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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댔던 중국의 뒤통수(?)…"폭스바겐 흔들" 獨경제가 위험하다

머니투데이
  • 정혜인 기자
  •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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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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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죽어야 사는 독일(上)

[편집자주] 죽어야 사는 독일 독일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기가 됐지만 들여다 보면 여러 요인들이 독일을 다시 '유럽의 병자'로 만들고 있다. 이런 독일의 모습에는 우리와 겹치는 점들도 있다. 독일 경제를 짚어본다.



폭스바겐 '제2 노키아' 될까?… 자동차 강국 독일의 딜레마


① '내연차'에 빠진 독일 자동차 산업, 기대온 중국 영향 흔들… "전기차 시대에 맞춘 산업 구조 변화·정책 지원 이뤄져야"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폭스바겐이 노키아의 길을 걷고, 독일에서 자동차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유럽 최대 경제국은 어떻게 될까."

G7(주요 7개국) 중 올해 유일하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역성장 전망서'를 받은 독일의 향한 경고음이 점차 커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내부 정치적 갈등까지 각종 악재가 겹쳐 독일이 또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해 향후 5년간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 중 가장 느린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독일 안팎에서는 "독일이 중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중국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가 독일에 역풍이 됐다고도 지적한다. 그간 독일 경제를 책임졌던 자동차 산업(2022년 기준 자동차·부품이 수출의 15.6%)이 중국 영향으로 불안감을 보이면서 '제조업 강국'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위기감의 중심에는 폭스바겐이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中 절대강자' 폭스바겐 흔들

독일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20년 가까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자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부상하면서 폭스바겐의 시야에 안개가 끼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예상과 달리 부진한 것도 폭스바겐 나아가 독일 자동차 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기댔던 중국의 뒤통수(?)…"폭스바겐 흔들" 獨경제가 위험하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매출이 경기부진 속에서도 전년 대비 18% 늘고,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강자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신차 판매 1위, 전기차 판매 1위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을 지적하며 폭스바겐과 독일 경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자동차 부분 최고경영자(CEO)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셰퍼 CEO는 지난 8월 경영진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폭스바겐의) 지붕이 불타고 있다. 회사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1년 당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 CEO가 회사를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이라고 표현하며 회사 위기를 지적한 것을 연상케 한다. 스마트폰으로 전환기에 뒤처진 노키아는 2년 뒤인 2013년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2%로 1위를 기록, 2위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9.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BYD(21.4%)와 미국 테슬라(15.2%)에 크게 밀린 3위(7.3%)다. 이는 BYD와 테슬라가 각각 점유율을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1.6%포인트 올리는 사이 홀로 0.7%포인트 뒷걸음질친 결과다.

기댔던 중국의 뒤통수(?)…"폭스바겐 흔들" 獨경제가 위험하다

◇"내연차 수렁에 빠진 獨, 산업 흐름에 맞는 변화 필요"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제조업 특히 자동차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정부 정책 지원 부재 속에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 등 독일 내부의 복합적인 요인도 독일 경제의 걸림돌로 꼽으며 이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인구 부족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글로벌 조사업체 스타티스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독일의 전체 인구는 8324만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1866만명으로, 40~59세(2300만명) 다음으로 많았다.

기댔던 중국의 뒤통수(?)…"폭스바겐 흔들" 獨경제가 위험하다
독일 컨설팅업체 TLGG의 크리스토프 보르샨인 창업자 겸 CEO는 "한때 독일의 강점이었던 대형 자동차 산업이 점점 더 독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자동차는 독일이 기계공학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징후"라고 지적했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CEO는 최근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 차 퇴출 계획을 "진입 전략이 없는 출구 결정"이라며 정부 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독일 정부가 EU와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퇴출' 계획에 합의하면서도 산업구조 전환 대책 마련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칩세 CEO는 "전기차는 국제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생산은 원자재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 맞춘 산업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일 연방 지구과학 및 천연자원 연구소(BGR)에 따르면 2021년 독일은 주요 광물 소비량의 약 98%를 수입했다.



중·러 의존도가 문제? 10년 황금기 끝난 獨경제 어디로…



202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셰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셰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 '미텔슈탄트'(mittelstand)의 나라 독일이 휘청인다. 팬데믹을 거치고 지정학적 부메랑을 맞으며 10년 호황에 마침표를 찍고,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신랄한 진단이 나온다. 1990년대 말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경제를 회생시킨 '아젠다 2010' 수준의 강력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두운 제조 업황… 中 대신할 '슈가 대디'가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은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부른 극단의 에너지 위기 정점은 지났다. 하지만 주력산업에 필수적인 가스 및 전기 가격은 여전히 높다. 이로 인해 화학제품, 유리, 종이 등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부문의 생산이 지난해 초부터 17% 감소했다. 고금리에 원자재값 상승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부동산부문도 개발업체들 파산이 이어지며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중 분쟁이 심화되며 무역여건도 불안정하다.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독일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 할 것으로 봤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20%에 달해 구조적으로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다. 자동차, 공작기계, 화학 제품 등 경기 순환이 심한 제품의 수출에 특화돼 있어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민감도가 높다. 1990년대에도 독일은 자동차, 화학산업 등 '19세기식 혁신'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30년이 흘렀지만 같은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팬데믹 이후 글로벌 소비는 제품보다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고 중국의 경기침체까지 더해져 독일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7.9% 줄었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35~40%가 독일차다. 전체 독일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7.2%다. 대중 자동차와 차 부품 수출이 올해 1분기에 작년보다 24% 줄었고 화학제품의 수출도 12.5% 감소했다. 자동차 및 차 부품은 독일의 대중 전체 수출의 19%에 이른다. 이는 독일 전체 GDP에서 0.9%를 차지한다. 독일의 투자은행 베렌버그는 대중 수출감소가 올해 상반기 독일 GDP를 0.2%p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있다.

대중 수출 감소 우려에 더해 전기차 부문에선 아예 중국의 값싼 경쟁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제너럴리 인베스트먼트 유럽의 마틴 울버그는 "독일의 주요 수출상품인 자동차는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져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강점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서 혁신성은 미국의 테슬라에 밀리고 가성비에선 중국에 밀리는 형국이다. 프란치스카 팔마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산업의 전망은 어둡다"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독일의 안방인 유로존 제조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S&P 마켓 PMI(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7월 수출 주문은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르게 감소했다. 과거 독일을 10년 황금기로 이끌며 '슈가 대디'(sugar daddy) 역할을 맡아준 중국이나 신흥국들의 막대한 수요가 현재는 없다.

◇IMF "獨 고령화로 중기 성장률 1%미만"…반박 의견도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독일 GDP가 0.35%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연초 예상했던 1.4%에서 0.86%로 하향 조정했다. IMF도 독일경제가 2024년에는 다소 호조될 수 있으나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성장률을 갉아먹어 중기적 성장률이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독일은 2020년 들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돼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 캐나다식 '이민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고학력 이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난민 110만명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150만명 늘어나는 이변이 연출됐지만 이중 50%가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이민에 반대하고 친러시아를 자처하는 극우정당(AfD) 지지율은 최근 20%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경쟁력이 △인건비 상승 △높은 세금 △숨 막히는 관료주의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부족 등으로 인해 꾸준히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독일은 22위로 밀려났다. 10년 전에는 상위 10위권이었다.

독일 경제를 낙관하는 목소리도 있다. 1998년 독일을 '유럽의 병자'로 처음 묘사했던 홀거 슈미딩 베렌버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대표적이다. 슈미딩은 독일의 실업률이 5.7%(8월 말)로 낮고 노동력 부족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독일 경제의 원동력은 중국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히든챔피언인 미텔슈탄트"라며 "에너지 가격 충격이 혁신의 물결을 불러 수많은 미텔슈탄트가 에너지 솔루션 분야 리더로 거듭나면 에너지 집약적 생산라인의 손실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슈미딩 역시 독일 정부의 과제로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 완화와 고부가 일자리 창출, 관료주의 개선을 들었다. 중국의 경기위축과 지정학적 위기에 대해선,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재편성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공작 기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독일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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