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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6대 들이받고 자해 시도하고… '나비약' 지옥에 빠진 사람들

머니투데이
  • 김지은 기자
  • 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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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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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가까운 (마)약 ②다이어트 위해 먹은 약… 중독성, 각성효과, 부작용의 악순환

[편집자주] 살을 빠지게 해 준다는 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오남용이 심해지면 정신 착란 등을 유발해 각종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약에 중독되면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될 가능성도 높다.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디에타민 나비약 사진. /사진=트위터
디에타민 나비약 사진. /사진=트위터
올해 19살인 김희진양(가명)은 지난해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을 처방받기 위해 동네 내과 병원에 갔다. 평소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약을 복용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살이 30kg 이상 쪘기 때문이다. 그는 "폭식증이 와서 식욕 억제가 안됐다"며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다이어트약을 처방해주는 병원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의사는 김양이 18살 미성년자이고 우울증약을 복용한 사실을 알았지만 디에타민 4주치를 처방해줬다. 김양은 "처음 병원에 갔는데 생각보다 약을 너무 쉽게 줘서 깜짝 놀랐다"며 "주의사항도 구체적으로 안내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양은 나비약을 복용한 뒤 실제로 살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입맛이 뚝 떨어져서 음식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뒤따랐다. 그는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급격하게 우울해졌다"며 "디에타민에 각성효과가 있어서 밤마다 잠이 안 오고 날을 샜다"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약과 디에타민을 함께 복용하다 보니 불안감은 증폭됐다. 내 몸을 괴롭히고 싶은 강한 자해 충동을 느꼈다. 그는 "그날 아침 디에타민 10알과 정신과 치료약 20알을 한 움큼 먹었다"며 "약을 과도하게 복용해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어지럼증에 숨도 안 쉬어지고 토까지 했다. 지금까지도 후유증으로 수전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가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부 복용자들은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조현병을 앓게 된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약물을 복용한 채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잦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병원에서 식욕억제제로 처방받는 '나비약(디에타민)'의 경우 펜터민 성분이 포함돼 있다. 펜터민은 불안감, 어지럼증, 불면증, 갈증, 발작 등의 부작용이 있다. 과다 복용할 경우 우울증, 성격 변화, 의존성, 폐동맥 고혈압 등을 겪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펜터민은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해선 안 되고 3개월 이상 복용하는 것도 안 된다.

부작용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다이어트약을 먹은 뒤 빵집 등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절도를 한 30대가 최근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2021년부터 2년여간 서울과 대전지역에서 14차례 음식과 옷, 귀금속 등을 훔치다 적발됐는데, 다이어트약을 수십알씩 먹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제주에서 폭주 운전을 하며 차량 6대를 들이받은 20대가 검거됐다. 그 역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식욕억제제를 7종을 장기간 복용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짜 무섭고 이상한 약" 조현병 진단까지 받은 동생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욕억제제가 한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린 사례도 있다. 평소 다이어트 강박증이 있었던 20대 최유희씨(가명)는 3년 전 중고 사이트를 통해 디에타민을 처음 구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고 검찰은 최씨가 초범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판단을 내렸다.

그로부터 1년 뒤, 최씨는 다시 식욕억제제를 찾았다. 당시 그의 키는 160cm, 몸무게는 51kg였다. 그는 지인 이름을 빌려 한 산부인과에서 마약류 펜터민 성분의 펜 키니 정을 대리 처방받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처방이 가능했을 때는 가정의학과에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동시 복용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최씨는 정신분열 증상을 보였다.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며 집안의 모든 창문을 신문지로 막고 흉기로 자해를 수없이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섭외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 언니는 "동생이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울다가 소리 지르다가 화내다가 무서워 덜덜 떨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최씨는 대학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고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기분장애는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며 "이런 무서운 약이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우리나라가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지옥의 굴레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승무원인 30대 신유아씨(가명) 역시 지난해 디에타민을 복용하고 2주 만에 3kg를 감량했다. 그는 "직업 특성상 외모 관리가 중요한데 나비약을 먹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식욕이 뚝 떨어진다"며 "살기 위해서 억지로 밥 2~3숟가락을 떠먹을 정도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니까 계속 손을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박성민씨(가명)는 처음엔 살을 빼기 위해 약을 복용했지만 점점 기분 전환을 위해 약에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낮에는 디에타민, 저녁엔 수면제를 먹으며 지냈다.

박씨는 "식욕억제제를 먹으면 20시간 넘게 밤에 잠이 안 온다"며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먹게 되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약 부작용 때문에 무기력하다.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면 다시 디에타민을 먹게 된다. 핑퐁처럼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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