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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편하게 일하고 돈 번다" 외국인 입소문…중소기업 70%가 당한 일

머니투데이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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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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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 '사업장 변경' 요구받았다는 중소기업 70%
원칙적으로 불가...사업자가 '동의'해야 가능
꾀병, 태업해도 안되면 무단이탈...중소기업 98% "강제로 동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받았던 이동수 동진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6개월 이상 숙련된 직원에게 일을 시켜야 해 캄보디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근로자를 빨리 입국시키기 위해 입국 비용까지 치렀는데 사업장 변경을 요구받았다. 이 대표는 캄보디아 근로자 한명이 다치지 않았는데 숙소에서 꾀병을 부리다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근로자가 '사장님, 도장 찍어주세요' 하면 찍어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받았던 이동수 동진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6개월 이상 숙련된 직원에게 일을 시켜야 해 캄보디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근로자를 빨리 입국시키기 위해 입국 비용까지 치렀는데 사업장 변경을 요구받았다. 이 대표는 캄보디아 근로자 한명이 다치지 않았는데 숙소에서 꾀병을 부리다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근로자가 '사장님, 도장 찍어주세요' 하면 찍어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사장나임(님), 기계 붙들고 쓰러졌대요"

5년 전 캄보디아 출신 직원에게 이 말을 들을 때 이모 대표(당시 60)는 창고에서 제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경기도 모처에서 근로자 5인 미만 조그만 플라스틱 성형 회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타지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직원들이 자식 같았다. 부인은 이들에게 김치, 밑반찬을 수시로 해다 줬다.

캄보디아인 직원 A씨는 사출기에 기대앉아 있었다. 외상은 없었다. 이 대표는 "차로 가자", "병원에 가자" 했다. A씨는 "싫다"고 했다. 집에 가 쉬겠느냐 묻자 "그러겠다"고 했다.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쉬었다. 이 대표는 A씨와 같은 기숙사를 쓰는 캄보디아인 동료에게 "A씨가 밥은 먹었느냐", "몸은 괜찮느냐" 물었다. 동료는 한국에서 오래 일했다. 그는 "A씨 친형이 한국의 어느 공장에서 일하는데 거기 가려고 (꾀병) 저러는 거예요"라 했다.

A씨가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만 생각하면 A씨는 쓰러지기 전 태업도 했다. 보통 직원은 하루 8시간 일하고 플라스틱 조각 500개쯤 성형한다. A씨는 300개쯤 했다.

도저히 속도가 안 나자 A씨에게 '제품 검수'를 시켰다. 아이들 장난감에 쓰일 플라스틱인데 절단부에 까끌까끌한 부분이 있으면 안 되니 칼로 긁어내는 작업이다. 한 박스에 플라스틱 수백개가 들었는데 A씨는 몇개만 하고 박스를 닫았다. 여주, 이천 완구 공장에 납품했더니 전부 반품 처리됐다.

'와서 선별 작업을 다시하라'는 말도 들었다. 일당을 주고 한국인 한명을 고용해 선별 작업을 하다 도저히 일이 안 끝나 3.5톤 플라스틱을 35만원 운송비를 주고 도로 공장에 갖고 온 적도 있다. 얼마 안 있어 A씨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사업자 변경서‘에 도장을 찍어달라 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보통 'E-9' 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들은 일할 기업과 사전에 '매칭'돼 입국한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신 통계인 2020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 35.1%가 사업자 변경을 해봤다. 22.2%는 1회, 6.7%는 2회, 6.1%는 3회 이상 옮겼다.

고용노동부는 예외적으로 '사업자 변경'을 허용한다. 휴업, 폐업,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등으로 부득이 출근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사업장이 변경된다. 여기에 추가 예외 사항으로 사용자가 '근로계약 해지'에 동의하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가 지난달 9~15일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했던 중소기업 500개 사를 조사하니 68%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애당초 사업장 변경을 노리고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적지 않다. 해지를 요구받았다는 중소기업 58.2%가 "6개월 이내" 요구받았다고 했다. 1~3개월 이내는 25.9%, 1개월 이내도 8.8%였다.

응답한 기업자들에게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사유를 물으니 "친구 등과 함께 근무하고 싶어서"(38.5%)가 가장 많았다. 이어 "낮은 임금"(27.9%), 작업 환경 열악(14.4%) 등을 꼽았다.

외국인들은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서로가 어디 근무하는지, 어디가 처우가 좋은지 공유한다. 여기서 '브로커'들 역할이 크다. 이들은 외국인들에게 처우가 좋은 중소기업을 추천하고, 사업자 변경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브로커들은 외국인들에게 꾀병, 태업하라 부추긴다. 보통 외국인이 입국하고 두 달쯤 지나 외국인등록증이 나왔을 때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다. 외국인등록증이 나오면 관광 등 외부 활동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이들 사이에는 한국은 일하지 않아도 급여가 나오니 외국인 등록증이 나오면 '태업하고 편하게 일하면서 돈은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한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응답 기업 33.3%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구를 거절하고 태업, 27.1%는 꾀병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무단결근을 경험했다는 기업도 25%였다.

서울의 어느 소형 주물회사의 베트남 출신 직원 B씨(22)는 지난달 29일부터 회사에 말도 없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 B씨는 2021년 6월 한국에 입국했고, 외국인 등록증이 나오자 한 차례 태업을 했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숙사비 면제, 한달 봉급 300만원 등을 제시하며 마음을 되돌렸다. B씨는 두달 전쯤부터 태업을 다시 시작됐다. 회사는 다시 거절했고 B씨는 무단결근했다. 회사 이모 과장(31)은 "도저히 사업장 변경을 받아줄 기미가 안 보이면 브로커가 무단결근을 권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고 했다.

중앙회는 1일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했다. 사업장 변경 요구를 받은 중소기업 대표 2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토론회는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만 하기로 했는데 대표들이 각자 말하고픈 피해 사례, 건의 사항이 많아 사회자가 정오에 가까스로 끝냈다.

최원충 성원A.C공업 대표는 "사전에 계약하고 온 기업이 맘에 안 들면 본국으로 출국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 지적했다. 중소기업 68.4%는 외국인이 E-9 비자로 입국하면 3년 이상 근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1.2%는 사업장 변경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75.2%는 "사업장 미변경 근로자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 81.2%는 외국인이 사업자 변경을 하면 대체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이명로 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외국인이 입국하기 전 서류, 면접 단계에 공개되는 정보를 늘리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태업하면 출국하는 제도 등을 정부, 국회에 건의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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