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세금' 30년 국민 반발에…KBS 수신료, 전기료서 빠지나

KBS 사옥./사진제공=뉴시스

전기요금과 통합돼 사실상 '강제 징수' 형태였던 KBS 수신료를 떼어내는 방안이 추지된다. 정부가 공영방송 개선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TV 수신료 개편을 "국민 눈높이"를 근거로 추진하는 가운데 KBS는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당 기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도입 후 30여년간 유지한 TV 수신료, 전기요금 통합 징수에 대한 국민의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분리 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KBS 수신료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슈는 아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 징수 대상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으로, 매월 2500원씩 일률적으로 부과·징수돼 왔다. 과거 KBS 징수원이 집마다 돌며 수신료를 걷기도 했지만, 1994년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다. 이에 실제 수상기 소지 유무와 관계없이 전 국민이 수신료를 부담하는 사실상의 '세금'이라며 비판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2006년 수신료 '강제 징수'는 위헌이라는 한 시민단체의 헌법소원 청구가 있었지만 "위헌이 아니"라며 각하됐고, 2016년 또 다른 시민단체가 제기한 '수신료 분리 고지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원고 패소로 결론 났다.

그럼에도 여론의 흐름과 정부의 의지를 고려하면 TV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 등의 흐름 속에서 '공영방송의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영국 BBC의 2028년 수신료 폐지 추진을 비롯해 프랑스와 일본의 FTV와 NHK도 관련 논의가 개시되는 등 글로벌 환경도 변화하는 추세였다. 아울러 수신료 보장이 'KBS의 방만 경영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사진제공=국민제안 홈페이지

대통령실도 이 같은 결정의 명분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내세웠다. 앞서 대통령실이 지난 3월9일부터 한 달 동안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국민참여토론 'TV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에서 찬성(96.5%, 5만 6226건)'이 압도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강 수석은 "게시판을 통한 댓글 자유토론에서도 6만4000여건의 의견이 제기됐는데 과반인 3만8000여건에서 '수신료 폐지'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또 "국민참여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경영 등 문제가 지적되면서 수신료 폐지 의견이 가장 많이 제기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책임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도 이번 권고사항에 담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로서 강제성은 없다. 다만 방통위는 조만간 신임 위원장이 임명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반영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 개정은 야당의 반대가 불가피한 만큼, 관련 시행령 개정 또는 한국전력과 KBS 간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 계약의 취소 방식 등이 거론된다.

수신료의 재원 비중이 45.5%로 다른 나라 공영방송보다 작다고는 해도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게 되면 KBS의 재정은 크게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KBS의 상업광고 의존이 높아지면 공영방송으로서 공익적인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징수 논란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인 데다 KBS 스스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KBS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신료의 재원 비중이 45.5%에 달하는 만큼 '분리 징수'가 현실화 하면 재정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업광고 의존도 등을 늘리려 해도 여지가 좁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유트브와 OTT 등 뉴미디어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한 데다 공영방송으로의 공익적 역할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KBS는 이날 대통령실의 권고에 대해 입장문에서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이고, 변경하려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