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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카톡으로 "예뻐"…엄마는 1억3000만원을 보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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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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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파고드는 범죄, 중장년 피해 커, 부모님에게 알려야…주한 미군 UN 파병군 의사라며 3~4개월씩 '작업', 62년생 어머니, 대출까지 받아가며 1억3000만원 보내, "아들들아, 미안하다, 엄마 앞가림도 못 해서"

[편집자주]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봐야 제대로 안다며, 동떨어진 마음을 잇겠다며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갑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나 숙제가 더 많으니, 차마 못 다한 뒷이야기들을 가끔씩 풀고자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카톡으로 "예뻐"…엄마는 1억3000만원을 보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우석씨가 그리 느낀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처음엔 잘 몰랐다. 이정도로만 말을 꺼내서였다.

"우석아, 돈 좀 빌려줄 수 있니."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

"아니 그냥, 투자할 데가 조금 있어서…."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고 있던 터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우석씨는 당시 어머니에게 500만원을 빌려드렸다. 그 뒤로는 잊고 지냈다. 그러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그 때 제대로 알게 됐다. 어머니가 '로맨스스캠' 사기를 당했다는 걸. SNS로 친한척 접근한다.

몇 달에 걸쳐서라도 감정을 흔들고, 외로운 마음을 파고든다. 됐다 싶을 때 본론을 꺼낸다. '돈 얘기'다.

우석씨 어머니도 피해자였다. 그리고 피해 금액은 자그마치, 1억3000만원에 달했다.



카카오스토리 사진 댓글로 접근, 카톡으로 3~4달 '작업'


매일 카톡으로 "예뻐"…엄마는 1억3000만원을 보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시작은 우석씨 어머니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진이었다. 어머니 나이는 1962년생, 61세. 통상 중장년층이 많이 쓰는 SNS였다.

댓글에서, 대화하기 용이한 '카톡'으로 넘어갔다. 사기꾼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그는 본인이 주한 미군이며, 파병된 의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UN 파병군이라 사칭했다. 우석씨가 봤을 땐 '번역기를 돌린 어색한 말투'였는데, 그의 어머니는 그리 의심하지 않았다.
독자가 보낸 또 다른 '로맨스스캠' 대화 사례.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비행기 내부 사진 등까지 보내는 수법이다./사진= 독자 제공
독자가 보낸 또 다른 '로맨스스캠' 대화 사례.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비행기 내부 사진 등까지 보내는 수법이다./사진= 독자 제공
도용한 사진을 미친듯이 뿌려댔다. 믿게하기 위해서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진도 보냈고, 미군 증명서라며 서류도 보냈다. 수술하는 장면도 허접한 포토샵으로 조작해 보냈다.

우석씨 어머니는 "진짜 외국인이었어"라며 철석 같이 믿고 있었다. "어머니가 가짜 미군과 영상 통화까지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석씨 말이었다.

적적한 나이. 낯선 외국인과의 재밌는 대화. 우석씨 어머니는 그에 빠져들었다. 매일 카톡을 주고 받은 게 3~4개월에 달했다.



"휴가 가야한다"며 500만원씩 요구, 계좌 명의도 3개씩 돌려썼다


매일 카톡으로 "예뻐"…엄마는 1억3000만원을 보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대화한 시간, 나눈 주제의 갯수만큼 신뢰를 쌓고는 사기꾼은 '본론'을 꺼냈다.

"한국에 의사를 보내야 하고, 휴가를 내야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그런 명목으로 500만원씩 요구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석씨가 말했다. 그의 어머니가 당했단 수법이 그랬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 비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사라고 돈이 많다며, 한국에 가면 돈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환심을 사기 위한 달콤한 말도 계속됐다. 커피 사진을 보내며 "예쁜 내 동생, 잘 잤어?"라고 했다. "사랑스럽다"는 말도 주저 없이 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결혼하자고, 결혼 증명서 같은 서류까지 꾸며댔다. 집 주소도, 이름도 알려달라고 했다.

우석씨 어머니는 CD기나 스마트 뱅킹 등으로 계좌 이체를 했다. 2000~3000만원씩 보냈다. 심지어 대출까지 받았다.

우석씨가 그 사실을 알게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한 뒤에도 "사랑스러운 동생, 돈이 부족해"라며 끝까지 빼먹으려 했다. 보낸 계좌 명의도 2~3명에 달했다.



"아들들아, 미안하다"…자책하던 어머니, 아들들이 대신 빚 갚고 있어


매일 카톡으로 "예뻐"…엄마는 1억3000만원을 보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경찰이 계좌를 추적했으나, 전부 피해를 당한 사람들 명의 통장이었다. 돈은 이미 다 빼서 비트코인으로 돌렸다고.

오죽 답답하면 우석씨가 카카오톡 본사에 직접 연락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는 아프리카쪽으로 나오는데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별 방법이 없었단다.

빚 부담부터 해결해야 해서, 어머니가 대출 받은 금액 1억 3000만원을 형과 어머니와 나눠서 갚았다. 여기에 어머니가 고생하며 일해서 쌓은 퇴직금까지 들어갔다. 어머니 대신 떠안은 빚은, 우석씨가 일을 하며 갚고 있다.

어머니는 자책도, 상심도 컸다고. 우석씨는 "우리 아들들, 잘 살게 해줘야하는데 엄마가 돼서 본인 앞가림도 못 한다. 앞 길만 막는다고 하시더라"라고 했다. 그가 아니라, 사기꾼들 잘못이었다.

담당 사이버팀 수사관과도 인터뷰를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계좌 이체는 대포 통장이 대부분이고, 계좌 명의자도 피해자여서 얼키고 설켜 있다"고 했다. 최근엔 가상 화폐로 보내달라는 피해가 많다고 했다. 카카오톡 계정 역시 대포폰이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추적하기가 굉장히 힘들단다.

해당 수사관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안타깝다. 피해자 분들 오시면, 주위에도 알려달라고 한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니, 부모님께도 적극적으로 조심하라고 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elle이라는 중국인과 직접 나눠본 대화. 직업을 묻기에 "나쁜 놈들 잡는 경찰"이라고 해봤더니, 그 뒤로는 말을 걸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Belle이라는 중국인과 직접 나눠본 대화. 직업을 묻기에 "나쁜 놈들 잡는 경찰"이라고 해봤더니, 그 뒤로는 말을 걸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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