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재무공시도 달라져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 63빌딩에서 열린 2023 XBRL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재무공시 선진화를 추진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XBRL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을 기회"라며 "기업과 한국공인회계사회, 유관 기관이 (제도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금감원이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한국XBRL본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3 XBRL 국제 콘퍼런스'의 개회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XBRL는 기업 재무정보의 생성·보고·분석 등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 언어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4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한국의 재무 공시 선진화 추진 경과 및 성공 전략(이석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장), △ 한국의 재무 보고 국제표준 언어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안 연구(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미국과 일본의 XBRL 선진 도입 사례 및 향후 계획(국제XBRL협회의 존 터너 대표, 요시아키 와다 부의장) 등이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석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장은 "금융감독원은 국제적인 흐름과 정부의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에 발맞춰 2020년 3월부터 재무 공시 선진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여러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며 "금융업·비금융업의 재무제표 표준체계 등을 마련하고 XBRL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시장 접근성에 대해 영문 공시정보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평가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한국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추가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영문공시를 확대하고자 한다"며 "재무 공시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에서 공시 정보를 생산하는 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 XBRL 공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교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전자문서에 대한 신고 절차 등을 금융위가 정하도록 되어있는데 아직 XBRL 공시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다"면서 "제도 정착을 위해 법령에서 공시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공시 목적, 대상, 관리주체, 운영방식, 기업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유관기관의 역할 정립과 긴밀한 협력, 표준 체계 개발 및 유지보수와 데이터 품질관리 고도화 등 운영 개선도 필요하다"며 "작성자에게는 정확하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보 이용자는 데이터베이스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중심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2023 XBRL 국제컨퍼런스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김영식 회장, 이복현 금감원장, 존 터너 국제 XBRL 최고경영자, 요시아키 와다 국제 XBRL협회 부의장. /사진=뉴시스

존 터너 국제 XBRL협회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분석·처리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계가 처리하고 읽을 수 있는 구조화된 문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기업 정보가 구조화되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무공시를 선진화하려는 한국의 노력은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했다.

터너 대표는 지속가능성 등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가 기후 변화에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알고 싶어 한다"며 "유럽에서 공시에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담는 것처럼 기업 공시에 담기는 비재무적 정보도 중요하고, 이런 정보들도 XBRL을 통해 디지털화 돼야 한다"고 했다.

요시아키 와다 국제XBRL협회 부의장은 주제발표에서 일본의 전자 공시시스템인 에디넷(EDINET) 서비스를 소개했다. 요시아키 부의장은 "에디넷은 2001년에 HTML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2008년부터 HTML에 더해 XBRL을 활용했다"며 "오류를 최소화하고 데이터 비교 가능성을 높여 성공적인 XBRL 활용 사례로 꼽힌다"고 했다.

이어 "에디넷의 역사는 일본 금융청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협업의 결과물"이라며 "환경청, XBRL협회 등의 주체가 모여서 협업을 진행하고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 것이 에디넷의 이면에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다양한 관련 기관, 기업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국제 XBRL협회의 주요 인사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XBRL 재무공시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데이터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콘퍼런스에서 나온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 XBRL 재무 공시 제도에 대한 이해의 장을 마련했다"며 "올해 3분기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국내외 전문가와의 논의를 통해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