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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밥에 파리 윙윙, 똥범벅 뜬장에 '개 30마리'…"나가, 내 개야!" 큰소리[르포]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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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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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복날은 간다③ '개농장 의심' 30여 마리 열악한 사육 현장…37마리 구조했지만 금세 또 채워, 주인은 "돌아다니는 개들 붙들어 넣었다"지만, 구조 나선 동물보호가 "복날에 팔아먹으려는 것"…화성시청 공무원 "개식용 금지법 필요해, 단속하기 어렵다"

[편집자주] 복날이 돌아온다. 보신탕 애호가들의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 부부는 개 식용에 반대하고, 국회와 서울시 의회에선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과 조례안이 발의됐다. 대한민국 견공들과 관련 업계의 운명이 걸린 논쟁이 시작된다.

개농장이 의심되는, 경기도 화성의 열악한 개 사육장 모습. 좁은 뜬장에 음식물 쓰레기(짬밥)를 커다란 통에 넣어두었고, 더운 날씨에 쉰 냄새가 진동했다. 희뿌연 물엔 파리 사체가 둥둥 떠다녔다. 그 안에, 개 13마리가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강아지 11마리와 어미 둘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개농장이 의심되는, 경기도 화성의 열악한 개 사육장 모습. 좁은 뜬장에 음식물 쓰레기(짬밥)를 커다란 통에 넣어두었고, 더운 날씨에 쉰 냄새가 진동했다. 희뿌연 물엔 파리 사체가 둥둥 떠다녔다. 그 안에, 개 13마리가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강아지 11마리와 어미 둘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물에 파리 봐요. 이걸 강아지들 먹으라고 준 거예요?"(동물보호 유튜버 '스나이퍼안똘')

"뭐가 벌레가 껴."(주인)

"짬밥(음식물 쓰레기)도 날씨 더워서 다 쉬었잖아요."(안똘)

"알았어, 이제 사료로 줄게."(주인)
인근에 있는 뜬장 역시 열악한 건 마찬가지였다. 비좁은 공간에 8마리를 욱여넣었다. 그럼에도 개들은 낯선 사람에게 꼬리를 쳤고, 하나 같이 이쪽을 바라보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인근에 있는 뜬장 역시 열악한 건 마찬가지였다. 비좁은 공간에 8마리를 욱여넣었다. 그럼에도 개들은 낯선 사람에게 꼬리를 쳤고, 하나 같이 이쪽을 바라보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두 눈 뜨고는 차마 보기 힘든 곳이었다.

낡은 철제 뜬장(바닥에서 떠 있는 사육장) 안에 개 13마리가 있었다. 젖이 불은 어미가 2마리, 갓 낳아 꼬물대는 강아지가 11마리였다. 서너 걸음만 움직여도 더 못 갈 만큼 비좁았다. 못 씻은 개들은 하나 같이 때가 잔뜩 껴서 꾀죄죄했다.
뜬장 안에 있는 어미 개. 그래도 좋다고 귀를 젖히고 꼬릴 흔들고 몸을 세워 사람을 반겼다./사진=남형도 기자
뜬장 안에 있는 어미 개. 그래도 좋다고 귀를 젖히고 꼬릴 흔들고 몸을 세워 사람을 반겼다./사진=남형도 기자
먹으라고 둔 건 커다란 통에 든 짬밥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이미 쉬었는지 악취가 요란했다. 희뿌옇고 더러운 물그릇엔 파리 등 벌레 사체가 둥둥 떠 있었다. 그 뒤로는 개들 배변이 엉겨 붙어 지독한 냄새가 진동했다.

개들은 아무 힘이 없었다. 구하겠다며 간 사람이 대신 호통을 쳤다. 개농장을 없애러 다니는 유튜버이자, 동물보호가'스나이퍼안똘'이었다. 개들이 쉰 짬밥을 먹기 시작하자 그는 "야, 먹지마!"하고 한사코 말렸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짬밥을 당장 버리라고 나무랐다.
뜬장 근처, 바깥에 놓여 있던 짬밥통. 아예 커다란 통에 넣어놓고 삽으로 퍼서 주는듯 했다. 주인은 우리가 방문하자 뚜껑을 닫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뜬장 근처, 바깥에 놓여 있던 짬밥통. 아예 커다란 통에 넣어놓고 삽으로 퍼서 주는듯 했다. 주인은 우리가 방문하자 뚜껑을 닫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그제야 주인은 뜬장에서 짬밥을 꺼내 버렸다. 더러운 물도 버리고 깨끗한 걸로 채웠다. 단 1분이면 될 일이었다. 그걸 본 어미 개가 다가와 벌컥벌컥, 시원스레 마셨다. 깨끗한 물이 좋은 거였다, 당연하게도.

근처엔 나란히 붙은 뜬장 두 개가 더 있었다. 무기력해 보이는 개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 안에도 짬밥이 있었다. 마실 물은 아예 없었다. 안똘이 "여긴 물도 없다"고 했으나, 주인은 물그릇을 가져오지 않았다. 이미 놓인 짬밥 통 안에 그대로 물을 부었다. 그건 물이 아니라, 묽어진 음식물 쓰레기였다.



뜬장.짬밥.가스통.토치 '개농장 의심'…37마리 구했는데, 30여 마리 또 채워


전국에 이런곳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고, 그걸 다 어찌 해결할까 고민하고. 결국엔 관심뿐이다. 개들의 눈빛을, 살아 있는 존재란 걸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론 법을 바꾸는 것./사진=남형도 기자
전국에 이런곳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고, 그걸 다 어찌 해결할까 고민하고. 결국엔 관심뿐이다. 개들의 눈빛을, 살아 있는 존재란 걸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론 법을 바꾸는 것./사진=남형도 기자
인근엔 또 다른 뜬장이 있었다. 그밖에 묶여 있는 개들도 또 있었다. 다 세어 보니, 새끼까지 약 30마리였다. 뜬장과 짬밥, 땅에 놓인 가스통과 토치. 안똘은 '개농장'이 의심된다고 했다.

"복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몇 개월 안 된 애들이고요. 제가 볼 땐 얘네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안똘)

그 말에, 주인은 키우는 개들이라 항변했다. 그는 "돈벌이 아니다. 돌아다니는 개들, 나 따르는 개들을 붙들어 놓았다"고 했다. 새끼들은 한 달도 안 됐다며, 어미 둘이 동시에 낳은 거란다. 짬밥과 썩은 물에 대해선 "일하느라 바빠서"라고 했다.
배고픈 어미 개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고, 굶주린 새끼들은 그런 어미의 젖을 빨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배고픈 어미 개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고, 굶주린 새끼들은 그런 어미의 젖을 빨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놀랐던 건, 여긴 개 37마리를 이미 구조했던 곳이란다. 안똘은 "지난번에 제보받아 다 구조했는데, 주인이 또 데려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뜬장 안 개들은 주로, 다 자란 성견이 아녔다. 몇 개월 정도 밖에 안 돼 보였다.

그때도 개농장이 의심됐고, 사육 환경이 열악했다. 제보 받은 안똘이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개발제한구역 등 관련법 위반으로 화성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37마리 전부를 포기 받고, 동물보호센터로 격리 및 구조했었다.



개농장 하나 없애는데 7~8개월씩 걸려, "벌금 때려도 버텨, 없어진 건 10% 정도뿐"


두려운듯 한쪽 구석에 웅크린 뜬장 속 개. 여긴 아예 물도 놓여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두려운듯 한쪽 구석에 웅크린 뜬장 속 개. 여긴 아예 물도 놓여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그걸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안 돼 30여 마리가 뜬장에 또 채워진 거였다. 지금 보는 열악한 사육 현장이 그거였다. 화성시청에서 행정명령에, 벌금까지 나왔어도 소용없었다.

화성시청 반려가족과 반려보호팀에 재차 신고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날 오후 3시 이후에 온다고 했다. 제보자와, 안똘과 함께 인근 카페에서 이야기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개식용 금지' 등이 크게 적힌 승합차에 함께 올랐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개./사진=남형도 기자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개./사진=남형도 기자
이동하는 동안 안똘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게 정말 끝나지 않는 문제라 했다. 개농장을 고발하기 위해 잘 모르는, 관련법 공부까지 했단다. 없애기 위해 노력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가 정말 지친다는듯 말했다.

"개농장 하나를 없앴다고, 희망이 보인다고 했었어요. 옛날엔 저도 그랬죠. 좋은 일 하는 건 맞죠. 근데 이렇게 해선 끝도 없어요. 몇백 곳을 없앤다고 해도요. 원주 개농장은 완전히 철거하는데 7~8개월은 걸렸어요."
열악한 뜬장엔 배변이 엉겨 붙어 있었다. 개들은 배변이 그나마 적은 곳에 몰려 있었다. 파리가 들끓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주인은 개를 '키운다'는 표현을 썼다./사진=남형도 기자
열악한 뜬장엔 배변이 엉겨 붙어 있었다. 개들은 배변이 그나마 적은 곳에 몰려 있었다. 파리가 들끓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주인은 개를 '키운다'는 표현을 썼다./사진=남형도 기자
불법 개농장, 그간 그가 고발해 행정명령을 받게 한 곳만 약 200곳. 그중 없어진 곳은 몇 곳이냐는 물음에, 안똘은 "10~20%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4월 27일 통과된 '개도살 금지' 법안 역시 근본적 해결이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어차피 개농장은 대부분 불법으로 다 해왔다"고 했다.

동물보호가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스나이퍼안똘. 그는 개농장을 철폐하러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결국, '개식용 금지'가 유일한 답이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동물보호가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스나이퍼안똘. 그는 개농장을 철폐하러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결국, '개식용 금지'가 유일한 답이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찬 커피에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 안똘이 말했다. 그 말이 쓰렸다.

"애들은 썩은 밥 먹고 있는데, 우린 시원한 거 먹고 있으니 죄짓는 것 같네요."



"내 개야, 가!" 큰소리치던 주인, 설득하던 공무원


사람이 오니 그제야 짬밥을 치우는 주인. 그도 아는 모양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사진=남형도 기자
사람이 오니 그제야 짬밥을 치우는 주인. 그도 아는 모양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사진=남형도 기자
오후 3시가 넘어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왔다. 긴급 격리가 될 거라 믿었다.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37마리를 구조한 뒤, 또 30여 마리를 데려온 곳. 쉰 짬밥, 놓여 있지 않은 물, 똥범벅 된 좁은 뜬장 속 어린 새끼들, 새빨갛게 드러난 몇몇 개들의 피부병.

명백하게, 동물보호법 제10조 '동물학대' 조항엔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및 먹이 제공, 위생과 건강 관리 사항 등 보호 의무를 위반해 상해 또는 질병을 유발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었으므로.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화성시청 주무관이 말했다.
현장에 방문한 화성시청 공무원들. 새끼 한 마리를 검사하기 위해 데려가겠다고 하자, 주인이 뜬장에서 땅바닥에 내려두었다./사진=남형도 기자
현장에 방문한 화성시청 공무원들. 새끼 한 마리를 검사하기 위해 데려가겠다고 하자, 주인이 뜬장에서 땅바닥에 내려두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뜬장에 똥범벅 되어 키우시다가 새끼들 같은 경우는 면역력 떨어져 죽게 돼요. 좋아하고 사랑할 만한 개만 놓고 키우셔야죠. 한 마리당 최소 2~2.5m 되는 케이지 만들어서, 한 마리씩 넣어야 돼요. 그거 다 마련하실 수 있어요?"

그러면서 공무원들은, 병원 가서 진료받고 확인서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주인은 "병원은 돈 들어가는데, 내가 항생제 주사 놓겠다"고 하다가 "수의사를 불러서 하겠다"고 했다. 안똘이 "새끼들은 격리 안 하면 며칠 안에 죽는다"고 하자 주인은 흥분하며 소리쳤다.

"안 죽어, 안 죽어! 내가 키우는 개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데. (포기) 각서고 뭐고 안 써, 가!"
발이 작은 꼬물이는 뜬장에 자꾸만 발이 빠졌다. 그럼에도 이 좁은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어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발이 작은 꼬물이는 뜬장에 자꾸만 발이 빠졌다. 그럼에도 이 좁은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어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제보자가 나서서 주인 앞에서 울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제발 그만하세요. 이 아이들 눈 보면 불쌍하지 않아요. 반려견이에요. 먹을 수 없는 거라고요. 어떻게 개를 잡고 더러운 밥을 먹여요."



"개식용만 없애면 다 해결"…'무관심'이 근본 원인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가스와 토치. 개농장이 의심되는 부분이 이런 거였다./사진=남형도 기자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가스와 토치. 개농장이 의심되는 부분이 이런 거였다./사진=남형도 기자
불법을 엄단해야 할 이가 설득하고, 잘못한 이가 외려 큰소릴 쳤다. 흐지부지 마무리될까 걱정이 됐다. 안똘은 "여긴 누가 봐도 좋아해서 키우는 데가 아니다. 좋아하는 개를 누가 짬밥 주냐" "팔아 먹는 곳인 거 솔직히 아시지 않느냐"고 했다.

긴 설득과 대화 끝에야, 주인은 알겠다며 조건부 포기 각서를 썼다. 일단 어미 둘, 새끼 11마리를 긴급 격리조치하기로 했다. 이튿날, 어미와 새끼들은 동물 보호소로 격리됐다. 건강 검진을 해서 이상이 있는지 파악한 뒤, 그에 따라 다른 개들도 추가 조치할 거라고 했다. 사료 등 적합한 먹이를 주고, 사육 장소 개선을 하도록 시정 명령을 한다고 했다. 검사해서 아픈 게 아니고 주인이 요청하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였다.

"어렵다, 어려워." 대화하느라 기가 빠진 담당 주무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에게,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지 물었다. 담당 주무관은 "동물보호법을 너무 약하게 만들었다. 도살하면 좀 더 강력하게 하는데, 사육 관리 위반 정도면 강제로 뺏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경찰에 고발해도 개들이 많이 아프거나 다치거나 죽지 않으면 거의 '무혐의' 처리가 나온단다. 어떤 법이 필요하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겁을 먹은듯 웅크리고 있던 뜬장 속 개의 모습. 오른편엔 짬밥이 놓여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겁을 먹은듯 웅크리고 있던 뜬장 속 개의 모습. 오른편엔 짬밥이 놓여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간단해요. 우리나라는 개 식용만 없애면 해결되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요."

안똘도 같은 얘기를 했다. "개를 못 먹는 조항만 넣으면 돼요." 법 통과가 왜 이리 힘든 걸지 묻자, 그는 이리 대답했다. 실은 그게 핵심이었다.

"사람들 무관심 때문에요. 1500만 반려인이라 해봐야 1~2% 정도 말곤 관심이 없어요. 키우면서도 먹고, 쟤네들은 먹는 개니까라고 생각하고요. 알려고 하지도 않지요."
뜬장 밖으로 잠시 나온 세상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킁킁거리던 강아지의 모습. 1500만 반려인이 키우면서 한쪽에선 또 먹고, 그 역설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가야 할까./사진=남형도 기자
뜬장 밖으로 잠시 나온 세상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킁킁거리던 강아지의 모습. 1500만 반려인이 키우면서 한쪽에선 또 먹고, 그 역설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가야 할까./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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