쓴 금액은 올해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비거주자의 카드 사용금액은 19억59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전분기(20억4400만달러)보다 4.1% 감소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관광 '큰손'인 중국인의 단체관광이 본격 재개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인의 카드 이용도가 외국인보다 높다는 점에서 절대 사용액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48억8300만달러) 수준을 거의 회복한 한국인의 해외 카드이용액과 달리 외국인의 국내 카드 이용액은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1분기 외국인이 국내에서 긁은 카드비(19억5900만달러)는 2019년 4분기(27억1900만달러)의 72% 수준이다.

이에 앞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32억3500달러로 집계됐다. 여행수지에서 유학이나 연수 등을 뺀 일반 여행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관광수지 적자 영향이다. 실제 관광수지 적자는 지난해 4분기 17억610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25억8500만달러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