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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경직적인 시스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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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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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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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독일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다. 독일 경제하면 하르츠 개혁, 제조업 강국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2010년대 중반 독일은 경제 슈퍼스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독일은 돌아온 유럽의 병자가 됐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가 이처럼 부진한 요인을 3가지로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수출이 부진한 것을 첫 번째 요인으로 들었으며 두 번째 요인으로는 탄소중립 과정에서 에너지정책 실패, 마지막 세 번째 요인으로는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독일이 처한 상황이 우리가 처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데 있다. 3가지 요인 모두 한국 경제에도 동일하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가 독일 경제의 장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3가지 요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즉 법·제도·행정시스템이 경직적이라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 주장은 제도학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제도학파는 다양한 제도가 경제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파다. 예를 들면 어떤 제도가 경제발전과 효율성을 촉진하며 어떤 제도가 경제위기나 불균형을 초래하는지를 분석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제도학파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의 원인도 제도에서 찾는다. 물론 그들이 플라자 합의, 인구고령화, 부동산정책 실패 등의 영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이 저성장 함정에 장기간 빠졌던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직적인 법·제도로 일본 내부에 자생적인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발생한 혁신조차 일본 경제에 수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전환에 직면했다. 디지털 전환이란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고 그린 전환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친화적인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은 서로 다른 종류의 전환 같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성공적인 전환의 중심에 기술혁신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야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높아지고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그 혜택이 확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행정시스템이 유연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도입된 낡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 경제·사회의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그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만드는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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