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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먹여살릴' 천재들은 왜 삼성을 떠났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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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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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고 이건희 회장 신경영 30년을 맞아...'인재제일'을 다시 생각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후 5년이 된 1993년 3월22일 열린 삼성그룹 창립 55돌 기념식(제2창업 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기념사 맺음말에서 "먼 훗날 삼성의 역사에서 여러분과 내가 함께 이 시대를 빛낸 주인공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라고 말한 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지금은 영광의 결실이 됐지만, 당시 그의 눈물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50대 젊은 시절 이건희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심정과도 닮지 않았을까 싶다./사진제공=삼성전자 동영상 캡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후 5년이 된 1993년 3월22일 열린 삼성그룹 창립 55돌 기념식(제2창업 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기념사 맺음말에서 "먼 훗날 삼성의 역사에서 여러분과 내가 함께 이 시대를 빛낸 주인공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라고 말한 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지금은 영광의 결실이 됐지만, 당시 그의 눈물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50대 젊은 시절 이건희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심정과도 닮지 않았을까 싶다./사진제공=삼성전자 동영상 캡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삼성을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 시발점인 '신경영'을 선언한지 오늘(7일)로 30주년이다.

당시 삼성은 보잘 것 없는 아시아의 3류 전자제품 회사였다. 1993년 6월 7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신경영) 선언 이후 30년간 삼성은 글로벌 톱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삼성그룹은 그 사이 매출은 10배(1993년 대비 2022년 418조 8000억원, 공정위 기준), 총자산은 22배(894조원), 이익은 139배(37조 3053억원)가 됐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 MS, 아마존, 구글에 이어 세계 5위까지 올랐다. 이같은 성장에는 선대부터 이어져온 인재제일 경영철학이 있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로부터는 9년, 그를 영원히 떠나 보낸 뒤로는 2년 8개월이 지났다. 뒤를 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 2월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구속된 후 2021년 8월 가석방될 때까지 5년간 수감과 석방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은 많이 흔들렸다. 여전히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다. 1심만 3년째로 오는 금요일 96차 공판이다. 리더십이 불안정하니 삼성의 중심축인 삼성전자도 흔들린다. 2분기에 15년만에 분기적자가 우려된다.

선대 회장의 신경영 30주년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선대 회장은 위기 때마다 "인재 밖에는 답이 없다"고 외쳤다.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선 '사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그는"일 안하는 사람은 용서해도 일하는 사람 뒷다리를 잡는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다"며 "이런 5%를 솎아 내는 게 나의 일"이라고 늘 말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년 새 공들여 영입했던 S급(천재급) 인재들이 삼성을 떠나고 있다.

지난 3월 AI로보틱스 권위자인 다니엘리 삼성전자 AI센터장(부사장)이 삼성을 떠났다. 지난해 4월에는 우경구 AI센터 담당임원이 삼성을 떠나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 다음달에는 미국 AMD에서 영입한 마이클 고다드 오스틴연구개발센터(SARC) 소장이 퇴사했다.

앞서 2021년 4월에는 음성비서 '빅스비' 개발을 주도했던 래리 헥 전무가, 같은해 6월에는 AR 마법사로 불린 인도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싱크탱크팀장(전무)이 삼성을 떠났다. 삼성의 첫 외국인 임원이었던 데이빗 스틸 부사장도 같은 해 삼성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2021년 이재용 회장 부재 중 벌어진 일이다.

그의 부재로 인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의 천재론'이 무색한 상황이다. 퇴사한 개개인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를 핑계삼을 수는 없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삼성에 미래가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천재로 불린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 전무에게 "왜 퇴사했는지"를 물었지만 답이 없다.

천재들의 이직으로 삼성 최고의 자랑인 인사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기업에선 인사가 만사이고, 인사 원칙은 하나다. 일 잘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 지연과 학연에 얽힌 인사는 망하는 길이다.

또 사업을 지원하는 인사는 인재를 보살피는 역할이다. 주구장창 훈계만 하려하는 인사는 삼성 내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오히려 상사의 부당한 압력과 욕을 맞받아치고 박수 받으며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삼성이 자랑하는 인사 스타일이다.

선대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창업자 이병철 회장 타계 후 5년만에 나왔다. 내부의 저항을 견뎌낸 시간이다. 이재용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의 경영철학이 현장에 체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장 빠른 처방은 과감한 인사혁신이다.

대대적인 젊은 변화의 바람이 없이는 현재의 위기를 넘기 힘들다. '승어부(勝於父)'의 자세로 부친이 취임 후 5년만에 내놨던 신경영을 넘어설 '이재용식 혁신'의 고삐를 빠짝 죄기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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