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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큰 사건 줄줄이 대기중인데...재판 지연, 또 국민만 피 본다

머니투데이
  •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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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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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대법원장 잔혹사, 사법부가 멈췄다(下)



대법원장 공백에 주요 판결 정지…재판 지연 우려 더 커진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입술을 굳게 닫고 있다. 2023.09.19.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입술을 굳게 닫고 있다. 2023.09.19.
국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새로운 법리와 기준을 제시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밀리면 하급심의 유사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재판 지연 사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으로 당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사회·정치적으로 관심도가 높거나 파급력이 큰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지만 대법원장 공석시 권한대행을 맡는 안철상 선임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아 심리를 주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할 수 있다, 없다로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전원합의체 심리와 판결이 판례 변경, 법리 판시 등의 기능을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행 체제에서 전원합의체를 운영하는 것운 본래 취지에 맞춰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살피면 1978년 민복기 대법원장 퇴임 후 이영섭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 3개월 사이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2건(1978년 12월, 1979년 2월) 있었다. 다만 이 기간에도 전원합의체 심리가 이뤄진 기록은 없다. 1987년 헌법 개정 이전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의견이 6대6으로 나뉜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장 없이는 전원합의체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장 없이 진행할 경우 '가부동수' 상황을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준이 늦어졌을 때도 전원합의체 선고를 연기하고 심리만 진행했다.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은 5건으로 집계된다. 다음달 중 판결이 나지 않을 경우 전원합의체 심리 대기 사건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야 할 중요 사건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를 기다리는 하급심 판결도 영향권에 놓인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전원합의체 회부 사건을 맡은 1·2심 재판부가 새 법리·기준 도출 가능성 때문에 대법원 결론까지 판결을 미룬 경우가 많았다"며 " 대법원장 공백이 각급 법원 유사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법원의 최대 문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대법원 소부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법관이 소부 심리·판결에서 제외될 경우 나머지 대법관 11명의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 1명당 한해 평균 4000건 이상의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심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린 김명수 때 동의했다"…6년마다 전쟁, 대법원장 잔혹사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3.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3.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법부가 30년 만에 '사법 수장 공백' 사태를 맞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퇴임했지만 후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에 대한 국회 인준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총사퇴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및 각종 민생법안의 표결이 예정됐던 25일 본회의 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다음 협의 통해신속히 본회의 날짜를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임명동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 298명 중 168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하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도 없다. 이른바 '인사청문회 패싱'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임기 6년의 대법원장 인준이 매번 진통을 겪는 이유다.

법원의 직권 결정으로 보석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법원의 직권 결정으로 보석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안을 조속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전원합의체 사건 등이 줄줄이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야당을 상대로 인준을 촉구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은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공백을 국회가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를 단 하루라도 멈춰 세울 권한이 없다"고 했다. 결국 여야가 대법원장 인준안 표결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합의하면서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종료를 사흘 앞둔 2017년 9월21일 극적으로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1년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양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수차례 거부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나서 "솔로몬 왕 앞에서 친자식을 내주며 친자식을 살리려한 어머니의 마음이 되고자 한다"고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하지만 이번엔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일단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뒤늦게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정국이 얼어붙은 만큼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앞서 인사청문특위 야당 측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당론을 정한 건 아니지만 인사청문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고 민주당 의총에서도 이 후보자의 소양과 가치관이 대법원장으로서 적합치 않다는 쪽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은 25일이 아닌 다음 본회의에서도 부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여야 합의에 따르면 25일 본회의가 무산될 경우 다음 본회의는 11월9일이다. 결국 여야가 10월에 다시 본회의 개최 일정을 잡지 못할 경우 사법부 수장 공백은 최소 한 달 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부결된다면 새로 후보자를 물색하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 중요 사건들에 대한 최종심을 맡는 전원합의체 운영도 어려워지게 되는 만큼 사실상 연말까지 '사법 공백'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법원장 공석사태는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사퇴 이후 30년 만이다.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35년 전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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