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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0명, PA 없인 수술 못 하는데…" CCTV 의무화에 흉부외과 '끙끙'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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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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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받을 때 환자가 수술 전 원하면 수술실 내 CCTV를 찍어야 한다는 골자의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병원·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온도 차가 벌어지고 있다. CCTV를 찍는 순간,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간호사)'라는 존재의 불법 업무 과정이 고스란히 증거물로 남을 수 있어서다. 이 법 시행 이후, 진료과 중에서는 특히 전공의가 부족해 'PA'가 있어야 수술할 수 있는 흉부외과 등 '기피 과'의 한숨이 짙어졌다.

26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시행 이틀째인 이날, 상급종합병원은 진료과별 인기에 따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발표한 올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에 따르면 인기과로 꼽히는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올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250%에 달한 정도로 전공의가 넘쳐난다.

"전공의 0명, PA 없인 수술 못 하는데…" CCTV 의무화에 흉부외과 '끙끙'


전공의 빈부 격차 따라 진료과별 온도 차 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전신마취를 전기경련치료(ECT; Electroconvulsive therapy) 때 실시한다. 정신질환 환자에게 전기로 경련을 유도해 정신질환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 교수는 "이 법 시행으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다"며 "전기경련치료를 할 때 수술실에 우리 과 주치의(교수)와 전공의들이 들어가 전신마취를 진행하는데 CCTV가 있든 없든 의료인력이 달라질 게 없어 CCTV 설치를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심장혈관흉부외과(구, 흉부외과) 같은 기피 과에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종성 의원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8%, 심장혈관흉부외과 3.3%, 외과 6.9%, 산부인과 7.7%, 응급의학과 7.5%에 그쳤다. 한 상급종합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B 교수는 "흉부외과 전공의 씨가 마른 지 오래"라며 "PA 없이 수술 자체를 할 수가 없는데, CCTV를 찍는 순간 PA의 존재가 드러날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가 '0명'인 지 수년째다. 심장판막 수술 등 흉강을 절개하는 수술(개흉술)을 집도할 때 전공의의 역할을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PA'가 대신한 지 오래다.

"전공의 0명, PA 없인 수술 못 하는데…" CCTV 의무화에 흉부외과 '끙끙'


공식 인정 안 된 체외순환사·PA들 '촬영 부담'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 땐 'PA'뿐 아니라 심장 펌프를 체외순환기로 순환시키는 '체외순환사'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체외순환사 역시 우리나라에선 공식 직종이 아니다. 임상병리사나 간호사가 체외순환기 작동 업무를 도맡는 경우도 적잖다. 이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학회 차원에서 체외순환사 인증제도를 두고, 정부에 체외순환사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며 요구해왔지만 아직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 학회 정의석(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PA와 체외순환사가 공식 직종이 아니어서 권한·책임 등 업무 범위가 불분명한데 PA와 체외순환사가 있는 흉부외과 수술실에선 촬영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법에서는 CCTV 촬영 의무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 상당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한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 땐 난처해지는 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C 교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 현장에서 CCTV를 찍었고, 환자·보호자 측에서 'PA와 체외순환사가 있었다,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건다면 CCTV 촬영물이 있는 이상 검찰 조사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 0명, PA 없인 수술 못 하는데…" CCTV 의무화에 흉부외과 '끙끙'
이 법 시행과 관련해 대한간호협회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 법을 계기로 불법 'PA'의 존재가 사라지길 바란다는 간호계의 속내가 곳곳에서 들린다. 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법 시행 이후 불법적인 존재로 살아온 PA가 수술실에서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의원급, 특히 성형외과에서는 고객(환자)이 원하면 CCTV 촬영을 거부하기 힘들므로 관행대로 이어진 '무자격 대리 수술'을 근절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A'가 있지만 이들에게 대리 수술까지는 맡기지 않는 병원의 경우 CCTV 촬영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수술복이 의사든 간호사든 똑같아 CCTV 영상만으로 PA 존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게 이유다. 상급종합병원 한 관계자는 "우리 병원 수술실에 'PA'가 수술 보조 업무를 맡고 있지만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PA'가 직접적인 수술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보조자로서 해야 할 역할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CCTV가 있어도 수술실에 'PA'를 투입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리 수술, 수술 부위 봉합도 PA가 해


간호협회가 지난 5월 '불법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접수된 PA 불법 업무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신고 대상 병원 유형은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2316건), 기타(의원, 보건소 등) 3.9%(475건) 순이었다. 최훈화 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조사에 앞서, 전공의의 일을 대신하는 'PA'가 가장 많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불법 업무가 가장 많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PA'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도 불법 업무를 도맡고 있다는 현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불법 진료 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처방·기록 6876건, 튜브 관리(L-튜브 및 T-튜브 교환, 기관 삽관)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stapler), 관절강 내 주사, 초음파·심전도 검사] 2112건, 수술(대리 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 부위 봉합, 수술 보조(scrub 아닌 퍼스트·세컨드 어시스트) 1703건, 약물 관리(항암제 조제) 389건 순이었다.

간호사들이 불법진료행위를 지시받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수행한 가장 많은 이유로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31.7%)라고 들었다. 사진은 이날 협회가 연 기자회견장 모니터에 송출된 자료 화면. /사진=정심교 기자
간호사들이 불법진료행위를 지시받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수행한 가장 많은 이유로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31.7%)라고 들었다. 사진은 이날 협회가 연 기자회견장 모니터에 송출된 자료 화면. /사진=정심교 기자
센터 설문조사에서 제시한 불법 진료행위 이외의 '기타' 신고 내용도 다양했다. ▶중심정맥관 관리(chemoport 삽입 등) ▶심전도(EKG) 검사 ▶사망환자 사망 선언 ▶내시경 시술[조직 검사의 검체 채취, ESD(내시경으로 점막 아래 병변을 떼는 것) 점막 하 주사 등] ▶외래에서 담당 교수가 구두로 처방을 내리면 간호사가 EMR(전자의무기록)로 처방 내리는 방식 ▶인턴과 근무할 때는 인턴 가르치면서 일하라고 함. 인턴이 실수하면 간호사에게 경위를 묻고 따짐 ▶원무과에서 약 판매 ▶배액관 제거 ▶원내 약사 근무 시간 부족으로, 부재 시 약 조제 등이 그 예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불법 진료를 한 이유로는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가 31.7%(2925건)로 가장 많았다. 또 위력 관계 28.7%(2648건), 기타(환자를 위해서, 관행적인 업무인 줄 알아서, 피고용인 등) 20.8%(1919건), 고용 위협 18.8%(1735건)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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