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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어쩌려고" 제약사 3040 男직원 '육아휴직' 후 돌아와보니…

머니투데이
  •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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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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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두 男직원, 육아휴직 솔직 경험담
1년3개월 장기간 육아휴직, "동료의 커리어 걱정은 있었죠"
"인생 도화지에 새로운 색을 칠했다", 男 육아휴직 적극 권장하는 이유?
독일계 기업 베링거인겔하임… "가족중심 기업문화, 직원 잠재력 끌어내"

김태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MA&HA팀 차장(왼쪽)과 송정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마케팅팀 부장(오른쪽)/사진제공=/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김태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MA&HA팀 차장(왼쪽)과 송정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마케팅팀 부장(오른쪽)/사진제공=/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지금까지 '아버지' 역할만 했다면, 육아휴직 기간에는 놀고 싸우고 토라지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아들과 '친구'가 됐죠."
(송정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마케팅팀 부장)

"돌이켜봐도 후회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새로운 색을 하나 더 칠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김태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MA&HA팀 차장)

남자가 육아휴직을 떠나는 모습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낯설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제약업계에선 특히 그렇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채 30%가 되지 않는다. 장기간 남성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이 두 남자가 특별한 이유다. 양성평등주간이 있는 9월을 맞아 머니투데이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두 직원을 만나 남성 유아휴직의 솔직한 경험담을 들었다.

송정훈 마케팅팀 부장(43)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서 9년간 일했다. 폐암·희귀질환 치료제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매니저(PM)다. 제약업계에서 17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7살, 5살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2020년 3월부터 1년 3개월간 육아휴직을 떠났다.

김태진 MA(Market Access)&HA(Healthcare Affairs)팀 차장(37)은 11년간 회사에서 일했다. 보험 급여 등재와 약가 조정 등의 업무를 본다. 7살과 4살, 두 아들의 아빠인 그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회사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 눈치 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송 부장은 "제도나 혜택을 차등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라 자연스럽게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육아휴직 결심에 일부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한창 커리어를 잘 쌓아가는 시기에 1년 이상 자리를 비우는 건 너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송정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마케팅팀 부장/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송정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마케팅팀 부장/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김 차장의 육아휴직 사용은 송 부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송 부장이 "알을 깨준 덕분"에 육아휴직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김 차장도 커리어 걱정을 안 할 순 없었다. 김 차장은 "소속 부서의 매니저에게 육아휴직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감사하게도 휴직 기간의 업무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복귀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함께 집중해 주셨다"고 말했다.

여성 육아휴직이 회사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됐기에 남성 육아휴직의 신청도 어렵지 않았다. 절차나 매뉴얼은 명확했다고 한다. 업무 공백의 해결과 복귀 과정에서도 회사와 긴밀하게 소통했다.

김 차장은 "휴직 기간이 1년 미만이라 오히려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부서나 회사에서 내 선택을 존중해줬다"며 "인사팀 등 유관부서와 업무 분장을 적극적으로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대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휴직 전후로 채용된 인력과 충분한 인계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육아휴직이 종료된 후에도 신규 채용한 인력과 함께 팀을 이뤄서 현재도 같은 직무로 근무한다"고 밝혔다.

두 아버지에게 육아휴직 경험은 너무나 소중했다. 자식과 더 깊은 관계를 쌓는 시간이었다. 부부 사이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겉으로만 느끼던 육아의 힘듦을 직접 경험해보니 아내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서로 가까이 지내는 시간만큼 가족의 사랑도 커졌다.

송 부장은 "기저귀를 갈아주고, 유치원을 직접 등·하원 시키는 등 육아 과정을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는데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보람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성애가 굉장히 커졌다. 남성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그렇게 아버지로서 부성애를 돈독히 느낄 수 있다는 건 우리 세대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행복하고, 힘들고, 울고 싶고, 극과 극의 감정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며 "아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육아를 전담하는 조부모님, 전업주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MA&HA팀 차장/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김태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MA&HA팀 차장/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그럼에도 아직도 육아휴직을 어려워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정부 제도는 갖춰졌지만 눈치 주는 회사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미래의 커리어를 걱정해 망설이는 남성들도 많다.

아버지이자 남편인 두 남자는 입을 모아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여행의 새로운 경험으로 시야가 넓어지듯이 육아도 마찬가지다. 육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느끼면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며 "비단 직장 생활을 넘어, 앞으로의 삶과 노후에도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송 부장은 "40세 전후가 대개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 보통은 커리어와 육아 중 커리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경제적인 가장의 역할만이 아닌, 가정의 화목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은 자녀가 만 8세 미만일 때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이 시기가 지나면 사용할 수 없으니 가능하다면 꼭 활용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 부장과 김 차장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역할은 컸다.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을 묻자 두 사람은 공통점으로 "가족 중심의 기업 문화"를 꼽았다.

송 부장은 "가족기업이라는 뿌리가 영향을 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외국계 기업은 개인주의 문화가 강할 거라 생각되는데 베링거인겔하임은 굉장히 가족적이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가족 중심적인 기업의 문화가 임직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며 "실수해도 독려해주는 관용적 분위기가 직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베링거인겔하임은 1885년 독일에서 설립된 제약사다. 전 세계적으로 5만2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130개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회사다. 제2형 당뇨 치료제 '자디앙'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창사 이래 계속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법인인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1976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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