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VC 세콰이어, 中 별도 법인 분리…사명 '홍샨'으로

세콰이어 캐피탈 차이나 설립자인 닐 셴.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 세콰이어가 중국 정부의 IT기업에 대한 통제 여파로 중국 사업을 분리한다. 브랜드와 백오피스,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8년 간 중국 기술기업에 씨를 뿌려온 투자 제휴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


세쿼이아 캐피탈 그룹은 6일(현지시간) "탈중앙화된 글로벌 투자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늦어도 2024년 3월 31일까지 완전히 독립적인 파트너십으로 중국 사업을 전환하고 별도의 브랜드를 가진 별개의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콰이어 중국과 인도 법인은 그간 독립적으로 운영됐지만 수익의 일부를 그룹과 공유해왔다. 그러나 사업 분리 후에는 그룹 브랜드와 중앙집중식 백오피스를 지원하지 않고, 이익도 공유하지 않는다. 새 법인은 세콰이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레드 우드(red wood)라는 뜻의 중국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해 '홍샨'으로 불릴 예정이다.

세콰이어는 인도와 동남아 사업도 제3의 법인으로 떼어내 내년 3월까지 분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중국 및 인도 펀드와는 공동투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세콰이어 캐피탈의 매니징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타는 "정말 복잡한 결정이었다. 수년 동안 우리는 비용과 이익을 재평가하고 회사에 적합한 구조인지 재검토한 결과 이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세콰이어 차이나의 창업자 닐 셴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지금은 서로 다른 세쿼이아 법인 간 공통점이 훨씬 적다"며 "사업 분할에 대한 논의가 지난 2~3년 동안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2005년 셴이 설립한 세콰이어 차이나는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중국 대표 기술 기업의 초기 투자를 이끌어왔다. 지난해까지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모금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중국이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 투자했지만 민감한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맞서야 하는 미묘한 과제에 직면했다.

셴 회장은 미중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는 올해 정치 거물급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연임에 실패했다.

세콰이어가 차이나가 투자한 IT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단속에 시련을 겪고 있다. 메이퇀은 거액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고, 차량 호출 서비스 그룹 디디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틱톡'의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가 아예 법인을 감독할 공무원을 임명했다. 2021년에는 중국 당국이 불과 하룻밤 사이 온라인 교육회사를 불법으로 몰아 투자를 회수할 길이 막히기도 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세콰이어 캐피털 차이나는 지난해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의 캘퍼스, 매사추세츠 연금적립금 투자신탁, 캐나다 CDPQ 및 CPP 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자로부터 복수의 펀드에 걸쳐 90억 달러를 모금했다. 이 자금은 미국팀과는 별개로 투자자들로부터 모금됐다. 자본의 절반은 미국 투자자로부터 나왔고 나머지는 글로벌 연기금 및 기타 기관투자자로부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