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무죄판결 "상처뿐인 영광" 타다...모빌리티 혁신도 뒷걸음

서울 시내를 달리던 타다 차량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공유경제 기반의 혁신 모빌리티를 이끌다 택시단체의 반발에 좌초했던 '타다'에 대해 대법원이 4년만에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택시단체들이 씌웠던 '불법'의 멍에는 벗었지만, 그 사이 법 개정을 통해 사업 모델이 원천 봉쇄됐다. 타다와 함께 달리던 기사 1만2000여명은 일자리를 잃었고, 타다 사태에 위축된 한국의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 플랫폼'으로 고착화 됐다.
모빌리티 혁신 시작했던 타다2018년 10월 타다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많은 소비자가 주목했던 이유는 기존 택시와의 '차별성'이었다. 택시의 난폭운전과 야간 택시난에 시달리던 고객들이 자연스레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타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타다는 사업 개시 2년만에 회원 170만명, 차량 1500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같은 급성장 배경에는 소비자의 '선택'이 있었다. 타다 이용자 중 재탑승자 비율은 90%에 달했고, 라이더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이었다. 모회사인 쏘카 (21,050원 ▲250 +1.20%)의 유휴 차량을 이용하고, ICT 기술을 접목해 수요-공급을 효율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트렌드인 '공유경제'의 국내 대표 모델로도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소유 차량을 이용하는 그렙, 우버와는 달리 법인 차량을 활용한 점 때문에 완전한 공유경제 모델로 보긴 힘들다는 견해도 있었다"면서도 "최소한 공유경제 모델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던 사업 모델로 파괴력을 지녔던 것은 분명했다"고 전했다.
"타다 박살내자"던 택시기사들...진짜 박살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2019년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 '택시대동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타다의 파괴력에 대한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도 강력했다. 이들은 타다가 편법 택시영업을 한다며 집회를 이어갔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다수의 택시 기사가 '타다 반대'를 외치며 분신하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택시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2019년 10월 '타다 금지법'을 발의해 타다 서비스의 이용을 극도로 제한하자고 했다. 같은 시기 검찰은 여객자동차운수법 위반 혐의로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와 박재욱 당시 VCNC 대표(현 쏘카 대표)를 기소했다.

법정공방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먼저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타다 영업이 중단됐다. VCNC와 쏘카가 '타다 금지법'에 대해 "이용자의 이동 수단 선택을 제한하고 운전자를 알선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4년만의 무죄, 사라진 1만2000여개의 일자리와 모빌리티 혁신 논의

박재욱 쏘카 대표(왼쪽)와 이재웅 전 쏘카 대표. /사진=뉴스1

1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대해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4년 가까운 긴 시간의 싸움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확인 받았지만 그 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 앉혔다"며 "함께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새로운 이동의 선택을 반겼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 이동의 약자가 됐다"고 개탄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 역시 "무죄가 됐다고 해서 그 당시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했던 그 때의 타다가 돌아오지 못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슬프다"며 "혁신과 기득권의 갈등이 발생한다면 이용자들의 편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을 위해 혁신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기존 산업이 피해를 받는다면 정부에서 그들을 재교육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치권과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이 좌초된 '타다 효과' 때문에 국내 모빌리티 혁신 논의가 택시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고도화'에만 국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카풀'이나 우버의 '우버쉐어'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도 2019년 타다가 좌초하는 과정에서 규제 폭탄을 떠안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 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도 승차공유 서비스를 합법으로 보고 오히려 관련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며 "타다 사태 때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했어야 할 정부가 편향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이 후퇴하고, 최근의 심야 택시대란 문제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