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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펜싱은 돼도 배그는 안돼…아시안게임의 '게임 선입견'

머니투데이
  •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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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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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아시안게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배틀그라운드 핵심요소 '대인사격' 빠져
실제 신체와 무기로 상대방 가격하는 스포츠 종목과는 다른 잣대
'게임의 폭력 유발'에 대한 선입견 여전한 것으로 풀이돼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권투·펜싱은 돼도 배그는 안돼…아시안게임의 '게임 선입견'
크래프톤 (212,000원 ▼1,000 -0.47%)의 배틀그라운드는 드넓은 전장에서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을 파밍(습득)하며 조합해 상대방과 대결하고, 끝까지 살아남는 게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안전지대로 인해 중간중간 차량을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안전지대 경계에서 들어가려는 자와 막는 자가 치열하게 싸우는 묘미도 배그의 핵심요소다.

그런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배틀그라운드는 원작과 전혀 다른 게임이다. 크래프톤의 IP(지식재산권)를 이용했다는 점만 남고, 대인사격 요소가 빠졌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과녁에 사격하는 '바이애슬론' 수준이다. '무늬만 배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베일 벗은 '아시안게임 전용 버전'


배틀그라운드 아시안게임 버전. /사진=펍지 모바일 이스포츠 코리아 유튜브 캡처
배틀그라운드 아시안게임 버전. /사진=펍지 모바일 이스포츠 코리아 유튜브 캡처
배틀그라운드 제작·배급사인 크래프톤이 지난해부터 제작에 착수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아시안게임 전용버전'은 올해 6월 공개됐다. 이를 접한 배그 팬들은 충격과 실망을 금치 못했다. 프로게이머들이 보여주던 현란한 전투를 구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배그에서 대인사격이 빠진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대인사격 배제를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간 친선을 도모하는 아시안게임에서 캐릭터끼리 사격을 한다면,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치고 받는 격투기 종목도 놔두면서…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파퀴아오 VS D.K.Yoo(유대경) 스페셜 매치'에 앞서 김민욱과 마르커스 데이비슨(미국)의 코메인 경기에서 김민욱이 상대에게 안면에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파퀴아오 VS D.K.Yoo(유대경) 스페셜 매치'에 앞서 김민욱과 마르커스 데이비슨(미국)의 코메인 경기에서 김민욱이 상대에게 안면에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간 화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배그에서 대인사격을 뺀 데 대해 e스포츠 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사람끼리 온 힘을 다해 때리고 싸우는 복싱이나 유도, 심지어 흉기를 들고 상대방을 찌르는 펜싱 같은 종목들은 오랜 시간 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살아남았다. 그 누구도 이 같은 종목들이 국가간 화합을 해친다고 비판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리그오브레전드(LoL)나 도타2 같은 경우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게임이다. 총만 쓰지 않을 뿐 타격이나 마법으로 한 게임 안에서도 수차례씩 상대방을 죽이고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게 룰이다. 그런데 왜 유독 배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


케케묵은 '게임의 폭력 유발' 논란


PUBG:배틀그라운드 브랜드필름. /사진=배그 브랜드필름 캡처
PUBG:배틀그라운드 브랜드필름. /사진=배그 브랜드필름 캡처
가장 유력한 추정은 캐릭터간 사격이 실제 사람들에게 총기 사용 의도를 유발한다는, 게임의 '폭력 유발'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논란은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종결됐으나, 뒤늦게 일본과 한국, 중국 등에서 논란이 새로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조선에 대해서도 검찰은 "게임 중독 상태에서 칼부림을 했다"는 공식 브리핑을 해 지탄을 받았다. 게임에 '절어서' 현실과 구분을 못한다는, 망상에 가까운 이러한 인식을 개인적인 견해로 가질 수는 있다. 그런데 수사당국이나 정부가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고 범행 동기로 지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한국보다 심한 중국의 '게임 선입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항저우(중국)=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항저우(중국)=뉴스1
무엇보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중국에서 열리고, 조직위원회에 중국 정부 당국자가 대거 참여했다는 데서도 '배그 대인사격 배제'의 배경을 짚어볼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최근 들어 게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착수했다.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강제로 제한하는가 하면 프로게이머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막는다.

중국 당국은 대놓고 "게임이 폭력 유발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양산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을 쏘는 배틀그라운드의 핵심 요소들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허들을 통과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해인지라 크래프톤에서도 조직위원회의 입장에 최대한 맞춰 종목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했을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후진적인 인식 때문에 배그의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 등 외국 게임업체들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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