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VIP
통합검색

의료 행위로 기소되는 의사 수 韓, 日의 265배…"착한사마리안법 절실"

머니투데이
  • 이창섭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3.06.07 15:34
  • 글자크기조절

'의료 행위 징벌적 접근' 국회 토론회
"의료 행위에 과도한 형사적 책임, 필수의료 붕괴 원인" 우려
"의료사고서 환자 방어수단 필요" 등 의견도

의료 행위로 기소되는 의사 수 韓, 日의 265배…"착한사마리안법 절실"
필수·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과도한 형사적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필수의료 행위는 그 자체로 환자 생명에 위험을 끼치는데 의료 행위 결과에 징벌적으로 접근하면 의료인을 위축시킨다는 논리다.

활동 의사 1000명당 의료활동과 관련한 기소 건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약 265배 높았다.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들이 과도한 형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의·중과실이 없는 응급 의료 행위에 형사 책임을 면제하거나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는 법안의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했다. 응급의학·소아청소년과 전문가들과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료 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을 필수·응급의료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의사가 전문성을 갖고 최선을 다해 펼친 의료 행위를 두고 결과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징벌적으로 처벌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형벌적 접근이 의사의 의료 행위를 위축시키고 필수·응급의료 지원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의사가 과실치사상죄로 경찰로부터 기소된 건수는 평균 4397건이었다. 검찰에게 기소된 경우는 2527건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또한 의료사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도입된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가 형벌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해당 제도가 의사의 형사법적 책임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의료분쟁조정중재가 도입된 2012년,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의사가 기소된 건수는 2121건으로 전년 대비 3557% 폭증했다.

우리나라 의사가 사법기관에 기소되는 건수와 비율은 여타 해외 국가보다 확연히 높았다. 2019년 기준 과실치사상죄로 검찰에 입건·송치된 의사 수는 한국이 783명이었다. 반면 일본은 33명에 불과했다. 2011~2015년 기준 활동 의사 1000명당 기소 건수는 우리나라가 2.5817건, 일본이 0.0097건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265배 높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의사의 기소, 입건송치율이 더 높았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은 "대한민국 의사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의사보다 죄가 많은 집단인 것도 아닌데 왜 우리만 이렇게 형사 처벌에 직면해야 하는 건지 안타깝다"며 "의료수가 정상화와 못지않게 형사 처벌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의사들이 많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학폭당하듯이, 언론에서 '언폭' 당하고 사법부에는 '법폭'을 당하다 못 견디고 번아웃하는 게 현재 상태이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우리 병원에서도 한 재할의학과 선생님이 2년간 의료 분쟁에 시달리시다가 위로금을 냈다. 위로금이라는 건 손해 배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만두고 강남에 피부·미용 클리닉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는 고위험군 진료, 수술 등 의료 행위 자체가 위험하다. 환자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상·치사라는 잣대를 적용해 형사 처벌을 하면 필수의료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의료 행위 형벌화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 바닥의 첫 번째 요소라고는 할 수 없지만, 2017년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고 이후 전공의 지원율 감소가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고를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이 응급실과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어서 자신이 당직이 선다는 조건이 있으면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료 행위로 기소되는 의사 수 韓, 日의 265배…"착한사마리안법 절실"
신현영 의원은 대안으로 응급의료법 개정안인 '착한사마리아인법'과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 보상', '필수의료제정법' 등을 제시했다. 착한사마리아인법은 고의·중과실이 없는 응급 처치를 한 경우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행위자의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법안이다.

필수의료제정법은 '필수의료'를 정의하고, 이를 살리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를 법에 명시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필수의료 종사자 양성 비용 등을 국가가 지원한다.

김 이사장은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의 국가 지원을 확대한다면 그 첫 번째는 필수의료부터 진행돼야 한다"며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현재 상황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선언적으로라도 대 국민적 약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언급된 대안이 직역 이기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역의 권리 보장으로 국민이 이해하게 되면 법안 마련이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며 "국민의 건강권과 이익을 위해서 법안을 관철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정부가 법으로 어떻게 해달라, 돈을 달라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전문의 훈련은 어떻게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먹을 것이며 기피 과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의사들의 자체적인 자구책, 그런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는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일반 국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다. 의료인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균형된 공격과 방어 수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그 전제가 충분히 갖춰진 이후에 형사처벌화 경향이 바람직한가로 논의가 이어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의료법상 의사의 설명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의사 한 명이 환자 진료를 많이 보는 특성상 개개인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어떤 진료를 받을지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며 "환자가 의료사고에서 형사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전체적인 의료시스템이 가지는 문제이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하루만에 80% 수익" 공모주 강세…상장 앞둔 대어 뭐 있나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뉴스 속 오늘
  • 더영상
  • 날씨는?
  • 헬스투데이

많이 본 뉴스

2023 대한민국 사회안전지수
풀민지
[연중기획]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법, AI 리터러시 키우자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