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아요"…'아들 사망' 수술 중 사라진 의사 잡은 것도 CCTV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지난 1월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늘(25일)부터 국내 모든 병원의 수술실 CC(폐쇄회로)TV 설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7년 전 의료사고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가 소감을 밝혔다.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자식의 명예까지 훼손했는데 어렵게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니까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의사 단체의 저항도 강했다"며 "될 거라는 희망 없이 시작했지만, 하면서 '이거 되겠다'는 느낌이 와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안이 한국에 생겼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른 나라는 영업사원, 간호조무사 같은 무자격자들이 수술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적발될 경우 의사의 면허가 취소된다. 우리나라는 (적발돼도) 병원 운영에 지장을 안 준다. 그래서 수술실 CCTV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아들 권씨는 2016년 9월 한 성형외과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 대표는 수술 당일 병원 내 CCTV를 수집한 뒤 관계자들의 행적을 확인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수술을 담당했던 원장은 권씨의 수술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른 환자를 수술하느라 권씨의 상태와 출혈량을 지속 관찰하지 못했다. 원장에게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른바 '권대희법'이라고도 불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개정안은 2021년 9월 공포됐고,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신마취나 의식하진정(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기관장에게 촬영 요청서를 제출하면 의료기관은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수술 과정을 촬영해야 한다.

해당 법안이 인정하는 CCTV 촬영 거부 사유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수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한 경우 등 6개다.

이 대표는 "촬영 거부 사유가 주관적이고 광범위하다"며 "(환자와 수술에 들어간 모든 의료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열람할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영상 보관 기간도 30일인데, 최소 90일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대리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쪽에서는 (해당 법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법을 개정하는 건 쉽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보건의료인의 인격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법 시행과 함께 설치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의사들의 민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의사항 접수 창구를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