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느린 걸음…이재명,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9.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 검은색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뒷문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 곳에는 이 대표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과 만일의 혼란을 대비하기 위한 경찰 병력 수십명이 대기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을 요구하는 지지자와 반대파 시위대는 법원 청사 밖에서 집회를 진행해 소란은 없었다. 이 대표가 성남FC 의혹이나 대장동, 백현동 의혹으로 조사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석할 때는 청사 바로 앞에서도 시위대가 활동했다. 이날 이 대표를 응원 온 국회의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차 뒤 열린 차량 뒷문으로 먼저 보인 것은 이 대표의 다리가 아닌 지팡이였다. 주차장 바닥에 지팡이를 짚은 이 대표는 서서히 몸을 움직여 차 밖으로 나왔다. 이날 이 대표는 짙은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를 입었다. 평소 국회에서 보였던 모습과 달리 넥타이는 하지 않았고 머리도 정돈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내리는 비를 막기 위해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법정 출입구로 걸어갔다. 지팡이를 짚은 오른쪽 발을 절뚝거리며 걷는 걸음은 느렸다.

변호인단도 함께 들어갔다. 이 대표의 변호는 김종근, 이승엽 변호사가 맡는다. 과거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낸 변호인들이다.

취재진은 최근 24일간 단식을 한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감안해 천천히 접근해 질문했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10시7분쯤 서관 3층에 위치한 321호 법정 앞에 도착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법정이다. 이 대표 입정 직전 약 20명의 법정 경위가 대기했다. 법원이 의료진과 휠체어도 준비했지만 돌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대표 입정 30여분 전 검찰 직원은 법정으로 A4용지를 담은 상자들를 운반했다.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작성한 의견서 등 서류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서와 더불어 16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준비했다. 영장청구서에는 구속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의견서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비공개 사실관계, 증거 등이 담긴다.

상자가 법정에 옮겨지고 검사들도 입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영장심사에는 최재순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등 백현동 수사, 대북 송금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8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가 입정한 뒤로도 서초동 정곡빌딩 앞 '법원 삼거리'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단체와 발부를 주장하는 단체가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이 대표 구속영장 심사 결과는 밤 늦게 나올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정을 넘겨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