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금리로 돌아가기 어려워…빚 관리로 연착륙 해야"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6주년 콘퍼런스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민간 부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사민 기자

국내 고금리 기조가 고착되면서 이전 수준의 저금리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 가계 및 정부 부채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원 26주년을 기념해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민간 부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리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민간 부채 현황 및 고금리 기조 고착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급격히 상승한 금리가 저금리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는 금융시장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적 이슈"라며 "이에 따라 민간, 기업,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노력과 함께 금리 리스크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가계부채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아티프 미안(Atif Mian)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급격한 신용 및 부채 증가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안 교수는 '부채 기반 수요'(Indebted Demand)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한국이 부채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채를 늘리면서 수요를 진작하게 되면 결국 사회 최하위계층의 부채 부담이 커진다"며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부채 기반 수요에 의존할 수 있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부채에 대한 궁극적인 구조 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파산 관련 규제를 관리하는 등 부채 재조정을 통해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저금리 기조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리는 실질중립금리 및 추세물가 상승으로 고금리 기조가 고착될 것"이라며 "규모가 과도한 가계부채 및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정부부채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리상승으로 민간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도산 우려 등 주식시장의 불안 요인이 누증하고 있다"면서도 "기업부채의 부실화 위험이 시스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한 미시적 문제의 대응과 성장 둔화 추세를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부채 활용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레버리지 확대가 성장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의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건전성 약화가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레버리지가 확대될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