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마약 혐의 압수수색 미리 알려라? 檢 "수사 밀행성 저해"

대법원/사진=뉴시스

현직 검사가 대법원에서 최근 제시하는 법리대로 '실질적 피압수자'에게도 압수수색 절차상 참여권을 보장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수사의 밀행성이 저해되는 등 실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재환 울산지검 검사는 2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방안'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소 검사는 학술대회 제2부 '압수수색 참여권 관련 최근 판례의 동향'에서 토론자로 나섰다.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대법원 규칙) 개정안에 압수수색 절차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제110조 3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의 모든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테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스마트폰이나 전자우편 내역을 강제 확보할 경우 압수수색 절차에 피의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취지이다. 현재는 피의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보관 중인 제3자나 포털 기업 관계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면 대체로 법적 문제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소 검사는 "간첩, 산업기술 해외 유출, 마약 사건의 경우 수사의 밀행성이 극도로 요구된다"며 "피의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포털 사이트 등 제3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데 이런 절차까지 통보해야 한다면 증거인멸·도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 피압수자'는 형사소송법 등 법에 근거가 없는 모호한 표현"이라며 "압수수색 현장에서 발견된 PC나 휴대전화의 사용자에 대한 관련자들의 주장이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정보 생성자와 관리자가 불일치하는 경우 누가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 판례도 피압수자를 중심으로 압수수색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피압수자가 아닌 피의자나 정보의 소유자 등도 참여권을 주장할 수 있어 참여권자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기 때문에 수사보안과 절차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