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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두 번째 삶' 선물하려 몸 내던진다…기적 만드는 '한강' 사람들

머니투데이
  • 김지성 기자
  • 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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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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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신창훈 대장, 서용배 경위, 정진열 경위, 김봉석 경위(왼쪽부터)/사진=최지은 기자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신창훈 대장, 서용배 경위, 정진열 경위, 김봉석 경위(왼쪽부터)/사진=최지은 기자
"어떻게 보면 다시 태어나고 처음 만난 사람이 저희잖아요. 구조자들에게 최대한 따뜻하게 다가가려 합니다."

삶의 극단에 있는 이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9일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에서 만난 신창훈 한강경찰대장은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구조된 시민들을 "두 번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피부에 경찰 마크가 새겨진 근무복을 입은 한강경찰대원들이 순찰을 위해 순찰정 엔진의 시동을 켰다. 순찰정에 탄 3명의 대원들은 다리 위와 한강 물 주변을 연신 살폈다.

한강경찰대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41.5km 수중 구역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1986년 신설됐다. 망원(행주대교~마포대교), 이촌(마포대교~한남대교), 뚝섬(한남대교~잠실대교), 광나루(잠실대교~강동대교) 등 치안센터 4개소에서 39명의 대원이 교대 근무한다.

한강경찰대도 일반적인 경찰 업무와 마찬가지로 범죄 예방과 단속, 안전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인명 구조와 변사체 수습이라는 독특한 임무도 함께 수행한다.

순찰정으로 한강을 순찰하는 한강경찰대원들/사진=김지성 기자
순찰정으로 한강을 순찰하는 한강경찰대원들/사진=김지성 기자

한강경찰대가 지난해 처리한 112 신고는 3647건으로 하루 평균 10건 꼴이다. 서울시내 27개 대교에서 접수되는 자살 신고가 대다수다. 작년 한 해 한강경찰대가 구조한 시민은 44명에 이른다.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마포대교, 양화대교, 잠실대교, 반포대교, 한남대교 순으로 신고가 많다.

변사 신고도 적지 않다. 한강에서 운동하던 시민이나 대교 위 지하철을 타고 가던 시민들의 신고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한강경찰대가 수습한 변사체는 112구에 달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그때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5~10분 안에 도착해야 구조자가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3명의 대원이 일심동체로 움직여야 한다. 한 명은 순찰정의 핸들을 잡고 또 다른 한 명은 무전기로 위치를 파악한다. 마지막 한 명은 물속에서 구조를 담당한다.

보트는 구조가 필요한 시민 바로 옆까지 접근한다. 물살이 구조자를 밀어내지 않도록 점차 속도를 줄이는 식이다. 구조를 담당하는 대원이 빨간 레스큐 튜브로 시민을 감싸 순찰정으로 끌어 올린다. 물에 떠있다면 구조가 가능하지만 물속으로 빠져버리면 구조자를 찾기 어려워진다.

정진열 경위(53)는 1999년도에 입직해 7년째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물 위에 떠있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10분 정도"라며 "허우적거리면서 3번쯤 물을 마시면 폐에 물이 가득 차고 신체에 부력이 없어져 그대로 쭉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물속 가시거리는 최대 30cm 정도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한강에 빠진 상황을 표현할 때 맑은 수질로 표현하지만 현실은 흙탕물 그 자체다. 신 대장은 "물속에 들어가면 보이는 게 거의 없어 손으로 더듬어가며 사람을 찾는다고 보면 된다"며 "시야 확보가 안 되니 대원이 물속에서 사람이나 시신에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 함께 출동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119에 이송하면 되지만 호흡이 없는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순찰정 뒤의 작은 공간이 시민의 생명이 오가는 전쟁터가 된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 함께 출동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119에 이송하면 되지만 호흡이 없는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순찰정 뒤의 작은 공간이 시민의 생명이 오가는 전쟁터가 된다. 사진은 구조자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순찰정 뒤 공간./사진=최지은 기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 함께 출동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119에 이송하면 되지만 호흡이 없는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순찰정 뒤의 작은 공간이 시민의 생명이 오가는 전쟁터가 된다. 사진은 구조자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순찰정 뒤 공간./사진=최지은 기자

인명 구조와 변사체 수습이라는 쉽지 않은 업무 특성상 대원들은 저마다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5년째 한강경찰대에서 시민들을 구조하는 김봉석 경위(43)는 구조한 시민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김 경위는 "시민을 살리고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는데 다음날 출근하니 구조자가 '날 왜 살린 거냐'며 항의하러 센터를 찾아왔더라"며 "생명을 구하고도 항의를 받으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지난해 80대 노인의 변사체를 수습한 서용배 경위(42)는 노인의 바지 주머니가 유달리 볼록한 걸 발견했다. 그 안에 5만원짜리가 두툼하게 들어있었다. 서 경위는 "노잣돈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고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했다고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0대 학생들이 구조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정 경위는 "각각 다른 이유로 투신한 10대 두 아이가 변사체로 발견됐는데 한 명은 투신 후 한 달 만에, 또 다른 한 명은 3개월 만에 찾았다"며 "자살 시도를 하는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한강경찰대원들이 구조시 착용하는 잠수복과 장비./사진=김지성 기자
한강경찰대원들이 구조시 착용하는 잠수복과 장비./사진=김지성 기자

가슴 아픈 사연에 대원들은 순찰정에 오른 시민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려 한다. 김 경위는 "구조한 뒤 질문을 하면 보통 아무 말이 없지만 암 투병과 같이 지병을 이유로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저마다 사연이 있다"며 "마음 굳건히 먹고 앞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며 위로를 건넨다"고 말했다.

매번 죽음과 마주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일하는 고된 업무에도 대원들의 얼굴은 밝았다. 정 경위는 "누군가의 삶을 살리면 일순간 사무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이런 보람이 이 일을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서 경위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을 구한다는 사명감도 추가되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한강경찰대원들을 초청해 근무 환경 개선과 순찰정 변경 등을 약속했다. 신 대장은 "서울시민들에게 한강경찰대는 생소할 수 있지만 (한강경찰대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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