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비리 민간단체 '수사·감사'..."사업 배제하고 명단도 공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행정부처 감사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6.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민간단체에 대해 수사·감사의뢰를 하고 보조금 반환 등의 조치를 취한다. 아울러 적발된 단체에 대해 향후 정부 보조사업 참여 배제, 보조금 예산 폐지, 명단 공표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추진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적발한 보조금 불법 사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울 따름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엔 기획재정부 등 모든 부처 감사관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2017년 3조7000억원이었던 국고보조금이 2022년 5조4000억원으로 5년간 급격하게 늘었음에도 관리와 감시 노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했다고 판단,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전 부처에서 거의 모든 보조금 사업(최근 3년 기준)을 감가했다. 그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 부정 사용 금액은 314억원으로 집계됐다.

방 실장은 "이번에 적발된 사항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각 부처는 비위의 경중에 따라 수사의뢰, 감사원 감사의뢰 등을 신속하게 해주고 다른 부처들은 자체적으로 감사 결과를 다시 한 번 세밀하게 검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확정된 감사 결과에 대해선 보조금 법령에 규정한 대로 보조금 반환 또 향후 정부보조사업 참여 배제 그리고 명단공표 등 필요한 법적조치들을 철저히 취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 편성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방만하게 운영된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은 예산폐지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방 실장은 보조금의 부정사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보조금 규모에 비해서는 소액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지만 자체감사를 통해 이번에 적발한 것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특히 "외부기관을 통한 검증과 회계감사 대상을 조속히 확대하고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의 회계서류와 각종 증빙을 빠짐없이 등재토록 해 보조금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며 "부정한 집행이 지적된 민간사업자에 대해서는 정부 내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정보교환을 통해서 유사 사례를 원천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 실장은 이밖에 "정부가 지난 5개월간 보조금 사용 실태를 들여다보며 느낀 점은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등 비위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이뤄져 왔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를 적발하기 위해서 매우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감사관실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비영리 민간단체를 감시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시민여러분께 공개하고 시민여러분이 직접 검증해 알게 된 부조리는 감사기관에 쉽게 제보할 수 있도록 신고창구를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가치가 높은 신고 건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 각 부처는 가능한 신속하게 이러한 조치들을 취해달라"며 "이번 보조금 사업에 대한 감사와 예산 구조조정,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사업의 운영이 보다 투명해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