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상대 없이 알 낳았다…16년 '독수공방' 암컷 악어, 어떻게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로이터=뉴스1

동물원에서 16년간 혼자 지낸 암컷 악어가 스스로 임신해 알을 낳은 '자기복제' 사례가 확인됐다. 악어의 자기복제가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지난 7일(현지시간)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18세 암컷 악어가 알을 낳았다. 다만 알 내부에서 새끼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하진 못했다.

새끼를 낳은 악어는 2세 때부터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살아왔다. 이에 동물원 측은 단성 생식(parthenogenesis)을 11년간 연구한 워런 부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박사에게 연락했다.

단성 생식은 암컷이 수정하지 않고 배아를 형성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만으로 자손을 만들어 '처녀생식'(virgin birth)이라고도 불린다.

부스 박사는 암컷 악어의 피부 조직과 죽은 새끼 악어의 심장 조직을 비교해 분석했다. 그는 "두 악어의 유전자는 99.9% 일치했다"며 "엄마 악어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 같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놀랄 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부스 박사는 "단성 생식이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개체수 감소와 멸종 위기에 처해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악어류에서 비교적 늦게 단성 생식이 발견된 이유는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충류에서 이미 알려진 현상이 악어류에서 잘 관찰되지 않은 데에는 "파충류 사육자들은 일반적으로 악어를 키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