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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화담이 LG家에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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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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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진=LG 그룹 사이트 캡쳐
사진=LG 그룹 사이트 캡쳐
민족대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모든 가족들이 모여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 추석 명절에 그러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다. 내달 5일 상속회복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는 LG가(家)가 그렇다.

자손이 많은 LG가는 오래 전부터 설은 신정을 쇠고, 추석인 음력 8월 15일에는 고 구자경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고 구본무 회장의 자택이 있는 한남동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화합을 다지곤 했다.

매년 8차례 내외의 집안 제사 외에 설과 추석은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이 LG가의 장자로서 가족의 화합과 LG의 인화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LG 창립 75년째인 올해도 구광모 LG 회장이 장자로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두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와 함께 장남인 구광모 LG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이 추석이 끝난 직후인 내달 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원고 측이 가족간의 내밀한 대화까지 비밀리에 녹음해 이를 첫 변론부터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LG가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판이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직후인 2018년 가족간 재산분할 합의서를 통해 약 2조원의 상속 재산 중 5000억원 가량의 재산을 나눠 가진 원고 측이 5년이 지난 시점에 녹음기를 들이밀고 다시 재산을 나누자는 모습은 '인화의 LG'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지난 5월 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고 구본무 회장의 자택 앞에서 화담 5주기 가족 행사를 마친 LG가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주차장 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오동희 선임기자.
지난 5월 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고 구본무 회장의 자택 앞에서 화담 5주기 가족 행사를 마친 LG가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주차장 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오동희 선임기자.

구인회 LG 창업주의 조부로 구한말 홍문관 대제학을 지낸 만회 구연호공은 '형제간과 종족 사이에는 서로 좋아할 뿐 따지지 마라'며 유훈을 남겼다. 인화의 LG의 뿌리가 된 이 유훈이 이번 소송으로 무색하게 됐다.

LG는 지난 75년간 GS의 허씨 가문과의 동업과 이별 과정이나 LS·LIG·LF·LX 등 다른 능성 구씨 형제들과의 분가 과정에서도 그 어떤 잡음도 없었다. 서로 따지지 않고 좋아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양모와 양자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이것도 하늘이 맺어준 '모자'의 끈이다. 그 끈을 끊으려는 게 이번 소송처럼 보인다.

기자가 최근 만난 범LG가의 웃어른 중 한명은 이번 가족간 소송으로 저승에 가서 선대 어른들을 볼 낯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윗대에서 LG에서 분가한 범LG가로 LG 집안 사람들과의 왕래가 잦은 편이다.

그 자신도 자기 몫으로 생각한 부분을 '큰 집'에 떼어줬지만 그것이 아깝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장자가 가업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LG 구성원들은 물론 사회와 국가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자승계의 가풍에 따라 계열분리를 한 그는 이번 소송이 김 여사나 두딸 등 집안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주변인들이 부추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권 재산'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장자에게 맡긴 공동의 재산이라는 것은 LG에서는 불문율로 그와는 별개로 관리돼 오던 개인재산을 가족간에 상속분대로 나눠 가졌던 게 전통이라고 했다. 이번 소송으로 이런 전통이 무너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추석을 계기로 LG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앙금을 풀고 소송이 아닌 화해로 다가가는 게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는 길이고 하늘나라의 화담이 바라는 길이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상처는 커지고 얻는 것은 줄어 들게 돼 있다. 집안 싸움의 결말이 대체로 그렇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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