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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이재민이 벼슬이야?"…'대피소'에서 들은 말[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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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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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으로 간신히 대피한 지 사흘 만에 나가라며 '눈칫밥', 매일 괴로운데 공무원 등은 "양보하라"는 말만…섬세하게 바라보고 분리해 갈등 막아준 건 '민간 단체', 디테일한 재난 지원 필요한데 활동에 필요한 모금도 못 해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맘으로 현장을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에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강원도 고성 주민이 살던 집안. 물이 삽시간에 잠겨 장판과 도배가 뜯기고 난리가 났다./사진=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
태풍이 휩쓸고 간, 강원도 고성 주민이 살던 집안. 물이 삽시간에 잠겨 장판과 도배가 뜯기고 난리가 났다./사진=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
"태풍 이재민이 벼슬이야?"…'대피소'에서 들은 말[남기자의 체헐리즘]
10여 명의 피난민들이 동네 경로당 현관에 들어섰다. 이들은 축축해진 신발을 벗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할아버지도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있었다.

8월 9일과 10일. 열대 과일 이름을 가진 태풍 '카눈'이 대한민국을 매섭게 할퀴며 지나갔던 날. 15시간 종단이 마무리됐단 어느 언론사 기사에 누군가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입니다"라고 댓글을 남긴 날. 수도권은 잠잠했고 예보가 빗나갔다고, 그러게 왜 야단법석을 떨었느냐며 마른 집 안에서 편안한 말을 쏟아내던 그날.
태풍으로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강원도 고성의 광경. 어르신이 업힌 채 구조되고 있다./사진=뉴스1
태풍으로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강원도 고성의 광경. 어르신이 업힌 채 구조되고 있다./사진=뉴스1
그날, 강원도 고성엔 시간당 8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퍼부었다. 바닷물과 빗물이 뒤섞여 육지로 밀려들었단 얘기까지 나왔다. 지대가 낮은 시외버스터미널은 푹 잠길 정도였다. 같은 높이의 땅엔 집들이 더 있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어, 현관에서 빗물이 찰랑거린다 싶었어요. 안 되겠다 싶었지요. 가방을 찾다가 메고 나가려고 보니, 그 잠깐새 집안에 물이 이만큼 차올랐더라고요."

달방 비슷한 걸 얻어 살던 노인, 김승학씨(68) 회상이었다. 이 동네가 좋아 자릴 잡았단 그는, 생애 이런 비는 처음 봤단다.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하늘에서, 그야말로 집에 세숫대야로 물을 들이붓는 느낌이었다고.
강원도 고성에 거주하는 김승학씨의 집 내부. 태풍 피해를 입은지 2주가 흘렀음에도 집안이 여전히 습하고 축축해, 쉬이 마르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강원도 고성에 거주하는 김승학씨의 집 내부. 태풍 피해를 입은지 2주가 흘렀음에도 집안이 여전히 습하고 축축해, 쉬이 마르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집안이 온통 물에 푹 잠겼다. 장판부터 들이차서 도배지가 흠뻑 젖었다. 온갖 물건과 냉장고며 TV가 물에 파묻혔다.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

대피하는 게 급했다. 옷가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나왔다. 인근 고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이 이미 차올랐다며 출입을 막았다. 근처 노인정으로 갔다. 그랬더니 거주지가 이쪽이 아니라며, 그 동네 경로당으로 가라고 했다. "물이 좀 빠지면 가겠다"고 했으나 안 된다고 했다. '아주 사지로 내모는구나' 생각이 들었단다.

별 수 없이 동네 경로당으로 갔다. 그곳엔 집이 물에 잠긴 이들이 더 있었다. 모두 10명. 승학씨는 이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대피 사흘 만에…경로당이 불편해졌다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의 한 마을 광경./사진=뉴시스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의 한 마을 광경./사진=뉴시스
토요일, 일요일을 보냈다. 사흘째부터는 양말이나 속옷 같은 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챙겨준 응급구호키트에 속옷이며 베개, 라면, 햇반 등 먹을 게 담겨 있었다. 대한적십자사에선 커다란 빨래 차가 와서, 이불 빨래 등을 해결해주었다. 읍사무소에선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주었다.

급하게 대피한 이들이 잠잘 곳, 먹을 것, 입을 것, 이런 건 해결됐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차도에 쓰러진 나무들을 구조대원들이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차도에 쓰러진 나무들을 구조대원들이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람 말이다. 갈등이 불거졌다. 기존에 경로당을 쓰던 어르신들이 월요일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승학씨가 겪은 힘듦이 이랬단다.

"자기네 거라는 거예요. 소리를 지르고 시비를 걸고. 그래서 여긴 재난당하면 원래 쓰게 돼 있는 거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게 뭐 벼슬이냐, 그러고요. 고스톱을 치고 냉장고 문도 편히 못 열고, 너무 시달렸어요."

거기엔 중고등학생 아이들도 있어서, 승학씨가 어르신들에게 자제해달라고 했다. 우리 경로당인데, 우리가 왜 자제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갈등이 커졌다. 공무원, 마을 이장에게 호소했으나 "그냥 이해해라", "양보하라"는 말뿐이었다.



재난 대피소에 '청소년'들이 있었다


섬세하게 살펴보고 지원에 나선 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왼쪽). 그 덕분에 승학씨(오른쪽)는 지옥 같던 경로당에서 나와 여관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섬세하게 살펴보고 지원에 나선 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왼쪽). 그 덕분에 승학씨(오른쪽)는 지옥 같던 경로당에서 나와 여관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집이 물에 잠겨 돌아갈 곳이 없고, 원래 쓰던 이들은 눈치를 주고, 힘듦을 호소하니 이해하라는 상황. 승학씨는 잠이 안 올 정도로 힘들었단다. 몸이 고된 건 어떻게든 참겠으나, 마음이 지옥이라 하루가 1년 같았다.

그때였다. 고성에 현장 조사를 온 이가 있었다. 재난구호 전문 NGO인 에이팟코리아의 이동환 팀장(41)이었다. 그는 승학씨가 머물던 경로당에도 왔다. 그리고 계속 오게 됐는데, 이유가 이랬다.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주민(할머니)의 집 내부. 휑하고 습하고 축축했다./사진=남형도 기자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주민(할머니)의 집 내부. 휑하고 습하고 축축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중고등학생이 있더라고요. 재난 대피소에서 원래 애들을 만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사춘기잖아요. 그래서 보통은 차라리 모텔이라도 보내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한 방에 있는 거예요. 할머니랑, 아이들이랑. 그러니 계속 눈에 밟혔지요."

아이들은 며칠 후면 개학이라 교복도 빨아야 했다. 그런데 경로당에 세탁기가 없었다. 그때가 저녁이라 돌아다니며 세탁소를 찾으러 다녔다. 쉬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재민들과 경로당 어르신 간의 갈등도 봤다.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는 게, 집 잃은 이들에겐 거의 '비수'처럼 꽂힌단 걸 잘 알았다. 승학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것도 보였다. 이 팀장은 그를 따로 불러서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원래 자기들이 쓰던 걸 못 써서 싫었을, 경로당 어르신들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생각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하는 '섬세함'


선풍기로 겨우 말리고 있는 승학씨의 집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선풍기로 겨우 말리고 있는 승학씨의 집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니 이재민들을 경로당에서 분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숙소 얻어주면 되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그게 또 아녔다. 일단 중고등학생 두 아이와 할머니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구해보기로 했다.

"숙소 주인을 잘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10곳 넘게 돌아다녔어요. 상황이 이렇다고. 그러냐고 하면서 자기 아들도 중학생이라고, 이불도 갖다주겠다고 괜찮단 생각이 들었지요. 사람이 안 좋으면 또 상처받고 그럴 거잖아요."

일주일을 예약하고, 현금도 그 자리에서 줬다. 그런 것도 주인 입장에서 잘 신경 써달라고 편하게 해준 거였다. 그러고도 가서 커피를 마시며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그제야 맘이 편했다고, 그런 것까지 한 뒤에야 '내가 지원을 제대로 했다'가 되는 거란다.
육개장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육개장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승학씨가 머물 여관도 까다롭게 골랐다. 통화도 하고, 여관 주인과 소통도 많이 했다고. 비영리단체라 재정 상황이 뻔하지만, 깎아달란 말도 안 했다. 정확히 지불하고 좀 신경 써 달라고 한다고. 아무래도 지내면 부탁할 일이 많기에, 이재민들이 두 번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생각보다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섬세함. 사소한 것까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거였다. 재난 지원이란 걸 그동안 너무 뭉툭하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그가 말했다.

"디테일한 것들을 잘 보면서 하고 있어요. 사실 심리적으로 되게 힘들지만요. 이 결정이 맞는 거였는지, 그런 부분이지요. 그래서 재난구호 분야도 교육도, 경험도 많이 필요합니다."



2주가 지났어도…마르지 않은 축축한 집


제습기 한 대를 지원해줬더니 무척 좋아하던 승학씨./사진=남형도 기자
제습기 한 대를 지원해줬더니 무척 좋아하던 승학씨./사진=남형도 기자
경로당 코앞이 이 팀장이 얻어준 여관이었다. 여기서 저기로 가는 게 그리 어려운 사람도 있는 거였다.

"얼마나 가고 싶으셨겠어요. 우리는 무조건 여기 가서 잤을 거잖아요. 근데 그게 이렇게 어려웠단 거잖아요."

괴롭고 눈칫밥 먹던 경로당에서 나올 수 있단 것. 그게 어떤 의미인진 승학씨를 만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여기까지 와줘 고맙다고, 어서 오라고. 얼굴 가득 애정을 담고 환대하는 이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승학씨는 이 팀장을 두고 "덕분에 너무 잘 지낸다고, 살 것 같다고, 칙사 대접을 해도 부족한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태풍이 한반도를 이륙한 지 2주가 넘었건만, 승학씨 집은 여전히 축축했다. 습한 내음이 코를 찔렀다. 마르는데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릴 줄이야.
도배도 해야하고 장판도 새로 깔아야 한다. 복구는 이제 시작이다./사진=남형도 기자
도배도 해야하고 장판도 새로 깔아야 한다. 복구는 이제 시작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젖은 도배지를 다 뜯어내 뼈처럼 드러난 벽, 장판 없이 습하고 차가운 바닥. 거긴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죽은 집이었다. 물에 젖어 다 버린 살림은 단출하다 못해 휑했다. 집안을 말리기 위한 선풍기가 버겁게 돌아가고 있었으나, 말릴 수 있는 건 고작 바람이 닿는 부채꼴 모양 면적이었다.

이 팀장이 차에 싣고 온 제습기를 꺼내놓았다. 승학씨가 간절히 기다리던 거였다. 전기 코드를 꽂아 틀자마자, 습도 수치가 90% 가까이 떴다.

"이게 지금 90% 차 있다는 거거든요. 숫자가 낮아질 거예요. 40%로 바뀌면 더 안 돌아가요. 문을 닫아두시고, 금방 물이 찰 거예요. 2시간마다 버리셔야 해요."

이 팀장이 차근차근 설명할 때마다, 승학씨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예, 그럼요. 예예"하며 고갤 끄덕였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걸 해주니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힘을 내어 웃었다.



섬세하게 도와야 하는데, '모금'도 할 수 없는 법(法)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야길 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게 다름 아닌 심리 지원이라고 했다. 당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 쓰는 우리들이 있다고 전해주는 것. 수해 피해를 입은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기자./사진=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야길 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게 다름 아닌 심리 지원이라고 했다. 당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 쓰는 우리들이 있다고 전해주는 것. 수해 피해를 입은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기자./사진=이동환 에이팟코리아 팀장
'재난 지원'하면 절로 떠올렸던 게 있었다. 체육관과 텐트, 밥차, 세탁차, 쌓인 물품들, 옷가지들. 그러나 현장에 와서 보니 필요한 게 생각보다 많았다. 강원도 고성, 작은 동네 한 곳만 살폈음에도 그랬다.

어찌 보면 '사각지대'였다. 여긴 강원도 고성군 안에서도 특별재난지역에도 속하지 못한 곳이었다. 90가구가 수해를 입었지만, 피해 액수가 적단 거였다. 기계적인 기준, 정형적인 시스템. 그것만으론 재난 지원을 다 커버하지 못했다. 이 팀장이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이재민들이 머물턴 텐트./사진=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이재민들이 머물턴 텐트./사진=뉴스1
"재난이 터지면 하는 일이 딱 정해져 있어요. 대피소 정해지면 텐트 설치해주고요. 적십자는 밥차, 재해구호협회는 세탁차랑 구호키트. 원래 하던 일들을 하고, 관에서도 그렇게 하죠. 그런데 그 이후에 뭐 불편한 게 없는지, 그런 건 없죠. 충북 오송 있잖아요. 제가 어제 갔다 왔는데 50명이 아직도 텐트치고 있어요. 그런데 관심은 2주 만에 다 떨어져 나갔지요."

왜 여전히 그러고 있을까. 태풍이 지나가고 2주가 지나도 쉬이 마르지 않는 집. 말라도 도배와 장판에 꽤 드는 비용. 집안에 다시 채워 넣어야 할 가전제품이며 물건들. 수해도 태풍도 지나갔으니 다 끝났다고 여겼던 게 생각났다. 끝난 게 아녔다. 시작이었다.
수해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주민의 집안./사진=남형도 기자
수해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주민의 집안./사진=남형도 기자
생각보다 긴 시간을, 그때마다 잘 바라보고 유연하고 또 섬세하게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이 팀장이 속한, 에이팟코리아 같은 민간 단체라 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그곳 인력들로 대응하는 게 가장 좋다고. 그러려면 활동할 예산이 필요한데, 모금을 못 한단다. 이 팀장이 설명했다.

"예산이 필요해요. 만약에 태풍 피해로 모금한다고 하면 자신 있거든요. 그런데 자연 재난으론 법으로 못 하게 돼 있어요.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재해구호협회랑 사랑의 열매 두 곳만 가능하지요. 1970~80년대에 중복 수혜 문제가 있었거든요."

극적으로 법을 바꾸진 않더라도, 모금하는 돈의 1~2%라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에 내려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그래야 각 지역에서 다양해지는 재난에 대응할 수 있단 거였다.

승학씨의 집을 떠날 때, 몇 번이고 손을 잡으며 감사하단 목소리가 들렸을 때.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울먹이는 그의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작은 것까지 자세하게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여러모로 힘든 사람들일 것이므로.
물이 잠겨 엉망이 된 집. 그럼에도 책상이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아이는 축축한 방 안으로 돌아와 공부한단다. 재난 지원이 비단 텐트를 설치하고,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것뿐만은 아닐 거라고./사진=남형도 기자
물이 잠겨 엉망이 된 집. 그럼에도 책상이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아이는 축축한 방 안으로 돌아와 공부한단다. 재난 지원이 비단 텐트를 설치하고,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것뿐만은 아닐 거라고./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학교가 끝나고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축축한 집에 다시 온단다. 임시 숙소엔 공부할 책도, 책상도 없어서다.

도배지가 다 뜯어져 흙빛 벽까지 드러나 엉망이 된, 찔듯이 무덥고 습한 방. 난장판이 된 책상에 영어 단어집이며, 과학 참고서 같은 게 놓여 있는 걸 보고 몹시 마음이 어지러웠다.

두 아이의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공부를 잘한단다. 한 아이는도 있다고.

"전자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그러더라고요."

태풍, 재난, 지원, 공부 같은 키워드를 넣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다. 별다른 결과들이 나오지 않았다.

뭐였을까.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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