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댐 파괴로 피난행렬 "7명 실종"…러시아 소행에 무게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노바 카호우카 댐 폭파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를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소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떠내려온 물로 인해 주민들이 대피했고 이미 실종자 보도가 나오는 등 민간의 피해도 나타난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한 마을 주민이 댐 파괴로 물이 들어찬 길을 걷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은 6일(현지시간) 댐 폭파 배후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댐 붕괴와 관련해 "현시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댐 폭발에 책임이 있다는 보도를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시작했고 러시아가 해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러시아가 댐을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러시아를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배후설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라고 외신은 풀이했다.

다소 신중한 미국과 달리 유럽은 러시아를 직접 비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잔혹성을 다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댐 공격은 오랫동안 우리가 우려해온 것"이라며 "자국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공세를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댐을 누가 파괴했는지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댐 파괴가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뮌헨안보회의 연구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관리 니코 랑게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댐 파괴로 물이 범람해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을 따라 전선을 뚫기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우에키 야스히로 조치대학 교수도 니혼게이자이에 "댐 파괴로 러시아가 지배 중인 하류 지역을 침수시켜 이 지역에서의 공세를 막고 상류의 방위를 굳힐 수 있다"며 "객관적으로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포격설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이 댐 파괴 장면을 분석한 결과 외부 충격이 아닌 시설 내부에서 이뤄진 폭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모습/AFPBBNews=뉴스1

"모든 것이 잠겼다"댐 파괴로 헤르손 저지대 주민들은 황급히 대피 행렬에 나섰다. 현지 주민인 나데자 체르쇼바(65)는 CNN 인터뷰에서 "너무 무서웠다"면서 "물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집이 잠기는 건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우크라이나 구조대는 저지대 지역에서 주민 12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간단한 짐만 챙겨 황급히 집을 떠나야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오전 홍수 위험이 있는 약 80개 마을에 대피를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앞서 주민 1만6000명이 홍수 위험 지역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수력 발전 당국은 홍수 위험이 7일 최고조에 달했다가 3~4일 안에 수위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수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파괴 배후는 전범이 될 수 있다. 제네바협약은 전쟁 중 댐을 표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커비 조정관은 홍수로 인한 피해자가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면서도 "상당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최소 7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물에 떠내려온 지뢰에 노출될 위험도 지적된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에 있는 카즈코바디브로바 동물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물 범람으로 300마리 동물이 전부 사망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